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형(79) 전 국회부의장이 16일 지역구 시·도 의원들이 낸 돈으로 개인 사무소를 운영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정선오 부장판사)는 이날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 전 부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각 혐의에 대해 각각 벌금 80만 원과 50만 원, 그리고 3천319만 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문제의 사무실 개설과 운영이 피고인 동의 없이는 불가능했고, 그 업무가 피고인의 정치 활동과 관련됐을 뿐만 아니라 시·도당의 하부 조직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정당법 제37조 3항에서는 정당을 제외한 누구든지 시·도당 하부 조직의 운영을 위해 당원 협의회 등의 사무소를 둘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도 "사무실 개설과 운영에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부담은 시·도 의원 등이 한 만큼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한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지방 의원들이 피고인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청주 상당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홍 전 부의장은 같은 해 5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시·도의원 등 10여 명이 낸 돈으로 '청주상당 민주희망포럼'이라는 이름의 사무소를 운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사무실 운영비가 홍 전 부의장의 정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판단했다.
홍 전 부의장은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사무소 운영과 (자신은)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1심 재판부는 "낙선 후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다 정치 활동을 위해 사무실을 개설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홍 전 부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 전 부의장은 현재 민주당 고문을 맡고 있으며, 최근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