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헤럴드 심영운 기자] 최근 이어지고 있는 사학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교육당국의 엄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립학교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2일 성명을 통해 “공금횡령으로 ‘파면’ 요구를 받은 한 사립학교 행정실장이 ‘정직 2월’ 징계만 받은 채 지난 4월 말 사직서를 내고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중대한 비리를 저질러도 지속적인 재심 요구와 인건비 미지급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관련 사립학교법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대전지부에 따르면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2018년 10월 실무원 A씨의 부패․공익 신고에 따라 대전제일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1000만 원이 넘는 공금횡령 및 비자금 조성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대전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법인에 횡령을 주도한 행정실장의 중징계(파면) 의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법인은 “사법부의 판단을 받고 결정하겠다”며 징계를 미뤘다. 이에 대전시교육청은 원안대로 ‘파면’ 의결할 것을 압박하면서, 2020년 1월까지 징계 의결을 단행하지 않으면 2019년 12월 임금까지 소급해 인건비를 미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실제로 대전시교육청이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법인은 검찰이 이 행정실장에게 구약식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자 ‘정직 2월’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에 이 행정실장은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행정실장이 낸 인건비 미지급 조치 취소 소송도 무산됐다.
그러자 이 행정실장은 지난 4월 말 의원면직을 신청해 퇴직했으며, 해임이나 파면 등 배제징계를 모면한 만큼 연금 수혜에 대해 불이익이 없게 됐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그만 둔 행정실장의 경우 현재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사무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번 사태는 현행 사립학교법에 의한 징계 처분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1000만 원이 넘는 공금을 횡령해 파면 요구를 받아도 재단에서 이행을 거부하고 징계를 감경하면서 끝까지 버티면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전성세재활학교 사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사안감사 결과 갑질을 되풀이한 사실이 드러나 중징계 처분 요구를 받은 학교장을 해당 법인이 감싸고 돌면서 고작 ‘경고’ 처분에 그치고 말았다”면서 “대전시교육청은 2차례 재심의를 요구했고, 오는 6월 7일 법인에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대전시교육청의 요구를 묵살할 경우, 대전시교육청은 인건비 미지급 조치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그러면서 “되풀이되는 사학비리의 사슬을 끊어 내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의 처벌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허점투성이인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