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은 제7회 지방동시선거 일이다. 또 충남 천안과 충북 제천·단양 등 전국 12곳에서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치른다. 뽑히는 이들은 앞으로 4년, 국회의원은 2년 간 우리의 눈물을 씻어줘야 한다. 주민 권익을 위해 뛰어야하고, 나은 삶을 보장하는 자리에 앉게 된다.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먼저 지방 선거 얘기부터 하자. 앞으로 4년간 지방정부의 살림을 꾸릴 단체장과 교육감, 그리고 이들을 감시할 지방의원을 뽑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지방정부가 갖는 예산 집행권과 인허가권, 단속권 등은 우리 생활에 보다 가까이 있다.
그래선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열기가 작년 5.9 대선 못지않다. 지난 1일 한국갤럽이 충청인에게 투표의향을 물었더니, 10명중에 8명이 투표 참여의사를 밝혔다. 아마 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는 7%까지 더하면 무려 89%에 달했다. 반면 투표를 않거나, 아마하지 않을 것이란 답은 10%였다. 조사에서 보듯 국민이 이 선거에 기대가 큰지를 알 수 있다.
어느 정치학 교수는 ‘국민이 정치권에 본때를 보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선거를 통해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안하무인인 정치권에 ‘한 방 먹이려고 기다린 것’이라고 얘기다. 6.13 지방선거일 손꼽아 기다리며, 투표로 말하겠다는 유권자들인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치가 보여준 실망과 분노, 좌절, 상처를 입은 우리 국민이다. 정치라는 늪을 깊이 들여다 본 국민이 몸을 떨 만큼 실망과 아품이 컸다. 국민의 손에 뽑혔으면서도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저 정치판에 혼을 내겠다는 유권자들이다.
유권자들은 뽑힐 사람이 뭘 하는 지도 잘 안다. 누구를 뽑느냐가 중요한 까닭이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우리 지역의 경제와 살림과 교육, 복지, 안전, 환경, 교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의 무용론까지 고개를 드는 현실이 그래서 나온다.
-서민의 눈물 씻어줄 바른 인물 선택이 관건.
바람에 편승해 뽑힌 많은 선출직 인사 중에 놀고먹는 이가 수두룩하다. 선거 때 허리굽혀 주민을 섬기겠다고 외쳐대던 그들이다. 그 단체장이나, 그 지방의원들이 본연의 임무도 잊은 채 짝짜꿍으로 국민의 혈세를 물 쓰듯이 낭비하는 사례는 접어두고 말이다.
일에 충실하기보다 당선되자마자 다음 선거를 위해 선심이나 쓰고 다니는 이도 적잖다.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들을 인·허가 부서에 앉혀 이권에 직·간접 개입시키는 이도 부지기수다. 마치 점령군처럼 들어가, 일 잘하는 공무원들을 ‘네편 내편’으로 갈라놓기도 일쑤다.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멀쩡한 도로와 인도를 뜯어고치는 일은 당연시 된지 오래다. 이들이 하루하루를 팍팍하게 사는 우리 서민들의 삶을 조금이라고 생각했더라면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놀고먹으면서도 꼬박꼬박 챙기는 세비, 해마다 스스로 자신이 올리는 지방의원들의 세비문제도 덮고 갈일이 아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혼을 못하는 청년들. 아이를 낳으라면서 키울 자신이 없는 숱한 젊은 이들, 가게세도 못내는 수많은 자영업자들, 아무 준비없이 퇴직한 60-70대의 베이비 부머시대 노인들. 이런 데도 미래에 대한 대안과 준비도 없고, 화려한 말의 성찬으로 환심을 사려는 후보도 적잖다.
때문에 유권자는 이번 선거를 포기하면 안 된다. 유권자는 왜, 누구를 뽑아야하는 지를 안다. 누가 우리의 눈물을 씻어 줄 것인지, 누가 세금을 아끼며 제대로 정책을 펼 인물인지 그것을 평가해야 한다. 사익이나 추구하고, 다음 선거를 대비하는 그런 후보는 표로 심판해야 옳다.
-후보를 모르고 투표하면 무능한 인물 뽑힐 것.
이번 선거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슈가 빨려들어 갔다.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비핵화 및 긴장완화의 무드로 초반부터 기울어진 분위기다. 더구나 박근혜, 이명박 정부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중앙정치에 묻혀 이른바 풀뿌리 생활정치의 본의가 부각되지 못했다.
여기에 중앙정치부터 지방정치까지 혼돈과, 후보 간 검증이 아닌 네거티브역시 후보를 고르는데 혼선을 줬다. 선출직 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검증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것이다. 전형적인 ‘깜깜이 선거’가 될 거란 우려가 현실인 것이다.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와 내 가족, 지역에 돌아온다. 풀뿌리 지방자치의 뼈대를 굳건히 하려면, 이를 후보자의 자격·역량을 따져보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TV토론 등에서 따져보지 못했다면 지금 당장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를 꼼꼼히 봐야한다. 단 한번이라도 훑어본다면 최악의 무능한 후보는 뽑지 않은 테니 말이다.
문제는 유권자가 후보를 잘 모른 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 내놓은 여론조사에서 충청인 유권자는 광역단체장후보를 10명중 6명이, 교육감과 기초단체장후보는 4명이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의원 출마자들에 대해선 3명이 안다고 했다. 결국 많은 이가 출마자를 잘 모른 채 투표를 해야하는 입장이다.
우리 지역에 누가 나왔는지 모른다는 것은 남을 탓하기보다 유권자의 무관심도 문제다.
후보와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인지도가 낮다 보면 투표 불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답이 높지만 제대로 뽑았는지도 중요하다. 물론 투표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다. 설령 마음에 꼭 드는 후보가 없다 해도 차선의 후보라도 골라 투표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왕 투표를 하려면 제대로 알고 올바른 인물을 뽑자. 각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을 쉽게 아는 방법은 중앙선관위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가정으로 배달된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봐도 선택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지역을 아끼는 유권자라면 이 정도의 성의는 필요하다.
-투표 포기는 내 삶을 남의 결정에 맡기는 격
4년 전 취재 수첩을 보니 세월호 참사속에 선거가 치러졌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문제, 정치의 실패를 묻는 선거라는 중대한 의미가 부여되었다. 당시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집권여당은 ‘지역일꾼론’으로 맞섰다. 당시 충청권은 4개시. 도지사를 모두 야당후보에 몰아 줬다. 교육감 역시 대전을 제외하고 3곳 모두 진보 성향의 후보로 교체됐다.
선거란 원래 정치인과 정치세력에 대한 공과를 묻고 책임을 따지는 일이다. 그게 유권자다. 매번 선거 때마다 지역패권주의와 금권, 관권시비가 일었던 것도 유권자가 눈을 부릅뜨지 않아서다. 정말 이 지역을 위해 누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지가 인물선택기준이 되야하는 데 이념 대결만 눈에 띄었다.
유권자의 선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유권자가 ‘누구’를, ‘왜’ 찍어야하는 지를 제대로 판단한다면 민도(民度)는 올라간다. 그 민도는 국력과도 직결된다. 국력은 그대로 신장된다. 세상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면, 세상이 불공평하다면 투표로 말해야한다.
내 한표가 세상을 바꿀까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 미래를 위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낡은 권력들, 그 세력들도 모두 유권자의 포기하지 않은 한 표로 거둬낼 수 있다. 아무리 열정과 분노를 품고 있더라도 내 주권을 투표로 말해야 한다.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투표를 해야 한다. 오만한 여의도 정치나 중앙정부에 대한 심판을 위해서도 투표가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평가를 위해서든, 올바른 지역일꾼을 뽑기 위해서든,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든 표로 답하자.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나와 내가족의 운명을 남의 결정에 맡기는 게 되는 것이다. 우리 유권자는 이제 투표장에서, 투표로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