"가족 모임도, 외국인근로자 고용도 어려워"

[충청헤럴드 박정하 기자] "농산물 값은 제자리인데, 일할 사람은 없고 어쩌다 한 두명 소개 받으면 인건비가 너무 비싸서 인력을 쓸 수가 없어요."
지난달 29일 예산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50대 농민 S씨는 본격적인 농번기인데도 치솟는 인건비 때문에 땅 꺼지는 한숨을 내셨다.
가뜩이나 부족한 일손에 인건비 상승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는 곳은 비단 예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상황이 비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되면서 외국인근로자 입국마저 막히자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인건비가 최대 남자 13만 원, 여자 10만 원 정도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충북 충주에서 벼농사를 짓는 50대 P씨는 "인력중개소에서 사람을 구해도 없고, 어쩌다 소개를 받아도 인건비가 너무 비싸서 사람 쓰기가 겁난다"며 "그나마 소개 받은 인력도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근로자라 일에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같은 충주에서 당근 농사를 짓는 70대 K씨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는 "요즘 들판에 한국 사람은 밭 주인만 있고, 일 하는 사람은 거의 다 외국인근로자다"라며 "농산물 가격이 바닥인 상황에서 하루 10명 인건비가 100만 원이 넘는데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마저도 모셔오다시피 데려온 일꾼이 일은 대충하고 비싼 인건비만 챙겨가는 경우가 많다"며 하소연 했다.
농가들은 예전 같으면 외지에 사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코로나19로 이마저도 어려워져 더 난감한 처지에 놓여있다.
다른 동네에서 사과 과수원을 경작하는 40대 J씨는 "일손부족과 인건비 상승 때문에 농번기에도 일을 할 수가 없다"며 "가족 모임도 어렵고 자원봉사단체나 공무원 등 일손돕기 행사도 줄어들어 더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농촌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을 탓하며 농가지원을 소홀히 할게 아니라, 행.재정적 근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가파르게 치솟는 인건비만이라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농가를 돕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정책이 있지만, 이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워진 실정이다.
농촌진흥청 농업정보포털 '농사로'를 통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지원 정책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농번기 고질적 일손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단기간 동안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로, 농촌의 인력 부족 현실에 부합한 맞춤형 외국인력 도입으로 농촌의 인력난 해소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1 가구당 배정인원은 연간 최대 6명이다. 불법체류자가 없는 최우수 지자체와 8세미만 자녀를 양육 중인 고용주는 농가당 1명을 추가 지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통한 외국인 입국자는 지난 2019년 3500명 정도에서 올해 현재는 150여명 정도로 대폭 줄었다.
각 지자체마다 일손돕기나 자원봉사 등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가를 지원할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