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투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에서 20여년전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사범에게 20여명이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29일 피해자연대 소속 이 모(33·여)씨는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권도장 사범 강 모씨에게 수많은 피해자가 태권도장 안팎과 대회참가 시 숙소 등에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강 씨는 전 대한태권도협회 이사까지 지낸 인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제가 피해 입은 시기는 20여년 전이지만 최근 10년 전가지도 상습적으로 지속해 왔다고 들었다"며 "발생장소는 체육관 안팎과 대회참가시 묵었던 숙박시설에서 주로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최초든 마지막이든 가릴 것 없이 상습적이었다"면서 "(혹여 체육관을 그만 두겠다고 하면) 4시간 감금 폭행, 밧줄로 목을 조르는 등 폭행과 협박이 상습적으로 자행됐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저희로서는 매우 무서운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씨의 폭로는 꽤 구체적이었다. 이 씨에 따르면 강 씨는 승단 심사 준비 중 동작이 틀릴 때마다 탈의를 지시하거나 샅보대(낭심 보호대) 착용여부를 확인한다는 핑계로 남녀불문 성기를 만지거나 속옷에 손을 넣고 음모를 뽑기도 했다.
정신교육을 이유로 탈의시킨 뒤 바닥에 업드리게 하고 호구와 복부사이의 공간을 이용해 여학생의 가슴을 훑어보는가 하면, 2차 성징이 온 여학생들은 자신이 몸 상태를 알아야 한다며 속옷에 손을 넣고 만졌다.
심지어 대회를 참가를 위한 숙박장소에서는 하체가 아프다는 여학생에게 성경험 유무를 확인한다며 성기에 손가락을 집어 넣고, 체중을 초과한 선수에게는 속옷을 벗게 한 뒤 신체접촉을 하기도 했다.
신체접촉은 물론 여성 성기 손가락 삽입까지…"예뻐해서 그런 것"
이 씨는 "당시 체육관 선수부만 30여명 정도 였다. 어린 나이여서 상황분별이 어려웠고 부모에게 얘기하면 '관장님도 너희들이 예뻐서 그랬다'는 등 부모들 조차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 였다"고 전했다.
이 씨는 "당사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모두 20여 명이지만 연대에 동참 희망자는 14명 정도며, 피해자는 남·여 교습생 반반정도 된다"면서 "피해자 연대와 상의해 고소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사실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피해자도 있었지만, 최근 안희정 전 지사 성폭력 피해 사건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며 "가해자 측은 지난 폭로 이후 첫 만남에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두번째 만남부터는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인을 통해 협박까지 했다"고 분개했다.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도 언급했다. 이 씨는 "가해자 측과 만난 상황이 담긴 음성녹취파일이 있지만 법정에 가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직 지도자로 활동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조치원읍에서 태권도장 관장으로 등록된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 지도를 한 것은 10년도 더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 씨는 피해자들의 사례를 취합해 경찰에 고소하고, 여성인권단체의 지원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