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힐링프로젝트" = 충청헤럴드 x 인성역전
-인성역전=교육, 철학, 상담, 심리 전문가가 풀어주는 인성에 대한 재미있는 수다
-교육= 원은석 교수 / 철학= 정윤승 교수 / 상담= 서명석 박사 / 심리= 김현경 작가

사람의 성격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이론, 즉 성격유형론은 고대로부터 다양하게 있어왔다. 오늘날에도 혈액형이나 태어난 날에 해당되는 별자리 등으로 사람의 성격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 많다. 혈액형이나 생년월일이 성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아무 과학적 근거가 없음이 이미 밝혀졌음에도 그렇다. 이는 복잡한 사람의 성격을 간단하게 이해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특정한 성격유형론을 믿지 않더라도 사람을 많이 겪다 보면 성향이 비슷한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특별히 몇 가지 유형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성격유형론은 언제나 인기 있는 주제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성격에 실체가 있는가?”, “성격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가?”, “성격이 인생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가?” 등의 질문을 하면, 선뜻 그렇다고 믿는 이가 혈액형을 믿는다는 이들보다도 적다. 실은 이 모두는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임에도 말이다. 성격의 실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성격심리학’이라 하는데, 최근 비약적으로 발달한 진화심리학, 행동유전학, 뇌과학 등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①성격은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실체이며, ②대부분 유전적으로 결정되고, ③평생에 걸쳐 크게 변하지 않으며, ④성격 특성으로 인생사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 증명했다. 따라서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성격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다.
현대 성격심리학에서는 성격유형론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①같은 성격유형에 속하는 사람들 간에 매우 큰 개인차가 존재한다. ②성격유형을 구분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③성격유형론은 성격의 현상에 대해 기술할 뿐, 그 구조나 기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④성격유형론은 개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초래할 수 있다. 모두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에도 DISC, MBTI, 에니어그램 등 나름 체계를 갖춘 다양한 성격유형 분류 도구들이 교육, 상담, 영업 등의 영역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인간의 성격과 같이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범주화가 실용적인 측면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계 또한 분명하다. 모든 범주화는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학점은 A부터 F까지로 범주화된다. 모든 학생들의 성적을 이 기준에 맞춰 넣다 보면 반드시 애매한 부분과 억울한 경우가 생긴다. 그렇기는 하나 범주화를 아예 포기하기란 어렵다. A-와 B+ 사이의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A+와 C-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모두 고유한 존재임은 사실이나, 인간의 성격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겨난 시스템이므로 그 차이만큼이나 비슷한 면들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특정한 기준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해 보면 그 공통점과 차이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나,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성격분류학은 고유한 성격 특성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측정, 분류함으로써 인간 내면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자신의 감정과 대인관계의 문제를 풀어 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용적 도구로 보면 된다. 분류의 기준은 이론에 따라 각기 다르며 절대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이론도 진리는 아니며, 상황에 맞게 유용하게 활용하면 된다.
성격유형이 개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초래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격유형은 대체로 사람들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이해하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이 유형에 속한 사람은 이럴 것이다.’ 라는 식으로 성급하게 판단 내리는 데 활용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인간의 기준으로 삼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얼마나 다양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통찰을 얻음으로써, 타인의 성향과 기준을 더욱 존중하고 용인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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