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연출, 작가, 스태프 등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 10명 중 1명이 성관계 요구를 받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심지어 원치 않는 성접촉을 강요 당했다는 비율도 20%나 된 것으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여성영화인 모임(여영)이 조사한 중간 분석 결과를 한겨레신문이 7일 자 신문에서 <단독보도>했다.

영진위와 여영 등의 이번 최종 보고서는 3월 초 발표된다.
보도는 영진위와 여영 등이 지난해 6~10월까지 잇따른 영화계 성폭력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자 대책 마련을 위해 영화계 종사자 각 직군 중 7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에서 이같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실태조사 중간 결과 보고서’를 보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직접 경험을 묻자 여성 응답자의 11.5%가, 남성의 2.6%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영화계에 성희롱과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수치로 입증됐다.
구체적으로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도록 강요받은 경험에 대해 여성이 19.0%, 남성 9.7%가 ’있다’라고 응답했고 ▲‘사적인 만남이나 데이트를 강요당했다’라는 비율도 여성이 26.5%, 남성이 10.9% ▲외모에 대한 성적 평가나 음담패설을 당한 사람은 여성이 35.1%, 남성이 20.3%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당한 경험을 한 비율 역시 여성이 29.7%, 남성이 15.0%나 됐다.
직·간접적으로 성희롱·성폭력을 목격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음담패설(이하 남녀 전체 31.0%) ▲술자리 강요(24.5%) ▲가슴 등 신체 부위 응시(23.7%) ▲데이트 강요(13.0%)를 목격한 경우도 많았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간접적으로도 성희롱·성폭력 경험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훨씬 더 많았다.
물음 중에 ▲‘원하지 않는 성관계 요구를 당한 사례를 들은 적 있다’라는 응답자의 비율은 39.0%였고 ▲데이트 강요(40.1%) ▲음담패설(43.4%) ▲성적 사실관계나 성적지향을 집요하게 묻거나 의도적으로 유포(36.8%)하는 사례를 들은 경험은 허다했다.

직·간접적 피해 응답자 중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91.7% 로 여성 7.9%이 압도적이었으나, 최근 발생한 ‘이 아무개 감독 사건’처럼 여성-여성 동성 간 성폭력도 5.4%였다.
성범죄 피해 사건이 발생한 장소로는 술자리가 많았다. ▲술자리·회식이 57.2%로 압도적이었고 ▲외부 미팅 등 일 관련 외부 장소(25.1%) ▲촬영 현장(21.4%) 순이었다.

사건이 일어나는 단계를 보면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일을 빌미로 한 ‘갑을 관계 성폭력’ 이 많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단계로 ▲프리 프러덕션(기획 준비 단계)이 52.7%로 절반이 넘었고 ▲영화 입문단계도 21.4%였다.

문제는 피해를 당하고도 적극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다.
피해 응답자 중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다’가 56.6%로 압도적이었으며 ▲‘소리를 지르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라는 응답은 0.7%로 미미했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34.9%는 ‘넘어가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느껴서’라고 답했고 ▲피해 사실이 업계 내 소문이 나 평판에 대한 두려움’이 31.1% ▲‘캐스팅이나 업무 수행에서 배제될까 봐’가 26.6%로 그 뒤를 이었다.
이를 볼 때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도리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적극적인 대응을 막는 원인인 셈이었다고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