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대전시민이 의혹을 제기한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의 이명박(MB) 정부 때 작성된 '4대강 사업' 문건 폐기의혹과 관련, 수공이 12일 원본 자료 302건을 무단 파기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민주당 박범계의원(사진 왼쪽위)과 대전시민이 의혹을 제기한 한국수자원공사의 이명박(MB) 정부 때 작성된 '4대강 사업'문건 폐기의혹과 관련, 수공이 12일 원본 자료 302건이 무단 파기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2/2275_2831_2156.jpg)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2일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 기록 문건 파기 의혹 [본보 1월 19, 20일, 2월11일 등]과 관련해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4대강 사업 관련 문건을 수자원 공사가 무단 폐기하려고 한다는 대전 재향군인회 종이파쇄용역업체 직원 김건혁 씨가 더불어민주당 시당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에게 제보한 이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가 기록물 원본을 폐기업체로 반출해 무단 파기하려 한다는 (용역업체 직원의)제보를 접하고 (수자원공사와 폐기용역업체) 현장에서 모두 407건에 이르는 기록물을 확보, 파악해본 결과 이 가운데 모두 302건이 기록물 원본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록물들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에 따라 등록해야 하는 공공기록물이고, 이를 파기할 때에는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수자원공사는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설명했다.

국가기록원은 "원본기록물로 확인된 302건은 결재권자 서명이 수기(手記)로 기재돼있어 누가 봐도 기록물 원본으로 볼 수밖에 없는 문건들"이라고 덧붙였다.
무단 파기 대상에 오른 302건의 원본기록물 중에는 '소수력발전소 특별점검 조치결과 제출'과 '해수담수화 타당성조사 및 중장기 개발계획 수립' 등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 수자원공사에 보낸 기록물도 포함됐다.
수자원공사가 302건과 함께 무단 파기하려 했던 문건 중에는 수기 결재는 없으나 '대외주의'가 표기된 '경인 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나 수자원공사 경영진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스(Vice) 보고용'이라는 문구가 있는 기록물도 있었다.
![재향군인회가 의뢰한 종이파쇄업체에서 직원 김건혁씨가 지난달 18일오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에서 수공의 4대강문건 파기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2/2275_2833_2735.jpg)
대통령을 뜻하는 'VIP 지시' 문구가 담긴 경인 아라뱃길 국고지원 보고서는 MB 정부 때인 2010년 6월을 전후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보고서에는 경인 아라뱃길 사업에 5천 247억 원의 국고를 지원하는 계획과 함께 국고지원을 하더라도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시됐다.
![재향군인회가 의뢰한 종이파쇄업체에서 직원 김건혁씨가 지난달 18일오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수공의 4대강문건 파기의혹을 제기하자, 앞장서서 진실을 가리겠다고 밝힌 박범계의원의 페이스북내용[사진=충청헤럴드]](/news/photo/201802/2275_2834_2941.jpg)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는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공공기록물로 등록했으나 그 보고서는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이 빠진 '다른 버전(version)'이었다"라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가 생산 과정에 있는 문서는 원칙적으로 기록물로 등록해야 한다는 법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단지 이를 고의로 누락한 것인지, 우발적 실수로 등록을 하지 않았는지는 조사권한이 없어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는 앞서 '2017년 주요 기록물 관리 실태점검'에서 기록물 무단 파기로 인한 지적을 받았고, 이는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도 보고됐지만, 또다시 기록물 무단 반출과 파기를 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가 올해 1월 9일부터 18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기록물 반출·파기를 했고, 이 중 1∼4회차에서는 총 16t 분량, 1회 평균 4t 분량의 기록물이 폐기목록 작성이나 심의 절차 없이 파기된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지난달 18일에 다섯 번째로 자료 파기를 시도했으나 이를 위탁받은 한 용역업체 직원이 반출 서류 중 '4대강' 업무바인더(철) 등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대전 서구을) 의원에 제보하면서 무단 파기 행각이 들통났다.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지난달 20일 4대강 사업 문건폐기의혹과 관련, 사과와함께 원본은 보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2/2275_2835_3124.jpg)
국가기록원은 제보 이후 현장에 직원을 보내 무단 반출된 서류에 대한 폐기 중지, 봉인 등의 조치를 한 뒤 원본 여부를 확인해 왔다.
국가기록원은 수자원공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의 의뢰를 받아 수사 중인 경찰 등 관계기관에 기록물 파기 관련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국가기록원의 실태조사로 2016년 12월 과천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폐기목록조차 남기지 않고 폐지업체를 통해 서류를 없앤 사실 등이 드러나 지적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