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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성 커진 학교안전업무, 정작 교육행정은 '기피'
중요성 커진 학교안전업무, 정작 교육행정은 '기피'
  • [충청헤럴드=한내국 기자]
  • 승인 2018.04.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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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 '빅3' 중학교, 학교폭력 업무 기간제·초임 교사에 떠넘겨…학생안전관리 허점
대전 둔산지역 소재 '빅3중학교'의 학교안전담당이 초임교사와 기간제 교사에 집중돼 학생안전관리에 헛점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자료사진]<br>
대전 둔산지역 소재 '빅3중학교'의 학교안전담당이 초임교사와 기간제 교사에 집중돼 학생안전관리에 헛점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자료사진]

“그 애에게 괴롭힘 당하던 것이 자꾸 생각나서 학교 가기가 무서워요. 그 아이는 공부도 잘하는 아이고 선생님들도 좋아하는 아이예요. 저는 공부도 못 하고 인기도 별로 없는데, 누가 제 얘기를 듣겠어요? 밤에도 매일 무서운 꿈을 꿨어요. 학교 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었어요. 육교에서 떨어질까도 생각했는데 엄마 아빠 생각에 차마 할 수 없었어요.”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간한 책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에서 학교폭력의 고통과 어려움을 표현한 글이다.

이처럼 학교폭력의 심각성 때문에 예방활동에 범정부적 차원의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대전 둔산지역의 ‘빅3’ 중학교는 학교안전 담당자가 초임교사와 기간제 교사로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A중학교의 학생안전부 학교폭력 총괄업무가 새내기 초임교사에게 맡겨졌다. 뿐만 아니라 학업 중단, 자살예방과 학교폭력 등의 업무는 기간제 교사에게 대부분 전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초임교사는 학기 초에만 5건의 폭력사건이 발생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자 군 입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중학교도 학생안전부 학교폭력 담당을 대부분 기간제 교사들에게 분장했고, C중학교 역시 학교폭력 담당을 다수의 기간제 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다년간의 경력을 가진 정교사들이 학교폭력과 학생안전 관련 업무를 기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여기에 상담활동 역시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무적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상담기록을 남기도록 돼 있지만 형식적인 ‘실적’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업무가 과중한 교사들이 상담이나 학교폭력 예방활동에 전담할 수 없는 현실도 주요한 이유다.

이같은 실정을 보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위기순간에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할지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하는 대전시교육청이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 

대전시교육청 “기피현실 인정하지만, 문제될 건 없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나 학교폭력은 다루기가 어려운 사안이다 보니 기피하고 있는 사무임은 분명하다”며 “다만 학생부에도 부장급 교사가 배치돼 있기 때문에 (학교폭력 담당자가) 초임이나 기간제 교사가 다수라 할지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학교안전을 위해 고화질 CCTV를 전 학교에 2대 이상 설치했으며 올해 역시 7억여 원의 예산을 편성,기존 저화소 CCTV를 고화소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설을 최신화 해 안전적인 환경을 담보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정작 위기의 순간에는 ‘사람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둔산의 모 중학교에서 여교사를 상대로 한 집단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시교육청은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다 비난을 샀다. 또 같은 시기 유성의 한 고교에서 왕따에 시달린 여고생이 옥상에서 추락사한 사건을 성적을 비관한 단순 실족사로 처리했다가 유가족이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등 사회적 파장을 키우기도 했다.

시교육청이 학교안전 운영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CCTV 확대에만 매달리는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익명의 제보자 D씨는 “업무의 연속성과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간제 교사나 초임에게 학교내 안전관리와 학교폭력 등의 업무가 주어지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학생안전업무가 오히려 경력직 정교사들이 회피하는 업무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학교폭력 예방업무 기피의 일상화는 안전매뉴얼의 적용과 보직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게 하는 교장들의 보신, 교사들의 이기주의와 맞물려 학교안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시교육청 역시 학교폭력 등 위기발생시 요구되는 경험 있는 전담교사나 ‘배움터 지킴이’의 효율적인 관리를 뒷전으로 두면서 학교안전의 위험요소를 키우고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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