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루킹이 괴성을 지르고 있다. 김경수 민주당 국회의원도 괴성을 내뱉고 있다. 민주당원의 댓글조작 사건을 주도한 범인이 드루킹이다. 이 아이디는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World of War Craft)’ 또는 ‘와우(WOW)’라는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왕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가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이라는 걸 이용해서 댓글족에 의한 인터넷 여론을 왜곡했다는 소리가 함성으로 들린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벌떼 같이 일어나 천막투쟁을 벌이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국이 혼란에 빠져 국회가 마비된 상태이다. 민주당은 그래서 한국당을 비난하며 국회복귀를 강권하고 있다. 그러니 드루킹과 김경수가 괴성과 함성을 지르는 꼴이 아닌가.
진흙탕 싸움판이 되어버린 이 ‘드루킹 게이트’는 미국 닉슨 대통령의 코를 꿴 ‘워터 게이트’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했다. 드루킹은 실명이 김동원이라는 49세 민주당 권리당원이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느릅나무 출판사’를 차려 놓고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는 단체 ‘경인선(經人先 경제도 사람이 먼저이다)’ 블로그를 주도하며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라는 단체를 운영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사이트 네이버(Naver)에다 ‘문재인을 지켜주세요’라는 매뉴얼을 제작했다. ‘경인선’ 회원들로 하여금 문재인 후보기사에 ‘선플(선한 댓글)’을 남기고 추천과 공감 버튼을 누르도록 권유하는 방식으로 ‘댓글 늘리기’ 사기행각을 자행했다.
드루킹은 실제 작년 4월에 “노무현 대통령님을 따라다닌 악플들이 이제는 문재인을 따라다니며 네이버의 메인 노출시간마저 현저하리만큼 불리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면서 경인선 회원들에게 문재인의 ‘선플 방패’가 되어달라는 게시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국민선플단 운동’이다. 즉 경인선 회원들이 네이버에 결집해서 ‘온라인상의 여론조작 댓글부대 전쟁’에 참여하라는 독촉을 서슴지 않았다. ‘베스트 댓글’의 영향력을 강조하면서 조폭에 다름 아닌 ‘문팬’의 공감횟수 늘리기를 억지로 강요했다. 얼마나 집요한 술수의 괴성이며 함성인가.
게다가 김경수 의원의 괴성은 더욱 웃기고 있다. 드루킹 김동원이 김 의원에게 보낸 메시지가 마냥 일반적이었다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그것도 경찰이 하는 소리였다가 뒤늦게 번복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김 의원이 드루킹의 메시지를 받고 의례적으로 답변만 했다는 거짓 변명을 늘어놓은 딴전부리기를 대변하기 바빴다. 그것만이 아니다. 김 의원의 등장에 놀란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매일 같이 대책회의를 열고도 수사방향을 결정하지 못 하고 우물거리다가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증거인멸과 도주를 방조한 셈이다. 마침내 이칠성 경찰청장이 부실수사를 지적하면서 ‘서울청장의 경솔’을 인정했다.
휴대전화에서나 컴퓨터에서 받은 메시지를 보지도 읽지도 않은 채 답변만하는 엉터리 수신자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 초등학생도 받은 메시지를 보지 않고 답변만 보내는 짓은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내용을 읽어야 답변을 하는 게 상식이지 않은가. 경찰은 왜 이런 기초적이고도 일반적인 기법을 무시했는지 궁금하다. 그 정도로 무식하고 무지한 경찰이던가. 정말 개똥만도 못 한 소리를 한 게다. 아니 그래서 ‘dung dog’이라는 별칭을 받지 않는가. 딱한 노릇이다.
야권 3당이 ‘드루킹 특검’에 합의했다. 이에 여당은 후안무치하게도 ‘대선불복’을 들먹인다. 드루킹 사건은 얼핏 대선과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악풀에 대항하는 선플의 추천 공감 수 늘리기를 너무나도 엄청나게 실행했기 때문이다. 김경수 의원 보좌관에게 상자에 담아 전달한 현금 500만 원이 개인적인 두 사람 간의 채권채무 관계가 아니고 선물이었다는 사실이 들어났다. 드루킹이 추천한 일본 오사카 영사관의 공사임명이 청와대에서 수용되지 않자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협박을 감행한 행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정황이야말로 드루킹의 대선관련댓글 조작행위자라는 걸 입증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드루킹과 김경수 의원이 그동안에 저지른 행태가 괴이하고 괴상하고 괴탄(怪歎)스럽다 아니 할 수 없잖은가. 드루킹이 경공모를 통해 재벌 오너들을 몰아내고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모토는 허장성세의 함성이었다는 게 천하에 밝혀졌다. 김경수 의원이 특검이든 무어든 당당하게 대응하고 경남지사직을 쟁취하겠다는 기자회견담화는 간지럽고 약삭빠른 괴성이 아니고 뭔가. 여당은 이 댓글조작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공손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6·13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러내려면 그런 용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가의 혼란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이고도 진취적인 전략이 우선해야 되는 마당에 정치권에 당부하는 국민의 절규로 경청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