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표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각종 여론조사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만 6월 5일 현재 1238개에 이르고, 재보궐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26개가 등록돼 있다. 여론조사 발표 제한시기인 7일이 가까워지면서 여론조사 발표가 더욱 집중되는 느낌이다.
이 중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를 제시하는 여론조사도 있다. 마치 ‘어느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구나’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한다. 이런 여론조사는 대부분 여론조사심의위로의 발표제한 조치를 받는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 104개의 여론조사가 심의조치를 받은 상태다.
그럼 후보들은 왜 여론조사에 민감할까. 선거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면 “지지도가 낮게 나오면 더 열심히 발품을 팔아 높게 만들면 되는 거 아냐?”라고 단순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대세론’을 형성하는 근거가 된다.

판세 뒤엎을 부동층, 대세론으로 흡수하고픈 후보들
대세론과 비슷한 말로 ‘편승효과’, ‘밴드웨건 효과’ 등이 있다. 밴드웨건은 축제 등에서 행렬의 가장 앞에서 밴드를 태우고 분위기를 이끄는 마차나 자동차를 뜻한다. 정치적으로는 선거운동이나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쪽으로 표심이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 후보를 점찍지 않은 유권자에게 더욱 강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번 선거처럼 한반도의 비핵화와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국제적 사안으로 선거 이슈가 실종되고, ‘깜깜이 선거’가 우려될 정도로 흥행이 저조한 조건에서 밴드웨건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부동층, 무당층은 30~40%, 많게는 50% 가깝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판세가 바뀔 수 있는 구도다.
부동층이 꼭 여론조사를 통한 대세론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이쯤 되면 “여론조사는 현재 민심 파악이 아니라 민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선거판의 관례나,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는 불만들도 수긍이 간다.
그렇다고 여론조사를 아예 외면하기에는 선거판이 너무 막막하다. 후보들로서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고,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이력 한 줄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가운데서도 ‘옥석(玉石)’을 가릴 줄 아는 지혜를 길러야겠다.
합법적인 여론 왜곡 방법…유·무선전화, 표본반영비율, 표본수 등
여론조사기관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통계수치를 왜곡하는 방법(정황상 왜곡이 의심되지만 조사결과 공표에는 제한이 없는 항목을 중심으로)을 알아두자.
가장 흔한 것이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중 어느 것을 조사수단으로 삼았냐는 것이다. 요즘 일반 젊은 층들은 가정에 유선전화를 두지 않는 추세다. 유선전화만 조사할 경우 고령층만 답할 확률이 높아진다. 조사기관도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 두 방식을 반반 섞는 경우가 많다.
표본의 반영비율도 눈여겨보자. 조사대상 유권자 수에 따라 지역별, 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한 표본 기준이 있다. 이에 맞게 표본를 확보해 여론조사에 반영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일례로 충남도지사 후보 여론조사를 할 경우, 진보성향이 강한 도시지역에 비해 보수성향이 강한 군지역 사례가 기준치보다 많이 적용될 경우 보수성향으로 기울어진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연령도 마찬가지.
또 여론조사 시기도 영향을 미친다. 연휴나 주말을 전후로 실시할 경우 젊은층의 답변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시간대별로도 사회활동이 왕성한 시간대에는 응답률이 저조하다. 질문 문항을 교묘하게 바꾸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질문문항은 선관위의 감시망 1순위인 만큼 자주 걸러지기도 한다.
표본수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신뢰수준 95% 이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지만, 표본 수는 1000명 이상이 돼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10% 미만 응답률 사실상 신뢰 어려워…1%대 여론조사도 등록
전문가들이 신뢰도와 표본오차에 못지않게 중요시 여기는 게 ‘응답률’이다. 응답률은 ‘조사시도 횟수에 비해 응답에 응한 사람들의 비율’을 뜻한다. 응답자들이 집단의 대표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응답률이 높아야 한다. 학계에서는 응답률 30% 이하는 사실상 통계학적인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가 1천 명이고 응답률이 10%라면, 총 1만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는 의미다. 이 조사에서 A후보의 지지율이 20%가 나왔다면, 응답자 1천 명 중 2백 명이 선택했다는 뜻이다. 자칫 1만 명 중 20%가 지지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할 소지가 크다. 엄밀히 1만 명 중에는 고작 2%만 지지의사를 밝힌 것이다. 나머지 9000명이 누굴 지지하는 지는 모른다.
따라서 응답률이 높아야, 나머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지지할 확률이 적어지고, 응답자의 대표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대부분 10% 미만의 응답률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1%대 응답률의 여론조사도 있다.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유선전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에 언급한대로 파편적 진실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여론조사 맹신 금지, 참고자료로 활용만" 경고
모든 여론조사는 공직선거법 108조에 따라 ‘조사 의뢰자와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연령대별·성별 표본의 크기 포함),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율, 질문내용, 조사된 연령대별·성별 표본 크기의 오차를 보정한 방법’ 등을 함께 공표해야 한다.
때문에 이런 요소들은 유권자들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비교분석이 가능하다. 직접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http://www.nesdc.go.kr)를 찾아봐도 확인 가능하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막연한 신뢰에 경종을 울린다. 여론조사가 잘 나왔다고 자만할 일도, 못 나왔다고 상심할 일도, 그 결과를 갖고 ‘봐라 내가 대세다’라고 선동할 것도 아니라는 것.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심미선 교수는 “통계학자들은 응답률 30%이 넘어야 신뢰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근의 여론조사는 그 정도 응답률을 보이기가 어렵다”며 “여론조사가 틀린 사례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많다. 지난 미국 대선도 힐러리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트럼프가 됐다. 엄청난 오류를 지니고 있음을 주지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심 교수는 또 “학계에서도 신뢰도에 위기가 왔음을 인정하고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라며 “절대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고 참고수준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