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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롯데 안면도개발사업 본계약 ‘무산’
충남도-롯데 안면도개발사업 본계약 ‘무산’
  • [충청헤럴드=안성원 기자]
  • 승인 2018.03.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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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롯데의 탈법적 혜택 요구” 무리…28일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취소
28일 조한영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이 롯데와의 안면도 3지구 개발사업 본계약 무산 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남 태안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 3지구 계약이 무산됐다. 우선협상자인 롯데컨소시엄과의 본계약이 불발되면서 또 다시 표류하게 됐다.

도는 28일 롯데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취소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롯데 측이 본계약 일정의 추가 연장을 요청함에 따른 것으로, 앞서 롯데는 지난해 7월 28일 예정됐던 본계약도 연장을 요구한 바 있다. 

충남도가 주장하는 계약파기의 핵심 이유는 ‘롯데의 탈법적 혜택 요구’다.

도에 따르면, 롯데는 사업부지 중 롯데가 매입했다가 5년 뒤 태안군에 기부채납토록 돼 있는 녹지를 매입 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과 전체 토지가격을 241억 원 이하로 조정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협의조정을 위한 추가 연장을 요구했다. 

이 두 가지 조건은 공모지침에 위반되고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도의 판단이었다. 또 롯데가 본계약 체결을 위한 사업법인(SPC)도 설립하지 않아 공모지침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했다고 도는 설명했다.

안희정·신동빈 궐위…본계약 무산, 예정된 수순?

지난 1991년부터 추진된 안면도 관광지 조성사업은 2020년까지 태안군 안면읍 승언·중장·신야리 일원 299만152㎡에 총 1조474억 원(민간자본 9064억 원)을 투입해 호텔과 콘도, 골프장, 테마파크 등을 건립, 사계절 명품 휴양관광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간사업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표류해 왔고, 2015년 11월 사업대상지를 4개 지구로 분리, 이중 3개 지구는 공모를 통해 개발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공모를 실시한다. 그 결과 3지구에 단독 응모한 롯데는 2020년까지 2107억 원을 투입해 10층 규모의 콘도미니엄 등을 건립하는 사업제안서를 제출했고 2016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이후 같은 해 7월 도는 롯데, 태안군과 MOU를 체결하고 2017년 7월 29일까지 본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허나 롯데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올 3월 28일까지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고, 정작 이 날이 다가오자 추가연장을 요청하면서 계약이 파기됐다. 

사실 이번 본계약 무산은 올 초부터 우려됐던 사안이다. 롯데그룹 수장인 신동빈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데 이어, 이달 초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전망이 어두웠다.

충남도, 정치적 배경 아닌 롯데의 ‘기업 윤리 의식’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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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는 해외자본을 통해 새 사업자를 찾아보겠다는 구상이지만,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브리핑 모습.

하지만 충남도는 정작 정치적 여건 보다는 자사의 이익만 추구하는 롯데의 ‘기업 윤리 의식’을 문제 삼고 있다. 

본계약 체결을 2개월 앞둔 1월 17일 롯데는 돌연 ‘녹지 등 기부체납 토지 매입’ 등 5개 사항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부체납 대상(녹지 21만2239㎡, 도로 1만1773㎡)은 롯데 매입대상지(56만3085㎡)의 39.8%에 달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가 새로 설치한 공공시설은 관리처에 무상 귀속토록 돼있고, 안면도 개발사업 공모지침서에도 ‘개발 사업자는 토지 전무를 매입하고 공공시설은 5년 내 태안군에 무상귀속 조치해야 한다’고 돼있다. 법과 규정을 초월한 특혜를 요구한 셈.

또 이달 15일 롯데와의 협의에서는 롯데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결정하는 이사회조차 열지 못해 SPC 설립에 실패한 사실까지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롯데는 SPC 설립 전제 조건으로 전체 토지 매입 가격을 최대 241억 원으로 제시했다. 

이 역시 공모지침에는 2개의 감정평가기관의 결과를 따르도록 돼 있다. 주변 시세를 놓고 봤을 때 토지매입가는 롯데측이 제시한 금액보다 2~3배는 될 것이라는 게 도의 분석이다. 두 조건 모두 탈법적 요소가 강하다. 롯데측이 사업포기를 위한 구실을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도, 해외자본 유치 검토…‘사업 원점 재검토’ 회의론 무게

이번 계약 무산으로 충남도는 1·4지구를 대상으로 추진하려 했던 해외자본 유치에 3지구도 포함시켜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계획이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조한영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수년 동안 공을 들여 온 관광지 조성 사업이 차질이 발생해 안타깝고 도민과 안면도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다음 달 코트라와 협업해 진행할 예정인 안면도 1·4지구에 대한 유럽 IR(홍보활동)에 3지구도 추가하는 등 새 사업자 발굴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회의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브리핑에 참석한 A기자는 “무려 27년간 첫 삽도 뜨지 못한 사업이라면 사업성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민선7기의 과제로 넘기는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고 충고했다.

한편 안면도 관광지 1지구는 지역 영농조합 등에 2022년까지 임대해 올해부터 매년 꽃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2지구에는 지난 2015년 유치한 기획재정부 연수 시설이 들어설 예정으로, 내년 착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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