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한 충청헤럴드 대기자(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영문과교수.시인,평론가. 세종TV대표]](/news/photo/201805/4133_5503_3647.jpg)
요즘 검찰위상이 말이 아니다. 싸움판이 벌어져 있어서 그렇다. 구경꾼인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무서운 권력의 충돌이라 무섭다. 검찰이라는 조직체의 실상을 잘 모르기 때문에 싸움질이 무언지 조차 가늠하지 못 한다. 하도 방송과 신문이 떠들어대니까 눈만 껌뻑거려진다. 정말 싸울 거리가 되어 싸운 건지 알 수 가없다. 그래서 마냥 어리둥절 하는 게다.
텔레비전 방송 화면에 이 싸움을 소개하는 걸 잠시 바라보니 강원랜드라는 도박장이 등장해서 어리석은 시청자는 필경 돈 따먹기에서 비롯되었구나 하는 멍텅구리 생각을 했다. 며칠 전 조간신문을 보면서도 그것에 관한 기사에 눈이 갔지만 미처 그 싸움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채용비리 수사를 두고 문무일 검찰총장과 수사팀이 정면충돌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충돌이라니 대갈통 끼리 부딪혔다는 건가. 아니면 프로 레슬러처럼 빡(박)치기를 했다는 건가. 도시 맹랑한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원체 어마어마한 파워를 가진 검찰이라서 싸움질도 무지하게 쎄(세)게 나갈 게 아닌가 싶어 오싹해진다. 더구나 채용비리 운운하는 전투요인을 듣고 보니 취업난 세상에 젊은 놈들 속을 뒤집어 놓으려는 간계가 아닌가 해서 더욱 약이 오른다.
국회 법사위원장의 보좌진에 대한 수사가 싸움의 도화선이라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한 나라의 검찰이 제 식구끼리 싸움질이냐고 보수 꼰대 한 분이 중얼대신다. 그 양반들이 살아오신 세월에는 이런 싸움판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단다. 어디 감히 검찰이 싸움판을 벌이고 내가 잘 했니 네가 잘 했니 하고 따지고 덤빌 손가. 꿈에도 그런 따위 생각마저 못 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하신다.
검찰이라는 말만 나와도 사지가 벌벌 떨리는 시대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검찰 내부의 격돌 아닌 충돌이라도 언감생심이었던 게 사실이다. 세상이 크게 바뀐 건 모르는 바 아니다. 아무리 바뀌었다 해도 이런 싸움질은 당장에 절대사절감이다. 더벅머리에 메기주둥이를 가진 헛소리꾼도 얘기 밑천으로 결코 삼지 않을 코미디도 아닐진대 바뀐 세상 탓만 할 것도 아니구만유 글쎄.
채용비리 수사팀과 검찰총장이 맞붙어 싸움을 하는 자체가 그야말로 엉뚱하고 예사롭지 않다. 국민의 눈초리가 아무리 시원찮아도 싸움구경에는 한가락을 하게 마련이다. 그들이 권부의 앞 정갱이 노릇을 하건 안 하건 간에 시퍼런 칼날로 민초들이 무서워하는 검찰인데 이 무슨 변괴냐고 허탈해 하고 있다. 이 어찌 볼썽사나운 광경이 아닌가. 체면불문하고 ‘뎀벼봐 야!’하고 체통 없는 짓을 하는 건 아니냐. 참으로 보기 역겹다.
우리의 국민 시인 김소원은 자신의 서정시 「진달래」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라고 님을 떠나보내는 센티멘털을 고백했다. 많은 사람이 검찰의 내분을 보면서 김소월의 애틋한 감정을 그대로 지니게 되나 보다. 다들 왜 저 더러운 몰골을 들어내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쉰다. 정말 이 어이 변고인고.
나는 검찰의 위력을 잘 모른다. 검찰에 불려간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유명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창립발대식 당시의 기억에서 힘께 나 쓴다는 검사를 만나서야 그 실상을 온전히 터득했다. 그 발대식의 요람이 충남대학교 캠퍼스였다. ‘조국대순례’라는 기치를 내건 전대협 창립추진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이 서울에서 1진이, 부산에서 2진이 그리고 목포에서 3진이 한국의 중심지 대전의 충남대로 집결했다. 지금의 우상호, 이인영 국회의원이 주동이었다.
당초에 4만 명이나 되는 대학생들이 참여한다는 전대협의 공갈에 노태우 정부의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아직 광역시가 아니던 시절이라 충청남도청에서 부지사의 사회로 지역협의회가 개최되었다. 이른바 피 개최지 대학교의 학생처장인 나는 멋대가리 없는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정보기관, 정당, 경찰, 보안대 등의 보안책임자들이 집결한 회의체에서 뭇매를 당하다 싶이 했다. 본의 아닌 수모도 당했고 예상치 못한 힐책도 들었다.
여기에 힘 있는 양반이 지각 참석하는 바람에 더더욱 몰매를 맞았다. 대전지검의 강력계 검사가 회의시작 시각이 한참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은 탓에 전대협 유인에 충남대가 뭘 했느냐는 책망부터 온갖 잔소리가 다 나왔다. 늦게 온 김 검사는 나와 인사를 건네고는 회의와 관계가 전무한 넋두리에 정신을 빼앗기고 잔말을 늘어놓았다. 급박한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건만 어느 누구도 그의 어투나 행태를 나무라지 못 하고 있었다.
그 뒤 충남대 총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이 구속되었다. 그들의 특별면회를 신청하고 김 검사의 집무실에 갔다. 학생들의 수갑을 풀어주고 자신이 피우던 담배도 한 갑을 선선히 내주어 고맙기 이를 데 없었다. 옆자리에 젊은 피의자가 조사관 앞에서 심문을 받는데도 그런 선처를 해주었다. 자기 친구와의 통화에서 욕말도 서슴지 않았다. 과연 파워풀하구나 하고 감탄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릴만한 권세를 지닌 검사의 위력에 감탄하는 건 민간인 누구나 공유하는 개념이다. 그런 힘이 이번에는 저들끼리 맞장을 뜬 셈이 아닌가. 어느 여검사가 ‘미투’를 외치기도 했다. 이번에는 항명이라는 단어가 동원된다. 총장 흔들기라는 말도 나돈다. 무어가 되었든 검찰총장(the director of prosecution)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전투종료를 성취하면 좋겠다. 아무래도 곤두박질 친 검찰의 위상은 누가 세워 줄 건가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세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