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편집인(전 대전일보사 대표.발행인.사장]](/news/photo/201802/2463_3105_1611.jpg)
북한이 평창올림픽 폐막식 특사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파견하기로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 이어 두 번째로 꺼낸 카드다. 김영철은 25일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뒤 이틀간 한국에서 체류할 예정이어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를 놓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강경하다. 그를 ‘천안함 피격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 ‘한국땅을 밟는 즉시 사살하라’거나 ‘연쇄살인범 긴급체포하라’는 험악한 발언과 ‘육탄저지설’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선 ‘반역행위’ ‘이적행위’ ‘북한과 공범’이란 극한 표현까지 써서 반대했다.
올림픽 ‘손님’ 자격이지만 김영철의 방문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국민도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김영철이 천안함 피격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분명치 않다. 국정원도 23일 국회 정보위에서 “(배후로)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지시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군합동조사단 역시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에 의한 것’으로 밝혔지만 주도한 기관, 인물을 특정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야당이 남북관계 현안에서 정부를 비판할 수는 있다. 잘못이 있을 땐 야당답게 감시와 견제를 해야옳다. 그러나 너무 감정적인 대응은 한치앞도 내다 보기 어려운 한반도정세 해법으로 곤란하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역시 이런 한국당에 역공을 취하는 모습이다. 김영철은 박근혜 정부 당시 지난 2014년 남북 군사회담때 북쪽 수석대표였다. 그때는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고 공격한다. 한국당 역시 당시엔 그를 천안함 사건과 연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북대화 진전을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태도는 한입으로 두말하는 격이라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물론 김영철은 북한 내 대남강경파다. 군부와 대남정책을 모두 총괄하는 북한의 실세다. 군인으로 성장해 온 김영철은 대남온건파로 남북관계를 주도했던 김양건이 사망한 뒤 그 자리를 차지했다.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연평도 포격사건과 천안함 폭침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게 부담이 큰 김영철을 고위급 단장으로 선택한 것은 여러 포석이 깔린 것 같다. 김영철이 대남정책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면 남북정상회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남북대화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년 수개월째 지속되온 한반도 긴장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실험 등으로 북미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이른 바 코피 전략을 공공연히 언급하며 군사행동을 서슴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북한 역시 맞대응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평창올림픽 개막으로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는 했지만, 올림픽 폐막 이후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남북과 북미 등의 긴장수위는 다시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김영철의 방문은 이런 긴장관계 완화를 위한 방안을 찾아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다. 때문에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지속되는 강력 제재 완화가 현안이다. 우리 정부도 평창올림픽 특사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관계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남북한 모두에게 김영철은 군사와 남북문제 전반을 협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영철의 방남에 야당과 천안함 유가족은 물론 적지않은 국민들의 반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대남강경파라는 점외에도, 남남갈등을 유도하기 위한 북한의 전략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여야 정치권에서 갈등이 빚는 점에서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북한 입장에서 남남갈등을 유발해 문재인 정부의 운신 폭을 줄이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김영철의 방문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또 다시 초강경 대북 압박조치를 꺼내며 기존의 대북 강경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관계에 새로운 시도가 물밑에서 추진 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한미 정보당국자간의 대화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서훈 국정원장과 미 폼페오 CIA국장은 이번 특사외교 과정에서 긴밀한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김영철이 서훈 국정원장의 대화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3자간의 대화채널 확보는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관계 개선, 무엇보다 북미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다. 그러나 8년간 단절된 남북간의 대화채널이 복원되고, 남한이 북미간의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평창 특사외교는 평가받을 만 하다. 김영철의 방문을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를 비롯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내는 슬기가 절실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김영철은 북한에서 남북관계 최고 책임자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자문도, 조언도 할 수있다. 그렇기에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을 놓고 구체적, 현실적인 대화가 가능한 인물인 것이다. 야당등 일각의 주장처럼 확실하지 않은 과거 행적을 문제삼아 외면하면 남북 대화는 쉽지 않다.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 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책임자라도 만나 설득하여 국민을 지킬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