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지(同志)라는 말은 정치인들이 자주쓴다. 뜻을 같이 한다는 말이다. 한 뜻을 같고 한 방향으로 동행하는 이들이 동지이다. 제창이니 합창이니 논란을 빚은 '임을 위한 행진곡'중에도 ‘동지는 간데 없고...’하는 대목이 그런 의미다.
이상한 것은 정치권에서 쓰는 동지라는 표현이다. 뜻을 같이 한다해서 전두환군부세력때 만든 민정당은 당원을 ‘평생동지’라며 규합했다. 그 정권이 민심에 패퇴해 물러나고, 다음 노태우 정권까지도 평생동지들은 뭉쳐다녔다.
세월지나 평생동지의 상당수는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거쳐 지금의 자유한국당까지 왔다.우스운 일은 지난 새누리당때다. 말로는 동지라면서 친이(親李), 친박(親朴)으로 쪼개져 분탕질을 쳐 나라꼴을 어지럽혔다.
그래서 동지라는 말을 함부로써서도 안된다. 혼자하면 불리하니까, 필요하니까 동지라는 이름을 붙여, 모여서는 삿대질만 해댔다. 가까이에 박근혜 전대통령의 청와대와 최순실게이트가 판을 치는데도 말은 동지라면서 이들의 국정농단 차단도 못한 체 서로 떠나라, 물러나라는 싸움만 벌였다. 그런 그들은 어디에 있고 무얼하나.
그 반대도 있다. 총칼로 주권을 빼앗아 만든 군사정권에 대항한 세력들이다. 이들은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 정권,군사정권에 항거한 이들이다. 숱한 고문과 매질, 탄압으로 목숨을 잃고,죄없이 감옥에 갖히고 지금도 장애를 짊어지고 사는 그들이다.죄없는 가족까지 ‘빨갱이’로 씌워졌다.
그들은 오직 제대로 된 나라, 평화롭고 평등한 사회를 바랐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그런 미래를 꿈꿨다.그래서 특혜와 반칙, 독재와 부패와 권력에 당당히 맞섰다. 붙들려가서 숱한 고문과 편향적인 수사와 재판, 무자비한 탄압수사를 이기면서 민주화를 위해 싸운 의인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민주화 동지’라고 부른다.
동맹(同盟)은 동지보다 한단계 높다. 한께한다는 뜻은 같지만 동지보다 동맹은 훨씬 정치적이다. 중국 고서나 병법 중에서, 아니 흔한 삼국지에서도 나라끼리 맺었다가 목적을 이루면 밥먹듯이 파기하는게 동맹이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이다. 6.25 한국전쟁직후인 1953년 10월 한미상호보호조약을 맺으며 동맹관계를 지속해 왔다.한미조약이 무엇이냐면 한국이 어려우면 미국이 돕고, 미국이 어려우면 한국이 돕는다는 뜻이다.
그런 한미동맹관계가 도마위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그 결론을 말하고 있다. 그는 그들 나라 시간인 13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매우 나쁜 협정으로 미국만 재앙’라고 기존입장을 거듭했다.
GM(제널러모터스) 본사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대해 “GM이 한국에서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이런 소식들은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GM 본사가 한국 정부에게 금융·세제 지원이 없으면 완전 철수하겠다는 협박을 부추기는 행태다.
문제는 이 대목이다. 한국등은 무역에서 동맹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안보면에서 동맹일 뿐이지 그 외의 무역이나 다른 분야에서는 동맹국 아니라는 얘기다. 하루 전날에는 한국, 중국, 일본을, 그중에도 한국을 특정해 보복성 관세 도입도 내비쳤다.
한국등은 미국제품에 관세를 물리지만, 미국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며 지난 오바마정권까지 ‘바보’라고 막말을 했다. 그는 대놓고 “미국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 엄청난 돈을 잃었다. 한국등은 25년간 미국에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호혜세reciprocal tax)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호혜세란 보복성이 짙은 관세다. 즉 미국산 제품에 다른 나라들이 세금을 매기는 만큼 해당 국가의 제품에 세금을 물리는 것으로 일종의 ‘보복 관세’다. 트럼프는 호혜세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거듭 “한국·중국·일본은 무역에서 동맹국이 아니다”라고 했다.꼼꼼히 한국은 안보 동맹국이지, 무역등에서 동맹국이 아니라고 정면 겨냥한 셈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함께 저지한다는 한미안보동맹을 구실로 실리를 챙기려는 것이다. 안보동맹을 명분삼아 무역재협상을 통해 실속에 눈이 어두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속셈이 개탄 스런 것이다. 국민이 대다수가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우려하는 마당에 트럼프의 장삿속이 눈에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이어 철강 선재에 40%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했다.이처럼 대미흑자국으로 한국을 지목해 보복 관세 도입 방침까지 거론한 것은 국제무역 질서를 해치는 오만한 행위가 아닐 수없다.
그는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또 내후년 2020년에는 재선거도 있다. 때문에 미국의 산업과 노동자의 이익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전략도 숨어있다. 일각의 평가처럼 ‘단순 협박용’으로 간주하기엔 상황이 심상치 않다.자신의 정치전략을 위해 보호무역을 표방하는 것이야 상관할 바는 아니다.
단지 한미간 전통의 안보동맹 파트너를 짓밟는 듯한 모습은 곤란하다. 자칫 한미간 갈등을 부추기는 국가와 세력이 엄존하는 이 마당에, 트럼프의 잔인한 보복관세는 소탐대실할 수밖에 없다. 혈맹으로 다져진 한미 간의 신뢰를 추락시킨다면 양국이 애써 신뢰로 쌓아온 탑(塔)에 균열을 가져올수밖에 없다.
철저한 보호무역자이자, 자국이익주의자 트럼프플랜에 맞설 철저한 대비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만큼 정부와 기업, 경제단체들이 함께 대미 통상전략을 재점검해야한다.그러면서 한편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이어 꼬집은 중국, 일본등과도 국제 공조체제를 구축, 공동대응책도 필요하다.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동맹국 대통령이기보다 자국이익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언제든 미국금리인상을 통해서든, 무역관세부과를 통해서든 미국이익이라면 한국경제를 망가뜨릴 수있다.그런 만큼 환상과 착각엣 벗어나야한다. 우리 정부의 숙제는 트럼프를 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