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아, 최민정, 힘내... 화이팅"
"민정아, 앞으로 경기가 많으니 모두 금메달로 실력을 보여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 사상 첫 500m 금메달이 유력했던 최민정(20 · 성남시청) 선수가 1위 실패는 물론 실격까지 당하자 그를 아끼던 팬들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최민정은 지난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42초 569)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간발의 차였다.
날 들이밀기로 폰타나와 불과 22cm 차이로 2위를 한 것이다.

아쉽지만 금메달을 폰타나에게 내준 최민정은 은메달의 주인공이었다.
메달 가뭄을 겪는 한국 팀에게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최민정의 500m 은메달도 값진 수확이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서는 처음 나온 성과로 최민정도 은메달에 만족하며 관중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로 화답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판정석에 심판들이 모이더니 최민정에게 페널티라는 불운이 날아들었다. 금메달 후보가 실격까지 당했다.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을 해 최민정에게 임페딩 반칙을 내리면서 4위로 처졌던 킴 부탱(캐나다)이 구제를 받아 동메달을 차지하게 됐다.
쓸쓸히 경기장을 떠나던 부탱은 행운의 동메달에 팀 동료와 펄쩍 뛰며 기뻐했다.

실격 사유는 최민정이 막판 코너를 돌다 폰타나를 밀치는 장면에서 나온 것으로 보였다.
SBS 전이경 해설위원도 "마지막 코너에서 (최민정이) 손으로 미는 장면이 잡혔는데 은메달을 넘어 우승을 바라보다 다소 무리한 동작이 나온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작 심판진은 최민정이 부탱에 반칙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선태 대표팀 총감독은 경기 후에 "최민정이 부탱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무릎을 건드려서 임페딩 반칙을 줬다는 공식적인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에 임페딩은 '고의로 방해, 가로막기(블로킹), 차징(공격), 또는 몸의 어느 부분으로 다른 선수를 미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렇지만 실격 판정이 석연찮다. 최민정은 부탱과 경합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반칙을 범했다기보다 서로 주고받은 장면이 보이기 때문이다.
비디오를 자세히 보니 최민정과 부탱은 결승 레이스에서 3번 정도 접촉이 있었다. 스타트에서 2위로 나선 최민정은 초반 인코스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서 부탱과 팔이 다소 영키면서 3위로 처졌다.
이후 두 바퀴를 남긴 가운데 최민정은 코너를 돌며 아웃코스를 공략하려던 중 부탱의 오른손에 왼팔이 살짝 밀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3위로 처진 최민정은 속도를 냈고, 반대편 코너를 돌면서 2위로 올라섰다.
빙판을 짚는 최민정의 왼팔이 부탱의 무릎을 막아선 모양새가 됐고, 부탱은 손으로 이를 뿌리쳤다.
이 과정에서 최민정은 완전히 2위로 올라서 폰타나와 선두 경쟁까지 벌였고, 부탱은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와도 충돌해 4위로 처졌다.
심판이 문제삼은 것은 최민정이 추월 과정에서 왼팔로 부탱의 무릎을 건드린 장면이다. 다만 임페딩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자주 생긴다.
최민정도 "내가 잘했다면 부딪힘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라면서도 "심판들이 보는 카메라와는 조금 각도가 달랐는데 내가 좀 실격 사유가 됐다고 봐서 판정을 내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심판진이 부탱이 미는 동작은 넘어갔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이에 대한 항의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심판에게 항의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많은데 ISU 규정에는 '심판의 판정은 최종적인 것으로 이에 대한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돼있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도 "아쉬운 점은 있지만 분명히 (최민정이) 나가면서 건드린 부분도 있다"라며 판정에 수용할 뜻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우승할 자격이 있다"라며 최민정을 위로했다.
물론 부탱의 동작에 고의성이 짙어보이진 않았다. 경기 후 부탱은 결승 레이스 중 접촉 장면에 대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빙판을 떠나려고 했는데 크리스티가 '기다려 보라'라고 하더라"라면서 "나는 레이스 상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무슨 일인지 몰라서 그저 '무슨 일이야? 지금 무슨 상황이야?'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부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다가 동메달을 받게 된 것을 알고 기뻐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