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힐링프로젝트" = 충청헤럴드 x 인성역전
-인성역전=교육, 철학, 상담, 심리 전문가가 풀어주는 인성에 대한 재미있는 수다
-교육= 원은석 교수 / 철학= 정윤승 교수 / 상담= 서명석 박사 / 심리= 김현경 작가

인간의 여러 감정들 가운데 분노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다. 분노는 인간 뿐 아니라 웬만한 고등동물에게서 다 관찰된다. 분노는 동물이 자신의 영역이나 안전이 위협 받을 때, 그 위협을 준 상대를 위협함으로써 상황을 타개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보면 사람이 분노를 느끼는 가장 흔한 상황은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여겨질 때인데,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분노라는 감정이 상대와의 권력관계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상대가 자신과 서열이 동등하거나 낮은 사람일 때는 분노하는 비율이 컸다. 그런데 그 상대가 자신보다 권력이 강하고 서열이 높은 사람이라면 분노하는 비율은 낮아지고 공포심을 느끼는 비율이 높아졌다.
실제로 분노를 느낄 때의 뇌 활동을 관찰해 보면 공포심을 느낄 때와 잘 구별되지 않는다고 한다. 동물이 공포를 느끼는 상황도 분노를 느끼는 상황과 비슷하다.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영역을 침범 당했을 때이다. 격하게 짖는 개는 실은 겁이 난 개인 경우가 많다. 짖어대는 개를 보면 당황하지 말고 담담하게 눈을 피해 위협할 의사를 없음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겁이 난 개에게 공격당하기 쉬운 반응은 두 가지가 있다. 개를 계속해서 위협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겁을 내며 도망치는 경우이다. 상대가 나보다 강자가 아님이 확인되는 순간, 공포는 분노가 되어 공격성을 갖는다. 결국 분노는 약자에게로 흐르기 쉬운 감정이다. 아무리 상대가 나의 권리를 침해했대도 그가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다면 곧바로 분노를 터뜨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중에 몰래 복수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그렇게 쌓인 분노마저 나보다 약한 상대에게 한꺼번에 터지는 경우가 많다.
분노는 공격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화가 난다고 마구 공격성을 표출하면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분노를 느끼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분노를 건강하게 해소하고 표출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정당한 분노라 해도 다짜고짜 상대를 공격하면 상대 또한 생존 본능에 따라 분노와 공포심이 발동되므로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분노도 다른 감정처럼 일단 참고 넘어가면 절로 사그라들고 잊혀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속적인 분노가 쌓이면 정신건강과 관계를 근본적으로 망가뜨리므로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분노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를 공격하기에 앞서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의 감정과 상황을 상대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네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라고 말하면 공격이 되지만, “너의 그런 행동 때문에 나는 너무 화가 나.”라고 말하면 내 감정에 대한 표현이 된다. 그렇게 하는 경우 상대방의 80% 정도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50% 정도는 관계가 더욱 좋아진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화가 난다면 가장 우선할 일은 상대방이 나보다 약자이기 때문에, 화를 낼만한 상황이기 때문이 아니라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닌가, 성찰해 보는 것이다. 분노라는 이름으로 약자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그 어떤 동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간사한 습성이다. 분노가 넘치는 사회는 다시 말하면 공포가 넘치는 사회이며, 약한 자들이 희생양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겁나서 짖던 개도 계속해서 위협당하면 상대를 물어버리듯, 약자도 지속적으로 부당한 일을 당하면 분노의 힘이 공포를 넘어서서 강자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렇게 강자를 향한 분노는 세상의 질서를 바꾸는 힘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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