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적인 신파극중에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란 작품이있다. 일명 ‘홍도야 우지 마라’로 더 유명하다.
4막 5장인 이 신파극은 1936년 7월 서울 동양극장의 전속극단인 청춘좌(靑春座)가 공연해 장안의 화제를 뿌렸다.
자료를 찾아보니 임선규 선생이 쓴 극작이다. 임 선생은 동양극장에 관객층을 분석하니, 여성층이었고, 그중에도 기생층이 대다수였다.
작품은 한 기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화류비련(花柳悲戀)의 멜로드라마로 그 줄거리도 ‘버림 받는 착한 이’를 다루고 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가난하게 자란 남매 얘기다. 여동생 홍도는 오빠를 공부시키기 위해 기생이 된다.
홍도는 오빠 철수의 동창생인 광호를 알게 되어 사랑에 빠진다. 홍도의 애인이 된 광호는 명문가 아들로, 이미 박대감집 딸과 약혼한 사이였다.
신파극은 광호와 홍도의 사랑으로 시작한다. 천한 신분인 홍도는 광호와 동거생활로 들어가자, 광호의 집안에서는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집안 사람 모두가 나서 이들 두사람의 사랑을 반대했다. 그러다 광호의 부모도 두 사람의 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굴복하고 홍도를 며느리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광호가 유학을 떠나자 시어머니는 기생며느리를 박대하고 내쫓는다. 시누이의 멸시와 음모 때문이다.
-착한 우리국민의 참담함과 자괴감.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홍도를 부정한 여자로 만든다. 그때쯤 남편 광호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다.
홍도는 순사가 된 자기 오빠와 함께 남편을 만나기 위해 시댁으로 간다.
그러나 음모자들인 시댁 식구와 남편은 그녀를 부정한 여자라고 박대한다. 남편인 광호도 전 약혼녀와 결혼하려고까지 한다.
절망의 끝에 몰린 홍도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결국 남편을 가로채려는 약혼녀에게 우발적으로 칼을 휘두른 홍도는 순사가 된 오빠에게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끌려간다.
작품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서생인 월초다. 월초의 야비한 계략에 의해 비극이 시작되고 그의 고백에 의해 극중 사건이 해결되면서 결말을 맞는다.
작품은 홍도라는 기생 출신의 여성과 오빠인 철수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엮어지는 갈등구조에서 당시의 다양한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선악의 인물들을 대칭적으로 배치하여 악인에 의한‘ 한 많은 여인의 한’또는 ‘착한이의 수난’을 다룬다.
착하디 착한 우리 국민은 22일 밤 참담함과 배신감에 사로 잡혔다.
제 17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영장이 발부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해 이 무렵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거의 1년만이다.
지난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에 이어, 23년만에 전직 국가 지도자 두 명이 동시에 수감되는 해괴한 사태, 국민은 배신감과 자괴감에 참담할 뿐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박 전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전직 대통령이 수감된 모습에 참담하고 어지간히 복(福)이 없는 백성이다.
그것도 개인적으로는 씻을 수 없는 불명예지만 법리적으로는 당연한 귀결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되새기게 된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이 전 대통령의 구속과 서울 동부구치소 수감을 지켜보며 참담함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이날 늦은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눈물이 자꾸 흐른다”면서 “지금 이 순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당 수석대변인 논평에서도 “(문재인 정권이) 의도적으로 피의사실을 유포하여 여론을 장악한 후,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구속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땅에서 전직 대통령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어렵단 말이냐”며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수사를 시작할때 부터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무척 잔인하다”고 강조했다.
-음모론과 정치보복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그러나 법원의 구속사유는 장 의원의 논평과는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 의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구속사유를 밝혔다.
범죄사실이 심각한 데다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이 불가피하다는데 방점을 뒀다.
여기에다, 검찰 수사에서 상당한 증거가 확보됐고 관련자들도 구속된 상태여서 법조인 대다수는 영장 발부를 당연시했다.
수사의 핵심증거들은 이 전 대통령이 수족이던 참모들의 진술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도 없다.
죄질과 그간 정치보복이니, 억울함을 내세운 그의 태도를 보면 사필귀정이란 말로도 부족하다.
문제는 국민들의 법 감정이다. 그에게 검찰이 밝힌 범죄 내용과 적용된 혐의로 볼 때 과연 대통령의 직위에서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인사청탁ㆍ공천,공사 수주 등을 통한 돈 거래역시 파렴치범들의 수법과 다를 바 없다.
검찰의 조사에서 볼때도 다스 실소유주이면서 여태 속여 왔기에 많은 국민들이 개탄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돈에 울고 사랑에 속은 홍도’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래서 비난 받는 것이다. 다스란 회사의 분식회계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이 수백 억 원에 달했다. 그 돈은 선거비용 등에 충당됐다.
수사검찰의 말처럼 2007년 대선 당시의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으면 당선무효가 됐을 사안이다.
그런데도 수사내용대로라면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을 기만한 셈이다. 음모론이니 정치 보복이니, 참모들이 한 일이라 모른다고 답변했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터인 데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도 직접 참석을 거부했다.
검찰의 수사내용에 오해나 오류가 있으면 당당히 심문에 응해야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진실규명협조해야
그 자리에 나아가 충분히 방어했어야 했다. 불참하는 바람에 법원은 서류심사로 구속 여부를 결정했다.
우리는 정치보복 프레임, 음모론을 이미 박 전 대통령에게서 봐왔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을 핑계로 지난해 말부터 재판을 거부해 오는 일과 닮은 꼴이다.
그래서 이전 대통령의 정치보복은 박 전 대통령의 그 프레임과 판박이인 셈이다.
법에 있는 방어권을 활용해야하는데 오히려 정당한 사법절차를 방해하려는 의도다.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이제 시작이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사건의혹규명등은 실체적 진실규명이 절대 필요하다.
영포빌딩에서 나온 사법부와 정치권, 종교, 문화예술계 등 수천 건의 사찰 의혹 문건도 의혹을 밝혀야 한다.
구속직전 입장문을 낸 이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진실규명에 협조해야한다. 그런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유ㆍ무죄는 나중 일이다.
검찰수사와 법정에서라도 의혹을 소상히 밝혀야한다. 말로하는 대국민 사과는 더 이상 안된다. 그래야 지지리도 전직 대통령 복(福)이 없어 허탈해하는 국민을 달랠 수 있지 않을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