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를 성폭행한 의혹으로 잠적한지 나흘만인 9일 오후 검찰에 자진출두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시간30분에 걸친 조사를 받고 10일 새벽 3시 쯤 귀가했다.
조사를 마친 안 전 지사는 피해자 김지은(33) 씨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서울서부지검 청사를 나오며 피해자 김 씨에 대해 "저를 지지하고, 열심히 했던 참모"라며 "상실감과 배신감을 줘 미안하다"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3/2730_3498_4420.jpg)
피곤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 안 전 지사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카메라 앞에 섰고, 질문에 답할 땐 말을 더듬기도 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그는 "모욕감과 배신감을 느낀 많은 분들께 정말로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혐의를 인정하느냐, 추가 피해자를 인정하느냐' 등의 질문엔 "검찰 조사가 많이 남았고, 이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 과정에서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던 한 시민이 "제대로 말하라"며 호통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CCTV등 압수물을 분석해 다음주 소환일정을 잡았던 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고소사실 전반에 대해 피의자의 입장을 청취하였으며 현재 진행 중인 피해자 조사를 포함해 사건 수사를 철저하고도 신속하게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입장을 주로 들었다"며 "추가 소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진 출석한 배경을 묻자 안 전 지사는 "(검찰의) 소환을 기다렸습니다만 견딜 수가 없게…"라며 말을 흐린 뒤 미리 준비한 흰 K5 차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안 전 지사는 이정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와 이장주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를 변호인단으로 선임했다.
이날 검찰 조사에 동행한 이정호 변호사는 "변호사는 총 2명"이라며 "안 전 지사가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가 검찰에 나오기 전인 9일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받고 있던 피해자 김 씨는 이날 안 전 지사가 떠날 때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김 씨는 (조사에) 차분하게 마지막까지 임할 것"이라며 "안 전 지사의 일방적인 출두 통보에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이건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를 대리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는 안 전 지사의 출석에 대해 "일방적 출두 통보는 매우 유감"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어떤 사과의 행동과 태도도 아니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씨는 지난 5일 언론을 통해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하고 이튿날 검찰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앞서 안 전 지사를 출국금지하고 지난 7일부터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했다. 이 오피스텔은 수도권에서 건설사를 운영하는 안 전 지사의 지인 명의로 돼 있다.
김 씨는 이 곳을 성폭행을 당한 장소로 지목했다.
▶김 씨의 폭로 이후 안 전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여직원도 안 전 지사로부터 지난해 1월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