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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재추진... "탁상공론 재탕"
해묵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재추진... "탁상공론 재탕"
  • 박정하 기자
  • 승인 2021.06.15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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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문가들, "글로벌 모바일뱅킹 대세인데 명분도 경제논리도 뒤떨어져"
잊을만 하면 재추진說... 선거용·행정력 낭비·애향심 마케팅 '구태 삼박자'
최근 충청권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잊을만 하면 나오는 설립 논쟁으로 행정력 낭비와 인터넷 은행 약진속에 경제적 논리가 부족하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충청헤럴드 박정하 기자]

[충청헤럴드 박정하 기자] 최근 충남도를 중심으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터넷은행 등이 금융권 주류로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기존 지방은행들의 설 자리가 흔들리는 상황인 만큼 설립에 대한 경제적 논리가 맞지 않는 데다,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을 지펴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지방은행이었던 충청은행은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금융 구조조정 태풍에 휩쓸려 1998년 6월 하나은행에 합병되면서 20여년간 지역거점 은행이 없었다.

충청권 지방은행을 되살리려고 하는 측에선 충청권 지방은행이 없기 때문에 지역 금융경제가 낙후되고, 지역 자금 역외유출, 수도권 중심의 금융 양극화 심화 등의 이유를 들며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3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지역 금융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충남도 제공]

양승조 충남지사를 비롯한 금융 전문가들은 지난 3일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를 통해 “지역내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해 지역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금융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 중소기업 육성에 이바지할 든든한 금융 버팀목이 필요하다”라며 “지역 경제와 상생하고 지역민과 동행하는 지방은행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 설립은 애향심 마케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존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이 필수 요소"라며 "인터넷을 기반한 복합형태의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디지털 은행들의 약진으로 오프라인 영업점의 효율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마찬가지로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은행을 설립하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디지털 은행들의 공습으로 지방은행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며 "대형 시중은행과 디지털 은행은 물론 네이버 등도 금융업 진출을 노리고 있어 신생 지방은행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경제 전문가는 "지방은행의 가장 큰 경쟁력은 지역고객 충성도다. 그동안 지방은행들은 지역민들을 기반으로 예금금리가 낮은 핵심 예금을 대거 확보해 왔다"며 "저금리 장기화와 인터넷 은행들의 공격적 영업,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촉발된 디지털금융 확산으로 과거와 같은 고객 충성도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 은행이 존재한다고 지역자금이 역외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라며 "정책적 지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지면 지역 기반 은행과 상관없이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은행 점포수(위)와 지방은행 점포수 변동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제공]

실제로 지방은행들의 고전은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 등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지방은행 점포수는 889개로 2019년 말 933개에 비해 44개(4.7%)의 점포가 감소했다. 

작년말 현재 국내 은행 점포수는 6405개로 모바일뱅킹과 비대면거래 확대 등 영향으로 201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설 점포수는 30개, 폐쇄점포는 334개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재정 상황이 나빠지면서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표적 지방은행인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은 총자산과 수익성뿐 아니라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도 최근 수년간 시중은행에 역전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지역 밀착 경영에 의한 관계형 금융 등으로 2010년대 중반까지 시중은행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다"며 "하지만 지방은행의 수익성은 2007년 이후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내에서도 충청권 지방은행 부활에 대해 "선거용·행정력 낭비·애향심 마케팅 등 '구태 삼박자'"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대전지역 한 시민은 "시청 근처에 타 지역은행 점포가 있는 것을 보면 충청을 기반으로한 은행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맞다"며 "그러나 애향심을 일으켜 지방은행을 세워 지역 경제 활성화를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각종 인터넷 은행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은행을 만든다는게 무리가 아닌지 모르겠다"며 "혹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로 지역민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또 "고 말했다. 

대전지역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모바일 등 디지털금융의 확산 속에 지역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어 지방은행이 부활한다고 해도 존립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지자체와 경제분야 등에서 충분히 논의 해야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잊을만 하면 나오는 지방은행 설립 논쟁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지양해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충청권 상생과 대전의 발전을 위한 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대선과 지방선거 등 하필 내년 선거를 앞두고 또 논란이 되고 있어 일부 지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큼 추진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충남도에서 지방은행 부활에 시동을 건 만큼 대전시에서도 적극 공조해 설립 당위성을 확보할 계획이 있다"며 "다만 초기 자본이 많이 들고 인터넷 은행들의 약진에 따라 보다 신중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며,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 등 이에 따른 기반을 구축하는데 지방은행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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