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윤기한의 직언직설] 진짜 '대전시장'감은 누군가.
[윤기한의 직언직설] 진짜 '대전시장'감은 누군가.
  • [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
  • 승인 2018.06.05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기한 충청헤럴드 대기자(충남대 명예교수. 전 충남대영문과교수.시인,평론가.
[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

엊그제 지방선거의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가 집에 배달되었다. 두툼한 봉투의 무게가 엄청나다. 그 안에 투표안내문을 비롯해 시장,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 교육감 등의 선거공보가 들어 있어서 그렇게 무겁다. 10여 페이지가 되는 책자 형부터 단 한 장짜리 찌라시 형까지 엄청 나게 컬러풀한 인쇄가 눈을 자극한다. 제 나름대로 최고, 최선의 디자인으로 꾸며진 홍보물이 자그마치 25종이나 된다. 이 많은 걸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오래 전에 충남 제1선거구 선거관리 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시작해서 20년간 선거업무를 수행해온 나로서는 이 홍보물이 주는 중압감에 잠시 눈을 감았다. 지난 세월에 겪은 선거관련 사건들이 낡은 필름에 담겨 돌아가는 주마등 같았기 때문이다. 선거공보의 발송은 물론 투개표 진행상황의 감시감독 등 냉혈동물의 본능적 감각을 동원해서 수행해야 하는 모든 업무에 시달렸던 환경이 부득불 회상의 파노라마에 등장했다.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이다.

이런 가운데 대전 시장이 될 만한 인물이 누군가를 생각하게 된다. 한 마디로 진짜 ‘깜’이 누구냐. 됨됨이 제대로 된 인물이 과연 누구인가. 몇 번이고 되뇌어 본다. 그러면서 선거공보를 만지게 된다. 1번의 홍보물 표지에는 ‘대전을 바꿀 든든한 시장’이라고 적혀 있다. 2번의 홍보물 표지에는 ‘제대로 일한 사람 제대로 일할 사람’이라고 쓰여 있다. 3번의 홍보물 표지에는 ‘정치 시장은 이제 그만 행정시장도 그만’이라고 가록했다. 5번의 홍보물 표지에는 ‘모두를 위한 도시 대전’이라고 인쇄했다. 모두 다 그럴 듯하다.

네 사람 대전 시장 후보마다 자기 나름대로 유권자를 설득하려는 로고를 내놓고 있다. 1번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는 ‘나라는 문재인 대전은 허태정’을, 2번 자유한국당 박성효 후보는 '웃어라 대전 아이가 웃는다 엄마가 웃는다 아빠가 웃는다'를, 3번 비른미래당 남충희 후보는 ‘경제 구원투수, 남충희!’를 그리고 5번 정의당 김윤기 후보는 ‘적폐없는 대전 적폐정치 청산’을 내걸고 있다. 이들이 강조하는 로고를 몽땅 하나로 묶으면 쓸만한 시장 감이 될 법도 하다. 그게 쉬운 일인가. 모두가 제 멋대로에다가 제 잘 났다고 하는데.

1번 허태정 후보는 발가락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발가락타령의 주인공이 돼 혼쭐이 나고 있다. 제대로 된 해명을 못 하는 판이라 꽤 난처하다. 오래 된 일이라고만 뇌까려서는 씨가 먹히지 않는다. 게다가 유성구청장 시절의 버스터미널 건이나 아파트분양가 책정에 관한 구민들의 의문을 제대로 해명해 주지 못 한 상황에서 아주 좋지 않은 이슈를 자가생산하고 있다. 아무리 문재인을 등에 업고 달려도 속도감이 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문재인의 등에 업혀 간다고 해서 더 욕을 먹고 있다. 표 떨어지는 소릴랑 그만 하는 게 플러스가 될 게다.

2번 박성효 후보는 일을 해 본 사람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시장경력을 앞세운다. 그야 말할 것도 없이 뭣도 먹어본 놈이 어떻다는 말이 있듯이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요 동력이다. 미세먼지로 세상이 뒤집힐 기세로 시민들이 전전긍긍하는 판에 그는 전임 시장 시절에 대전의 녹색거리를 조성한 공로가 있다. 그런 에너지로 이제는 경제도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새로운 도시 대전의 건설을 장담한다. 그럼에도 경제시장을 자처하는 3번 남충희 후보와의 단일화 작업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두 사람이 보수 성향을 같이 하고 경제제일주의도 같은데 끝장을 제대로 맺지 못했으니 참으로 졸렬할시고.

3번 남충희 후보는 남부럽지 않은 경력이 우선 자랑거리인 모양이다. 두어 군데 차석 기관장을 내세우며 경제시장을 자처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경제전문가로 부산경제를 부활시켰고 경기도 판교를 도약시켰다고 자랑한다. 얼핏 대전이 그런 범주에 들어서게 만들 자신감의 소유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거는 그런 자랑거리만으로 승산을 점칠 수 없는 ‘괴팍한 생물’이다. 남 후보는 유권자의 속내를 통찰하는 혜안이 미비한 것 같다. 시민 대중과의 스킨십이 부족한 상황을 노출하는 걸 보면 박성효 후보와의 단일화 실패가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 아닌가 싶다. 두 사람이 똑 같이 손해를 보는 비극을 맞을까 걱정스럽다.

5번 김윤기 후보는 ‘모두를 위한 도시 대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글자 그대로 정의당은 매사 정의로운 상황을 조성하고 정의로운 결말을 찾아내 시민의 행복을 기약하고 복지를 진작할 것으로 시민들은 희망할 게다. 그렇게 해 줄 것을 믿고 기다린다. 헌데 정의당 자체에 대한 시민의 관전평은 그리 수월한 게 아니다. 마치 동네 친목계의 전국구 확대 마냥 특출하게 해놓은 것도 없이 관능적인 정치 아로마만 짙게 풍겨대 사람을 최민하지 않느냐는 소리가 들린다. 4페이지 홍보물에 ‘통째로 바꿔’달라고 읍소하는 건 뭘 대고 하는 말인지.

우리의 속설대로 소금 먹은 놈이 물을 켠다. 막말로 주먹질도 해 본 놈이 낫다. 도둑질도 그렇고 사기 치는 것도 그렇잖은가. 아무리 세상이 개화했어도 명털도 채 나지 않은 애송이 보다는 허연 머리털에 인생의 공로훈장 주름살이 안쓰러운 중늙은이의 경험주의가 그래도 일머리 알고 얽힌 칡넝쿨을 헤쳐 낼 줄 안다. 자동차의 지시방향을 수동작으로 하는 교통순경은 지능지수(IQ)가 90정도면 충분하지만 주인의 식성에 알맞게 식단을 준비하는 가사 도우미는 그게 적어도 110은 돼야 한다는 실험심리학자들의 연구보고가 있다. 그러니 경험이 풍부한 후보가 진짜 시장 '깜(감)'이 아니겠는가.

*칼럼은 필자의 자율적인 의제설정과 주장입니다. 본사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편집자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