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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리스트', 대법원이 청와대 코드 맞추려했다"
"'성완종리스트', 대법원이 청와대 코드 맞추려했다"
  • [충청헤럴드=박상민 기자]
  • 승인 2018.05.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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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때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성완종리스트' 등의 재판을 청와대와 정치권을 설득 내지 압박할 카드로 활용하려 한 사실을 담은 내부 문건이 나와 큰 파문이 일고있다.

양승태 대법원장때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성완종리스트'등의 재판을 청와대와 정치권을 설득 내지 압박할 카드로 활용하려 한 사실이 내부 문건이 나왔다.[사진=MBC뉴스 켑처]
양승태 대법원장 때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성완종리스트'등의 재판을 청와대와 정치권을 설득 내지 압박할 카드로 활용하려 한 사실을 담은 내부 문건이 나왔다.[사진=MBC뉴스 켑처]

다만 특정 성향의 법관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은 사실 무근으로 최종 결론 났다. 

또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때 청와대와의 관계를 위해 전교조 법외노조 여부 판단조차 뒤집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사진=연합뉴스자료]
대법원[사진=연합뉴스자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25일 저녁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단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숙원사업이자 입법 과제였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의 협상 전략을 모색하는 문건이 임종헌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컴퓨터에서 다수 확인했다.

문건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 재판 영향분석 및 대응방향'을 비롯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과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 전략',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치 관련 검토' 등이다.

이 문건은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관심을 갖는 판결을 통해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담은 것으로 조사하고, 판결 방향까지 직접 연구한 정황이 담겼다.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는 상고법원 입법이 좌절될 경우 사법부가 더 이상 청와대와 원만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진=MBN켑처]
[사진=MBN켑처]

지난 2015년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완구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경남지사 등 유력 정치인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메모와 인터뷰 등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도 활용을 검토했다. 결과는 무혐의 내지 무죄로 끝난 사건이다.

문건에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 '협조→당분간 한계’, ‘기소 전까지는 적정한 영장 발부 외에는 다른 협력 방안 없음’, ‘주요 관심 사건 처리→BH측 입장 최대한 경청하는 스탠스로 우호적 관계 유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처리와 관련, 행정처는 2014년 “전교조의 재 항고 인용을 기각하는 것이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상당한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다음 주쯤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특조단은 또 행정처가 법관들의 성향이나 동향, 재산 관계를 파악한 사실은 있지만 조직적·체계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추가조사위원회에서 발표한 원세훈 전 원장 항소심 선고 전후에 청와대와 행정처가 교감한 정황이 담긴 문건에 대한 추가 조사 내용도 포함됐다. 특조단은 “사법행정이 재판에 관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 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에 BH(청와대)가 흡족해했다는 내용의 문건에 대해서는 “판결 선고 후 각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문건이고 ‘흡족’이라는 표현은 아니지만 청와대가 긍정 평가했다는 기재는 있다”고 설명했다.

특조단은 블랙리스트와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 작성자를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조단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혹에 관련된 행위자들이 관여된 정도를 정리, 징계청구권자 또는 인사권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조단은 대신 “사법부 관료화를 방지할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재판의 독립이 침해된 경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고민했다”고 보고서에 썼다. 제도 개선을 통해 사법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이로써 1년여간 세 차례 진행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이 남아있다. 앞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도 김 대법원장과 추가조사위원 6명을 비밀침해·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했다.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할 경우 전·현직 대법원장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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