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3 지방선거가 꼭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어제(13일)부터 이번 선거에 출마할 시도지사와 교육감 출마 예정자들의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됐다. 사실상 6월 선거의 서막이 열린 셈이다. 목소리를 높여 저마다 '적임자'라고 스스로를 자랑한다. 떡줄 사람들의 생각은 안 하고 그저 저 잘난 말잔치가 벌어졌다.
대전 시장 선거판도 요란하게 열렸다. 손으로 꼽아보니 자그마치 열 사람 가까이 시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시세 말로 10대 1의 경쟁률이 되어 가고 있는 판국이다. 언론에 등장하는 면면은 전직 시장, 현직 국회의원, 현직 구청장, 청와대 행정관, 현직 교수 등이다. 얼핏 매우 화려한 후보군으로 보인다.
이중에 진작에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시장선거 출마 선언의 테이프를 끊었다. 이어서 남충희 카이스트 겸직교수도 지난 6일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 다음 날 충남대 육동일 교수가 시장선거 출마를 공식 선포했다. 기자와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출마 발표 퍼레이드는 아직 본격화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 선거 시기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철의 앵무새 매체들이 경쟁하듯 예상 출마자들의 동태를 체크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예상후보군에 대한 ‘찍기’행진이 활발하다. 그것은 설문조사형식으로 출마 가능성을 점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모 언론의 경우 소속 정당을 밝히지 않은 블라인드 설문 결과를 공개하면서 출마를 꼬드기는 수법도 쓰고 있다.
그렇거나 저렇거나 선량한 유권자들은 출마 선언이든 여론조사든 상관없이 시장 출마 예상자들의 진짜 실력을 알고 싶어 한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민선시장들이 남겨 놓은 공과에서 흥미도 재미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제는 힘 있는 시장의 출현을 고대하는 게 사실이다. 우직하고 성실한 시민들의 갸륵하기 이를 데 없는 소망은 바로 파워풀(powerful)한 대전시장이다.
아무리 미사여구로 웅변을 잘 해도 이제는 '씨'가 먹히지 않는다. 아날로그(analog) 시대는 갔고 디지털(digital) 세상이 되어서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어도 속임수 같은 말잔치는 효력이 없다. 하다못해 뚝심이라도 강철 같으면 그게 효자 노릇하는 현실이다. 적어도 투사(鬪士)기질 같은 의지력으로, 시민의 생활안정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주는 시장을 환영할 참이다.
여당 야당이란 게 별 쓸모가 없다. 정당만을 앞세우거나 특정인을 파는 시장 선거전의 승자가 되려고 하는 후보들은 모름지기 자기반성을 서둘러야 한다. 대전 시민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말은 좀 느려도 행동은 빠르다고 자평하듯, 충청인은 신중하다. 눈치도 빠르다. 충청도 기질이야 물론 버리지 않았지만 시시껄렁한 유사 모리배 정치꾼을 싫어한다. 현명한 선택의 진수를 잘 알고 있다.
요컨데 청와대에서 근무한 대전 유성구청장을 두 번씩이나 했던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 역시 '미래를 준비하는 대전을 위해 행정 등의 경험을 살려 대전시장이 되겠다"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항간에 떠도는 ‘이상민-허태정 빅딜 설’을 항변하면서 지지율 변화에도 아랑곳 하지 않겠다고 못박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민주당의 승리를 낙관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영순 청와대 행정관 역시 출마를 고심 중이라고 한다
남충희 예비후보자는 ‘경제시장’의 메시지를 내걸고 “돈도 벌고 미친 듯이 도전도 하고 좀 깨끗해지자”라고 외친다. 그는 30여 년간 실물경제 현장을 누볐다고 자랑한다. 지방자치를 전공한 육동일교수는 ‘대전위기론’을 전제로 중부권의 거점도시라고 자만하면서 대전 시정을 난맥 무책임으로 일관한 종래의 시장들이 대전을 내락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스마트 도시 대전’의 르네상스를 호령했다. 정용기 국회의원도 3월까지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선거판을 예의주시한다.
이미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등록까지 한 몇몇 예정자들의 말을 살펴봤다. 좋은 말에 기름이 좌르르 흐른다. 그들의 의지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무턱대고 찬성만 하기는 어렵다. 당선되어 시장 의자에 앉으면 대퇴골이 의자에 매달리든가 아니면 괜스레 허겁지겁 일머리도 알지 못하면서 떠들썩한 행사나 벌여 돈을 탕진하기 쉬운 경우를 많이 보아온 탓에 별로 믿기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어쨌거나 대전 시민은 한결같이 ‘이제는 힘 있는 시장’을 원할 뿐이다. 중앙정부와 붉은 머리띠를 매고서 싸움질을 해서라도 국가예산의 지원금을 크게 받아내어 취약한 대전시의 재정을 확대하는 용기와 지혜를 가진 인물이 그립다. 책상이나 지키고 앉은뱅이 노릇하는 시장은 싫다 혐오의 대상이 되어 무능한 시장이라는 칭호를 누리는 사람은 필요 없잖은가 실제로. 그러기에 정직하고 성실한 대전 시민들은 지금이야말로 ’힘 있는 시장‘이 나와야 한다고 아우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