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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g의 예방이 1kg의 치료보다 낫다
[교실에서 보내는 편지] 1g의 예방이 1kg의 치료보다 낫다
  • 충청헤럴드
  • 승인 2021.06.21 10: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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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담과 심리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친숙해져 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 만해도 상담이란 것이 지금보다는 많이 낯설게 여겨졌었고,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곧 ‘이상한 사람이다’, ‘부적응한 사람이다’라는 것과 연결 짓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학교에 상담교사도 다수 배치되고 학생들도 많이 이용하며 학부모님이나 교사에게 자문이나 교육 활동도 이루어지는 학교현장의 한 부분이 되었다. 

임용이 되어 학교상담을 막 시작할 즈음에 어떤 분이 나에게 상담교사라고 하니까 “왜 이런 아이들(상담받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많은 예산을 쓰는지 이해가 안간다. 영재아이 한명에게 이 예산을 쓴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도 되고 국가도 발전하는데, 이런 얘들한테 국가에서 예산을 이렇게 많이 쓰는 게 이해가 안돼”라고 말씀하셨고, 곧 퇴직을 앞둔 교장선생님께서도 필요 없는 상담교사를 왜 학교에 배치를 하냐시며 역시 또 예산 낭비라는 말씀을 처음 인사드리러 간 날 교장실에서 들었다. 그땐 윗사람에게 나의 의견을 조목조목 말하기에는 용기도 없었고, 신규였던 때라 아무소리 못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종종 상담실에 오는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아깝고 영재아이들에게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라는 식의 말을 몇 번 더 들었다.

그때 불편하고 힘들었던 것은 상담교사나 상담 자체를 무시해서라기 보다, 왜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세금을 쓰면 아깝고 영재아이들에게 쓰는 세금은 투자라고 생각하는지 그런 인식과 편견들이었다.

지금은 그분들이 그렇게 말씀을 안 할 거라고 믿는다. 상담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왜 우리가 마음이 힘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귀한 혈세를 써가면서 지원을 하는지 이젠 좀 아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아니 바람을 한다.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는 평범한 학생들도 많지만 그 중에는 정말 도움이 많이 필요한 결핍된 학생도 참 많다. 왜 이런 학생들은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어야 하나? 왜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계속되어야 하는가? 이 물음을 가지신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가 어울려 함께 살아간다. 결핍된 아이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다. 그들이 커서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주고받는다. 학교에서의 상담은 성인이 되기 전의 예방의 목적이 매우 크다. 

우리가 몸의 질병에 대해서는 예방을 위해 전국민 건강검진을 하고, 많은 예산을 쓰고 의무적으로까지 하도록 되어 있다. 병이 발생한 후 치료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시간과 노력과 비용도 매우 많이 들고 건강을 바로 회복하는 것도 어려우며, 예방보다 더 좋은 건강 유지 방법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신체의 건강에 대해서는 예방이란 부분에 거의 동의를 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는데 정신, 심리, 마음의 건강에 대해서는 어떤가?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회에 나가 건강한 마음을 가진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 마음의 건강이 형성되는 결정적인 어린 시절에 우리 학생들에게 정신건강과 정서안정을 위해 예산을 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 

지금 예방을 위해 또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해 지불하는 1g은 나중에 1kg의 치료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핍된 아이들이 자라서 갑자기 건강한 사회인이 될 확률은 적다. 계속 결핍되고 힘든 상태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도 충만한 삶을 살기 힘들 뿐더러 그 주위 사람과 또 연결된 공동체에선 어떨까? 상관없다고 할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만족감이 낮은 삶을 살 수 있고 우울감이 높아지거나 왜곡된 사고와 행동으로 불행하게 이어진다면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과 관련된 범죄나 파괴도 일어날 수 있다.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행복권을 헌법에서 보장해준다. 그러려면 부족했던 부분을 함께 채워가고 예방적 치료를 하는 학교상담에 대해 건강검진 못지않게 우리는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해야 한다. 즉, 그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들을 위해서도 상담과 심리치료에 국가적으로 지원을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고있는 것이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학생들도 정말 귀한 아이들이다. 본인의 잘못과 상관없이 환경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결핍되고 힘들어진 상황을 어떻게 그들만의 일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가. 세상은 다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다른 사람이 힘들고 아프면 나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 아니고 나 또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는다.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학생들의 문제는 나와 별개는 아닌 것이다.

예전에 세금이 아깝다고 하신 그분들이 다시 나에게 변함없이 똑같은 말을 하신다면, 상담받는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를 위한 1g의 예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서민경 대전교사노조 비교과위원(대전갑천중 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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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리따움 2021-06-21 12:13:27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글입니다. 학교교육에서부터 결핍을 다독여준다면 사회가 더 건강해질 것 같네요. 좋은 글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