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신수용의 쓴 소리칼럼] '무당층·부동층'이여 부디 소중한 선택을…
[신수용의 쓴 소리칼럼] '무당층·부동층'이여 부디 소중한 선택을…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06.04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대표이사,발행인)

무당파나 부동층을 일컫는 말이 ‘스윙보우터(swing voter)’란 단어다. 이 말은 선거 때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무당파나 부동층을 일컫는다. 스윙이란 ‘흔들리다’라는 의미다. 그러니 선거 때 이 후보, 저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7일부터는 여론조사도 공표할 수 없다. 그래서 깜깜이 선거라고 말한다. 이어 충청을 비롯 전국에서 8, 9일 이틀간에는 13일 투표하지 못하는 이가 사전투표를 하는 등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충청권은 아직 뽑을 인물을 정하지 않은 부동층이 3명중 1명꼴이다. 부동층의 수치가 대구·경북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지난 1일에 공개된 한국 갤럽여론조사에 의하면 부동층이 전국평균 24%, 그리고 대구·경북은 36%, 충청권은 30%다.

영화 '스윙 보우터'에서 본 민주시민의 중요성 

더나가 ‘투표를 하지 않겠다’와, ‘아마 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도 전국에서 9%에 달했다. 대구·경북이 15%, 서울 13%, 충청권 10%에 이른다. 충청도의 유권자가 450만 명이니 무려 45만 여명이 주권을 포기하는 셈이다.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 표의 선택, 소중한 한 표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있었다. 한 10년 전 쯤 개봉된 영화다. 그해 우리나라에 대선이 있었으니 2008년쯤 인 것 같다. 조슈아 마이클 스턴감독에 케빈 코스터너가 주연이었던 ‘스윙 보우터’가 바로 그 영화다.

미국 뉴멕시코 주의 작은 도시 텍시코에 직업없이 낚시만 즐기는 버드 존슨(케빈 코스터너)은 중년의 싱글대디다. 총명한 12살 딸 몰리(메들린 캐롤)는 아빠를 대신해 집을 돌본다. 이들의 운명이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격돌한 대선에서 전 지역의 선거인단이 팽팽하게 동수를 이루는 것으로 시작된다.

때문에 시스템 오류로 처리되지 않은 버드의 한 표가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게 된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진다. 선거시스템의 착오로 선거법에 따라 버드에게만 10일안에 재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버드의 한 표가 공화당소속 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중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뉴멕시코의 시골 마을 텍시코로 집중됐다. 세계의 매스컴들은 버드의 일거수일투족에 맞춰졌다. 양측 대선캠프는 버드만을 위한 대선캠페인이 펼쳐졌다. 네이선 레인과 스탠리 투치가 연기한 양당 선거 전략가들의 두뇌 싸움도 점점 이전투구로 번진다.

버드가 사는 작은 마을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심지어 양당의 대선후보(켈시 그래머, 데니스 호퍼)가 직접 이곳에 캠프를 꾸려 버드의 환심을 사려 한다. 총명한 딸 몰리의 도움으로 결국 버드는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거듭난다는 계몽성 짙은 줄거리다. 결말로 가기까지 지루하거나, 답이 뻔 한 것이라는 혹평도 있지만 투표의 중요성을 알린 영화다.

꼭 투표하겠다는 의사는 높아도 실제 투표율은 낮아

우리도 지금 “내가 안 찍어도...”, “찍을 만한 후보가 없어서”, “지방자치가 싫어서...” 등등 여러 이유로 투표 포기자가 나오고 있다. 또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유권자가 상당수다. 반면 지난 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6.13선거에서 ‘꼭 투표를 하겠다’는 충청권 등 전체 응답은 10명중 8명이 넘었다.

앞서 지난 4년전 지방선거 1주일 전 갤럽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꼭 투표할 것'이란 응답이 74%였다. 그러나 실제 투표율은 56.8%로 크게 낮았다. 이처럼 제 1회부터 제 6회까지 투표의향조사에서는 10명중 7명 가량이었다. 하지만 실제투표율은 제1회(1995년) 68.4%, 제2회(1998년) 52.7%, 제3회(2002년) 48.8%, 제4회(2006년) 51.6%, 제5회(2010년) 54.5%였다.

주목되는 점은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이다. 올 들어 무당층 비율은 21~28%로 여당 지지층 다음으로 높다. 갤럽이 1일 내놓은 5월 평균 무당층 비율을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 35%, 60대 이상에서 24%, 30~50대에서 20% 안팎이다.

5월 한 달간 무당층의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60%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96%)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층(34%)의 중간쯤인 바른미래당 지지층(53%)에 가깝다. 정치·사회 쟁점 현안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지지정당의 당론과 일치하는 의견을 보이지만 무당층은 때론 여당에, 때론 야당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무당층의 크기는 비교적 탄력적이다. 2012년에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당 경쟁 구도 아래 40%에 육박하던 무당층이 그해 대선 직전 20%를 밑돌았고, 다당 체제로 개편된 2016년 20대 총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작년 5월 대선 직전 이틀간 조사에서 우리 국민 75%가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다', 51%가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을 밝히지 않는다'고 답했다. 당시 무당층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54%, 69%로 정치 관심도가 낮았다. 여기에 의견 표출을 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지지정당이 없는 사람도 평소 쟁점 현안 여론조사에 응해 의견을 말하고, 선거 직전 태도를 정해 투표하는 유권자임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소중한 한표가 민주주의의 꽃 피워

승부처마다 적잖은 부동층이 도사리고 있다. 이를 두고 ‘변화의 바람이 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샤이 보수가 숨어 있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시사평론가들은 부동층의 구도가 보수성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야권의 인물난과, 후보는 물론 당 지도부 등에 대한 반감 등이 부동층, 무당층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이가 많다. 민주진보세력의 결집을 나타낸 여권의 지지율이 높은 데 반해 보수는 균열과 함께 인물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동층으로 옮겨간 이들이 투표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영화 ‘스윙보우터’에서 본 것처럼 ‘나의 한 표’는 매우 소중하다. 아니 영화 줄거리를 떠나 내 한 표가 우리동네, 크게는 우리 정치를 바꿀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주인공 버드도 정치에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투표의 중요성을 뒤늦게 실감한다. 유권자의 절반 넘게 ‘내 한 표가 우리 정치를 바꿀 수있다“는 기대는 소중한 한 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숱하게 많은 이슈와 공약이 남발된다. 단어와 이름만 다르지 내용이 엇비슷한 후보들의 약속이 쏟아진다. 그런데도, 선거철 만 되면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은 소중한 내 한 표가 미래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민의를 결집해 나간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