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이인제 등장, 민주당 경선전략 영향은?
이인제 등장, 민주당 경선전략 영향은?
  • [충청헤럴드=안성원 기자]
  • 승인 2018.04.05 1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성원의 ‘틈’] 양승조 ‘중앙정치인’ 대결, 복기왕 ‘미래-과거’ 구도
6.13 지방선거에 충남도지사로 도전하는 세 사람.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이인제 고문, 더불어민주당 양승조·복기왕 예비후보.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선거에 좀처럼 유력한 후보를 내지 못했던 자유한국당이 이인제 고문을 전략공천하자 더불어민주당 양승조·복기왕 예비후보들도 저마다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인제 고문은 ‘피닉제(불사조 피닉스+이인제)’라 불릴 만큼 선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돌아보면 충청민심과 이반된 행보가 많았다. 세종시를 부정했던 활동,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한때나마 충청지역에 자리를 잡았던 이회창 전 총재와의 악연 등이 그렇다. 

이 전 총재와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복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출마, 보수진영의 표가 나뉘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도 했다. 이후 경선에 패배하면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그만큼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정치권에 몸담은 사람들에게는 크다면 큰 인물. 그래서 그런지 이인제 고문의 등장에 자유한국당 소속 출마자들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이인제라는 인물이 민주당의 여러 악재에 힘입어 민주당으로 기울었던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균형을 맞춰주길, 더 나아가 보수진영의 바람이 불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를 대하는 민주당의 양승조, 복기왕 예비후보의 전략을 짚어보았다. 후보들의 발언을 제외하면 다분히 기자의 시각을 중심으로 한 분석임을 미리 밝혀둔다.

양, 중앙정치 출신 거물급 싸움 흐름…‘복기왕 소외’ 유도

사실 아직까지 충남의 선거판은 민주당이 우세하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당 지지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성추행 스캔들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불륜으로 인한 중도 사퇴에도 민주당 지지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후보자별 지지도 역시 민주당 후보가 높게 나오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판세는 유효하다.

양승조 예비후보도 상대당 이인제 고문보다, 같은 당 경선상대인 복기왕 예비후보를 신경 쓰는 눈치다. 공격거리가 많은 이인제 고문임에도, 직접적인 타격은 피하고 오히려 그의 관록을 상당부분 인정하는 눈치다. 중앙무대 출신의 거물급 대결 구도로 몰고 가려는 전략이 깔린 듯하다.

실제 진난 달 27일 당진시청에서, 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3일 충남도청 기자회견에서 무려 세 번이나 “이인제 고문을 본선 상대로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모두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도민의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만 보였다. 복기왕 예비후보가 “시대정신에 역행한다”고 이 고문을 겨냥한 것과 사뭇 대조된다.

물론 세종시, 탄핵발언 등에는 이인제 고문의 발언에 반발하며 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두 이슈는 부각될수록 양 예비후보에게 유리하다. 그는 세종시 사수를 위해 목숨을 걸고 22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바 있다. 박근혜 정권 때는 ‘박정희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하다 온갖 고초를 겪기도 했다. 민주당의 정신을 지켜왔음을 강조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이렇게 흘러가면 자연스럽게 기초단체장 출신인 복기왕 예비후보가 소외되는 구도가 형성된다. 복 예비후보도 국회의원의 경험이 있지만 초선 1년 만에 선거법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기에 6선의 이인제나 4선의 양승조와 견주기엔 너무 가벼운 이력이다. 

충남 민주당 맏형으로서 복기왕 예비후보의 직접적인 견제에 맞대응하기도 격이 맞지 않았고, 현역 의원 경선 페널티라는 악조건에 처해 있는 양승조 예비후보 입장에서 이인제의 등장은 ‘본선경쟁력’을 바탕으로 ‘복기왕 지우기’를 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겠다.

복기왕, 이인제 ‘과거’ 양승조 ‘선당후사’ 공세 

이에 복기왕 예비후보는 같은 당에는 ‘읍소형’, 상대당에는 ‘강공형’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앞서 시대정신에 뒤처진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던 그는 5일 청양군 당원 간담회에서 “저는 ‘미래’고 이인제 전 의원은 ‘과거’다. 도지사선거에서 복기왕 포스터와 이인제 포스터가 나란히 걸려 있으면 유권자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선택할 것이다. 앞으로 갈수록 더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이 전 의원은 출마하면서 충남지사에 뜻을 두고 있지 않았다. 보수우파 부활을 위해 나왔다고 한다. 이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도지사는 충남을 발전시키고, 대한민국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반면 양승조 예비후보에게는 지속적으로 중앙정치를 지켜달라는 ‘선당후사’ 정신을 호소하고 있다. 예전 박수현 전 대변인을 향해 정치이력에 대해 강한 질문을 던졌던 때와는 다른 태도다. 구본영 천안시장의 구속으로 인한 민주당내 위기론도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4일 청양 당원과의 자리에서 복 예비후보는 “구 시장이 구속돼 천안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을 지켜야 하는데 천안 갑에 이어 천안 병까지 재보궐 선거가 발생하는 데에 대한 깊은 우려가 당내에 있다”며 “두 곳에서 동시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자유한국당이 천안에 총력을 집중해 자칫 충남의 지방선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록 앞세운 이인제…도전자 역할 바꾸기 시도?

반면 이인제 고문은 두 사람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되려 “훌륭한 경쟁자”라면서 선배 정치인으로서의 여유를 보였다. 

이 고문은 “양 의원은 같이 의정활동을 했다. 당이 달라 깊이는 모르지만 국회에서 굉장히 합리적이고 차분하게 맡은 일을 추진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복 전 시장은 마주할 기회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며 “두 분 다 훌륭한 분들이다. 어느 분이 후보가 되더라도 충남의 발전을 놓고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도민의 선택을 받는 도지사 선거가 되길 희망 한다”고 덕담했다.

민주당의 절반 수준의 지지율, 현역 의원이 고사하는 바람에 떠밀리듯 출마하게 됐다고 고백한 입장에서 이런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 의외다. 선배정치인의 관록과 넓은 아량을 보임으로서 마치 자신이 강자고 상대당 후보들이 도전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이인제라는 거물급 경쟁자의 등장이 민주당 경선흐름을 어떻게 바꿀까. 당장 8일 예정된 민주당 경선 TV토론회에서 주요 논쟁거리로 예상되고 있다.

 

‘틈’은 기자가 취재현장과 현실과의 사이에서 느낀 단상을 풀어놓는 코너입니다. ‘틈’이라는 이름은 ‘간격’을 뜻하는 단어 본래의 사전적 의미와 ‘통하게 하다’는 ‘트다’의 명사형을 칭하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