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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쓴 소리] 아, 충청도...권선택에 이어 안희정까지
[신수용의 쓴 소리] 아, 충청도...권선택에 이어 안희정까지
  • 신수용 충청헤럴드대표이사·편집인(전 대전일보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03.06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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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편집인 (전 대전일보사 대표.발행인.사장)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편집인 (전 대전일보사 대표·발행인·사장)

지난 2002년 충청권 명사들의 모임인 백소회가 그해 1월 초 서울의 한 호텔에서 신년회를 가졌다.

당시 이회창, 이인제 의원과 심대평 충남지사 등 그해 연말에 있을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이 다모였다.

정·재계, 법조계, 언론계, 문화계뿐만 아니라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황우석 박사, 대학 총장과 전현직 국회의원 등 쟁쟁한 인사들이 다 모였다. 단지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만 불참을 했다. 모두들 덕담이 올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는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을 당연시 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30만표 차로 떨어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500만표 득표를 세운 차세대 주자 이인제, 그리고 충청 정치의 대표인 JP에다 뜨는 해로 꼽혔던 심대평지사 까지...충청인의 바람이 현실로 나타나는 듯했다. 타지역 언론은 물론 외신들까지 이회창 총재를 유력한 차기 지도자로 꼽았을 정도다.

그해 한·일 월드컵 직전 국민회의 대선경선에서 이인제 의원이 노무현 전 의원에게 일부 지역에서 패하자 중도에 사퇴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대선주자 경선에서는 예상처럼 이회창 총재가 무난히 당 대선주자로 뽑혔다.

그러나 질주하던 이 총재는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충청도 이전이라는 공약에다가, 김대중 대통령과 경쟁했던 1997년 대선에서 밝혀진 두 아들의 병역면제가 재등장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여기에다, 소위 충청의 맹주라는 김종필 총재마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해 더블스코어였던 이 총재의 지지도가 서서히 꺾이더니 결국 역전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영호남의 기세에 설움을 받아온 충청인들의 바람은 물거품이됐다.

그해 충청도 대통령 당선이란 충청인의 바람을 끝내 이루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5.9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여성 수행비서 성폭행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차기 여권 대선 주자 1,2위로 꼽히던 그는 즉각 지사직에서 물러나고 정치중단을 선언했다. 문재인 후보에게 패하긴 했지만 폭넓은 지지를 받고 2위를 차지하며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던 그다. 그에 대한 충청인의 기대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렇잖아도 지난해 11월 더불어 민주당 소속인 권선택 대전시장이 정치자금법등으로 대법원에서 직위상실형이 확정돼, 가슴아리게 했던 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유한국당 충남 천안갑 박찬우 국회의원도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혐의가 유죄로 확정. 안타까워했는데 안 지사마저 불명예 퇴진이니 서글프다.

그러나 안 지사에게 역성드는 이도 하나없고, 심지어 변호하는 이조차 없는 성추문이니 파문은 일파만파커지고 있다. 심지어 이를 폭로한 여비서는 자신 말고도 또 있다니 그와 함께 해온 민주당과 충남도청 공무원들,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안희정 지지자들, '멘붕'에 빠질수 밖에 없다.

안 지사는 2010년 충남도지사에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한 유력 정치인이다. 그 이전인 2002년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무팀장을 지내며 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대전.세종.충남.충북등 충청권 중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빈자리가 됐다. 문재인 정부들어 중앙정부와 누구보다 교감이 많아 기대됐던 권 전 시장과 안 지사의 중도사퇴는 '아,충청도'라는 탄식이 아닐수 없다.

대권 후보군에 속해 있는 안 지사까지 미투의 고발 대상이 된 현실에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진위여부야 경찰이 수사한다니 두고 볼일 이다. 하지만 피해자라는 김지은 충남도 정무비서는 어제 JTBC방송에 직접 출연해 지난해 6월 말부터 8개월 동안 4차례의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비서는 안 지사의 수행비서했던 이다.

더구나 이날 안 지사가 사회를 뒤흔드는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MeToo)’에대해 도청 직원을 상대로한 지지발언을 한날이다. 안 지사는 김 비서의 폭로가 있기 직전 도청 행사에서 “미투 운동(#MeToo)은 인권 실현의 마지막 과제로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니 기만당한 느낌이다.

그런 날 공교롭게도 안 지사의 정무비서인 김 씨는 ‘미투(#MeToo)’가 한창 벌어지고 있던 지난 2월에도 안 지사의 성폭행과 이를 걱정해 무마 시도를 했다고 증언 했다.  

안 지사 측은 “부적절한 관계는 있었지만 강압은 없었고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언론은 도지사를 24시간 밀착 수행하며 그의 말 한마디를 지상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수행비서의 업무 특성과 역할을 감안할 때, 안 지사와 김 비서 간의 ‘부적절한 관계’는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김 비서는 방송을 본 국민에게 “(성관계를) 최대한 거절했지만 (자신의 위치상 거부하기) 어려웠다”며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래서 안 지사는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법적 공방 뒤에 숨어버리는 비겁한 행위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추미애 대표는 방송보도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출당과 제명조치를 단행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트위터 지지자 그룹 ‘팀스틸버드(@TeamSteelBird)’는 안희정 지사가 수행비서를 네 차례 성폭행했다는 보도가 나간 5일 밤 트위터에 지지를 철회했다.

심지어 이들은 성명에서 “보편적 인권을 말하는 안희정을 지지했다. 민주주의 절차와 시스템을 중시하는 그를 믿었다. 그러나 이번 jtbc 보도를 통해 그의 철학과 가치는 모두 허위임이 명백해졌다”고 밝혔다.  

팀스틸버드는 “피해자의 고통 앞에서 저희 지지자들이 받은 상처를 거론하는 것은 너무도 염치없는 일”이라면서 “오히려 그간의 지지활동이 피해자에게 또다른 상처를 안기고 고립감을 느끼게 한 것은 아닐까 두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곁에 서겠다. 뒤늦으나 피해자에게 연대와 지지를 전하며 향후 2차 가해에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역시 안희정 충남도지사 수행비서의 성폭행 폭로와 관련해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사법적으로 어떤 범죄일지 떠나서 이 문제는 사과로 끝나기 힘들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정치인 안희정의 생명은 JTBC 인터뷰로 끝난 것이다. 민ㆍ형사 차원의 쟁점이 있다고 해도 그건 자연인 안희정의 다툼”이라고 평가했다.

아! 우리 충청도, 끝내 좋은 지도자가 있어도 모르고, 없어도 걱정인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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