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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와 임종석, 창과 방패였나?
김성태와 임종석, 창과 방패였나?
  • [충청헤럴드=박상현 이성철 기자]
  • 승인 2018.02.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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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운영위원회의 21일 전체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소속 김성태 운영위원장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간에 물고 물리는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당 원내대표 취임 이후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처음 청와대 업무보고를 받은 김 위원장은 애초 간사 간 합의를 통해 오전으로만 잡았던 보고시간을 오후까지 연장하는 등 시작부터 팽팽했다.

국회운영위원회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국회운영위원회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속개된 운영위 회의장에서 임종석 실장을 일으켜 세워 청와대의 자료 제출 미비와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아 '꾸중(?)'하면서부터다.

그는 청와대 관계자가 자신의 말에 웃었다며 이 관계자를 일으켜 세우기며 톤을 높였다.

김 위원장은 "저 뒤에서 앉아서 웃으신 분 일어서보라. 하얀 와이셔츠 입으신 분 말이다"라며 "청와대 직원이 위원장 이야기를 자조적으로 비꼬는 데 이게 청와대 입장이냐"고 말했다.

김성태 운영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자료제출에 성실히 임하세요"라고 발언하고 있다.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회의에서 자료제출 문제로 임종석 비서실장을 발언대에 나와서 답변을 요구한 것이 논란이 되자 정회를 선언했다.[사진=연합뉴스]
김성태 운영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자료제출에 성실히 임하세요"라고 발언하고 있다.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회의에서 자료제출 문제로 임종석 비서실장을 발언대에 나와서 답변을 요구한 것이 논란이 되자 정회를 선언했다.[사진=연합뉴스]

지목된 청와대 관계자가 "웃지 않았다"고 답하자 김 위원장은 "국회 CCTV에서 웃는 모습이 나오면 어떡할 거냐"고 추궁했다.

이를 본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김위원장을 향해 '겁박과 독선'이라며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이렇게 위원회 격을 떨어뜨리나. 이게 독재고 독선 아니냐"고 항의했다.

박홍근 민주당 간사가 "말씀을 가려서 하시라"면서 "죄 짓고 나온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위원들을 향해 "발언 그만해라! 발언 기회도 주지 않았다. 이게 집권당 행패지 뭐냐"라며 "위원장 말투까지 지적하는 게 집권당 의원으로서 올바른 태도냐"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명령조로 임 실장을 향해 "발언대에 서라"고 요구했다.

임 실장이 "여기서도 가능한데 따로 나가서 서야 합니까"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거듭 "서세요"라고 요구했고 임 실장은 결국 발언대로 나갔다.

김 위원장은 임실장에게 "자조적으로 비꼬면서 웃는 게 '자료제출을 성실하게 해달라'는 위원장의 입장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냐"며 물었다.

임 실장은 "위원장의 말에 누가 웃었을 리 있느냐. 제가 성실히 답변드렸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료 제출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선 "오전에 이미 답변 드렸기로,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가 월요일부터 오기 시작해 정리를 마치지 못한 부분이 있고 규정상 해석이 다른 부분이 있어 최대한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드릴 테니 시간을 주십사하고 말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좋다. 지금까지 우리 위원회에 대한 청와대의 자세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원칙대로 하겠다"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임 실장은 "왜 화를 나한테 푸는지 모르겠지만, (오전에) 충분히 설명 드렸다"라며 "주말까지도 운영위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고, 자료 요구를 받은 바 없다. 그마저도 시간을 못준다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운영위원장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국회운영위원장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임 실장은 김 위원장이 자신을 불러 세운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 실장은 "위원장님이 내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오전 내내 성실히 답변하고 있다"면서 "위원장 명의라 나가긴 했지만 저를 왜 저기 불렀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료 요청에 성실하지 못했고 실장을 비롯한 출석 인사들이 위원장 발언에 대한 협조가 없어 항의 입장으로 발언대에 세웠다"며 "오후 질의가 시작되기 전에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뭔가 특권 의식이 있기 때문에 위원장으로서 실장에게 환기시킨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회의는 속개 20여 분이 지나도록 '청와대 태도 지적'으로 지루한 공방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이 결국 정회를 선언한 뒤, 첫 질의를 시작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아이고" 소리와 함께 한숨부터 내쉬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태 운영위원장의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 제출문제에 대한 호통에 대해 자리로 돌아와서 "자료제출을 위한 준비시간과 제출여부를 위한 검토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태 운영위원장의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 제출문제에 대한 호통에 대해 자리로 돌아와서 "자료제출을 위한 준비시간과 제출여부를 위한 검토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10년 10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 당시에도 당시 문화재청장(이건무)을 불러 세워 '구태 국회'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당시 청장에게 '무식한 사람아, 어디서 그런 답변을 하고 있나. 답변대에 서라'라고 막말해 국회가 희화화 되고 욕을 먹은 적이 있다"면서 "오늘도 또 이렇게 돼 유감스럽다. 청와대에 물어볼 게 산더미인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한국당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이 김 위원장을 거들었다. 성 의원은 "옛날 발언까지 끌고와 위원장을 공격하느냐"라면서 "나도 위원장 발언에 웃는 (관계자) 모습을 봤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발언대에 간 것을 봉변이라고 하니 좀 그렇다"면서 "여당은 조금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요즈음 초등학생에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키면 범죄라고 한다"면서 "운영위원장직을 빌미로 마땅한 이유 없이 임 실장에게 발언대에 오라가라 하는 것은 갑질을 넘어 국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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