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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시대의 '김영태'...지금 국회가 반성할 일
야인시대의 '김영태'...지금 국회가 반성할 일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편집인(전 대전일보 대표.발행인.사장)
  • 승인 2018.05.07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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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편집인(전 대전일보 대표.발행인.사장)|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편집인(전 대전일보 대표.발행인.사장)|

10여년 전의 일이다. TV프로그램에서 당시 1위는 김두한을 다룬 ‘야인시대’라는 드라마였다. 시청률이 무려 40%를 기록했다. 폭발적인 인기였다. 충남홍성 출신인 항일 독립군의 영웅 백야 김좌진(白冶 鎭) 장군의 아들인 김두한의 뒷골목의 삶을 실감나게 꾸민 드라마였다.

 인기가 대단했다. 어느 정도냐면 당시 국회의원였던 신영균씨가 이 드라마를 만든 SBS프로덕션 회장이면서, 배역을 맡고싶다는 얘기를 할 정도였다. 신 전의원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나면 야인시대 얘기뿐이었다. 한번은 ‘내가 야인시대에서 이승만 대통령 역할을 하고 싶은데...안시켜주네. 힘 좀 써줘’하던 너스레가 생각 난다.

[사진= 김두한의 삶을 다룬 SBS 드라마 '야인시대']
[사진= 김두한의 삶을 다룬 SBS 드라마 '야인시대']

드라마의 끝 무렵, 인터넷 채용정보사이트 ‘파워잡(www.powerjop.co.kr)’에서 야인시대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드라마 등장인물중에CEO로 추천하고 싶은 인물이 누구냐고 전국 1447명을 대상으로 물었다. 그랬더니, 무려 35%가 김두한의 2인자인 김영태였다.

 극 중에 최고 권력자는 김두한이었다. 김두한은 추진력이 뛰어나고, 결단력이 있으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잘이끈다. 결투에서는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며 부하를 아꼈다. 그리고 싸움꾼 보스답게 싸움을 잘한다. 그렇지만 김두한은 김영태의 절반인 17%에 그쳤다.

김두한의 라이벌인 야쿠자의 두목 하야시도 김두한과 같이 17%였다. 하야시역시 주변의 여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조직을 잘 이끌었다. 개인적인 감정에 흔들리지 않았다. 명분을 중시여기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야인 시대 김두한 2인자 김영태, "폭력은 정당화될 수없다. 대화가 중요"

그런데도 김두한의 왼팔이며 조직의 2인자인 그가 보스 김두한, 라이벌 하야시보다 배나 넘게 CEO로 추천하고 싶은 인물 1위에 꼽힌 것이다. 조직의 보스가 아니라 참모일 뿐인데도 그의 인물됨됨이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물론 그를 참모로 쓴 김두한의 용인술도 칭찬받을 일이다.

김영태는 조직을 안정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했다. 빠른 뒤뇌회전과 상황판단능력을 바탕으로 대화와 협상에 능했다.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솜씨도 일품이었다. 김두한의 라이벌인 이기붕의 하수인 이정재와 일촉즉발의 충돌속에도 김영태는 입을 다물었다.

왼쪽은 김좌진 장군의 아들인 김두환 전 국회의원, 중앙이 김을동 전 국회의원[사진=인터넷 웹사이트]

모두가 주먹으로 맞서자고 나섰다. 부하들이 한번 본때를 보이자며 김두한을 부추길 때 그는 젊잖게 말린다. “명분없은 주먹질은 깡패나 할짓이다. 아무리 주먹을 잘써도 그런 싸움은 폭력일 뿐이다. 대화를 해보자. 어떤 명분이라고 폭력을 정당화 될 수없으니 때를 기다리자”. 그게 그의 신조였다.

요즘 여야 정치를 보면서 김영태의 말이 실감난다. 6.13 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대화와 타협도 없다. 급기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30대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호.불호를 떠나 국회안에서 야당 원내대표 폭력은 절저한 조사

김영태의 말마따나 김성태 원내대표가 좋던 싫던 폭력은 정당화 될수 없다. 그는 심한 두통과 턱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폭행 직후 붙잡힌 가해자는 “나는 한국당 지지자다” “아빠도 때려봤다” “홍준표도 테러하려고 했다”는 등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한국당은 이번 사건을 ‘야당에 대한 정치 테러’이자 ‘철저히 계획된 범죄’라로 규정했다. 홍 대표는 사건 당일 저녁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혼자 한 것이 아니다. 배후를 조사해야 한다”면서 계획적 범죄로 단정했다.전희경 대변인도 지난 6일 “백주에 야당 원내대표가 테러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력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10명이 한 조가 돼 24시간 릴레이 동조 단식을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어떠한 이유나, 상황이든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은 폭력이다. 호,불호를 떠나 민주주의국가에서 제1야당 원내 대표가 국회 안에서 폭행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유감스럽고 안타깝다.

경찰에 체포된 가해자는 7일 구속됐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이 폭력이 우발적 범행인지, 계획된 범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단 배후가 없는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냈다.  경찰은 철저히 조사해 폭력을 행사한 이유와 배경등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한국당, 김 원내 폭력사태 예단으로 파행하면 오히려 '역효과' 

그렇지만 한국당도 냉철할 필요가 있다. 사건 실체가 명백하지 않았는데도 ‘계획적인 정치 테러’로 단정짓고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은 옳지 않다. 예단하여 국회운영을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현안이 산적한 이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당은 김 원내대표 폭행 사건이 국회 정상화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러기위해선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를 삼가야 한다. 만의하나 한국당이 김원내 대표 폭력사태를 국회 협상과 연계할 경우 더 꼬여 대치 정국이 장기화할 우려도 배제할 수없다.

한국당 등 야 3당은 드루킹 특검도입을 합의한 채 대 여 압박을 하고 있다. 이 문제로 초래된개점휴업의 국회 파행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대치 정국속에 국회파행이 지속되면 추가경정예산안등 민생법안 처리가 어렵다. 또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의 출마로 의원직을 사퇴한 지역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양비론을 떠나 여야는 당장 국회의원의 본업에 충실해야한다. 감정적 대치에서 한발씩 물러나 절충점을 찾아 난제를 풀어야한다. 지난 2016년 4.13 총선 때 ‘오직 국민만 보고 정치를 하겠다’,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외쳐대던 그 영상구호를 다시 돌려보라.

- 여당, 당당하면 조건달지 말고 특검 도입하라 

더불어 민주당도 책임이 크다. 권력을 훨씬 많이 쥔 여당이면서 야당에 대한 대응도 문제가 있다. 야당이 국회에 돌아오도록 명분을 주고 대화를 하고, 양보할 것은 있는 쪽에서 해야한다. 설득하여 여당의 진심을 보여주고,진정 대화하여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다행이 7일 오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조건부로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밝혔다.이어 여야 원내대표들이 모였다. 하지만 한국당이 드루킹특검과 추경안 저리를 일괄처리하자는 여당의 제안에  반대하고 나서 협상이 결렬됐다. 하지만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가 얼마나 큰 지를 아는 만큼 전격적으로 실마리를 풀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여당은 이처럼 드루킹 사건에 당당하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도입도 진중하게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옳다. 최근 경찰에 출석한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특검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히 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당사자가 수용한 특검을 민주당이 거부하며 국회 파행을 방치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여러 여론 조사기관의 조사에서 보니 특검도입에 대한 찬성이 절반이 넘는다.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해도 향후 준비 절차를 감안하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은 그렇게 크지않다. 여당은 드루킹 특검 수용을 적극 검토, 막힌 물 꼬를 터야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의장이 정상화 협상 시한으로 못박은 8일 오후 2시까지 해법을 도출하길 기대한다. 여야는 이런 저런 명분만 따질 게 아니다. 서로 상대에게 삿대질만 해서는 안된다. 먹고살기 힘든 국민의 한숨과 걱정, 그리고 한반도 주변4대 강국들의 미묘한 속셈을 들여다보고 걱정을 한다면 국회 정상화를 서둘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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