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주부 A 씨(47)는 지난 9일 모처럼 된장국을 끓이려고 집 주변 마트에 들렀지만 오른 가격의 애호박을 놓고 씁쓸하다.
설 대목이라지만 애호박 개당 가격이 한 달 전보다 무려 1천 원 넘게 뛴 2천600원이었다.
1주일 전보다도 400원 넘게 올랐다. 애호박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 가격 상승도 엇비슷했다.
A 씨를 비롯 대전·청주·세종·천안 등 충청권 주부들은 엿새 앞으로 다가온 설을 생각하면 시름이 더 커진다.

정부차원으로 설 대목 성수품의 가격안정책을 쓰고 있으나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달 하순부터 20일 가깝게 이어진 한파로 인한 채소산지의 생산부진으로 설 차례상을 준비해야 할 주부들의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강추위 탓에 시설하우스 재배 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든 데다가 난방용 연료 사용량이 늘면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어 채소 가격이 급속히 오른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채소가격 동향에 따르면 한 달 전 10개에 9,800원이던 오이는 1만 5,500원으로 57.7% 올랐다. 애호박도 개당 1,600원에서 2,640원으로 64.7% 오르는 등 채소류 중에서는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한 달 새 시금치도 ㎏당 5천270원에서 6천140원으로 16.5% 올랐고 무도 개당 1천680원에서 2천510원으로 49.1% 껑충 뛰었다.

파는 ㎏당 3천 원에서 4천20원으로, 미나리는 ㎏당 8천640원에서 9천240원으로 각각 34.3%, 7.1% 인상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번 냉해를 입은 작물은 일조량이 많아지고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서 생산량이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라며 "당분간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축산물이나 과일 가격은 그나마 큰 변동 없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우 불고기용은 한 달 전 100g당 4천900원에서 4천550원으로 7% 내렸고, 돼지 목살은 100g당 1천790원에서 1천770원으로 1.2% 하락했다. 닭값은 마리당 4천760원에서 4천590원으로 3.5% 떨어졌고, 30개들이 계란 1판 가격도 5천400원에서 5천300원으로 1.8% 내렸다.
사과값은 10개 기준 같은 기간 2만 260원에서 2만 1천130원으로 4.3% 소폭 올랐지만 배값은 10개 기준 2만 8천400원에서 2만 7천750원으로 2.4% 내렸다.
한파로 고객의 발길이 뜸해 울상을 짓던 전통시장 상인들은 설 대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부권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청주 육거리시장의 한 상인은 "뼛속까지 스며들던 추위가 어제부터 좀 수그러들어 다행"이라며 "손님들이 북적거려 설 특수를 누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설 성수품 구매 비용은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보다 전통시장이 저렴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온누리 상품권 할인율을 확대하거나 전통시장 장보기·점심 먹기 행사를 여는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