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한국당을 보면 생각나는 영화 '밀양'
한국당을 보면 생각나는 영화 '밀양'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07.03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지난 2007년 화제작 ‘밀양’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감독·각본을 맡았다. 전도연, 송강호, 조영진, 김영재 등이 열연을 한 영화다. 무대는 이름대로 경남 밀양이다. 남편과 사별한 서른세 살의 신애(전도연분)가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아들 준(선정엽분)과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밀양으로 가던 국도에서 그녀의 차는 고장을 일으킨다. 신애는 밀양의 한 카센터에 전화해서 도움을 청한다. 카센터를 운영하는 종찬(송강호분)이 등장한다. 신애와 아들 준, 그리고 종찬은 래커 차를 타고 밀양 땅에 입성(?)하게 된다.

영화 밀양 중에서[사진=영화 밀양 켑처]
영화 밀양 중에서[사진=영화 밀양 켑처]

그녀는 피아노 교습소를 차려 삶을 꾸려간다. 신애는 밀양 사람들과 친해보려고 애쓴다. 그러나 사람들은 죽은 남편의 고향에 굳이 내려와 살려는 신애를 마뜩치 않게 본다. 오직 카센터 사장 종찬 만이 신애에게 관심을 두며 돕는다.

시간이 흘러 신애가 밀양사람들과 가까워질 무렵, 아들 준이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아들의 싸늘한 주검을 보게 된다. 남편에 이어 유일한 희망인 아들마저 잃은 신애는 절망감과 상실감에 빠진다.

삶의 의욕을 잃고 헤맨다. 신애의 긴 통곡은 한없이 이어진다. 그런 신애의 곁을 종찬이 맴돌지만 야멸치게 그를 밀어낸다. 그럼에도 종찬은 그녀가 그의 진심을 알아봐주길 기다린다.

절망의 늪에 빠진 그녀를 구원해준 것은 다름 아닌 신앙의 힘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녀는 고통을 벗어나, 모든 것을 용서하고자 한다. 마음의 평온과 활기를 되찾는 듯 보이는 그녀. 그러나 고통은 수시로 찾아와 괴롭혀 그 주변인들에게까지 번져나간다.

-피해자의 미움이 사라질 때까지, 가해자는 참회.

그녀의 종잡을 수 없을 삶,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결국 자신의 손목을 베며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그 역시 삶에 대한 미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성공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를 종찬이 맴돌며 돌봐준다. 이웃의 소개로 신애는 교회에 나가면서 용서라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아들을 유괴한 범인을 만나러 교도소로 찾아간다. 그녀가 실의에 빠졌을 그를 면회한다. 그에게 용서하겠다고 말하려는데 살인자는 웃음을 띠며 말을 한다.

“하나님이 저한테, 이 죄 많은 놈한테 손 내밀어 주시고, 그 앞에 엎드려 지은 죄를 회개하도록 하고, 제 죄를 용서해주셨답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신애가 묻는다. “하나님... 죄를 용서해주셨다고요?” 살인범은 고개를 끄덕인다. “예!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 받았어요. 그리고 나서부터 마음의 평화를 얻었죠.” 이 말에 신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합니다.

돌아와 신애는 독백한다. “용서하고 싶어도 나는 할 수가 없어요. 그 인간은 이미 용서를 받았대요! 하나님한테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대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초월적인 가르침에 따라 용서하려했던 신애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놨다. 피해의 당사자는 신애이고 아들 인데, 가해자인 살인자가 누구한테 용서를 받았다는 것이지? 그의 답이 ‘이미 용서를 받았다니’ 그녀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절규한다.

영화 밀양 중에서[사진=영화 밀양켑처]
영화 밀양 중에서 [사진=영화 밀양 켑처]

자유한국당의 내분이 실린 조간신문을 펴면서 ‘밀양’이란 영화를 떠올렸다. 얼마 전 상급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검사, 여비서 등의 폭로 때도 밀양이 떠올랐는데 말이다.

국정농단의 직. 간접 가해자들이 마치 피해자인 국민들로부터 용서를 받은 양, 외치고 있다.

한국당의 경우 지난해 5.9대선에서부터 이번 6.13 참패에 이르기까지 잊은 게 있다. 그러니 결과가 뻔한 게 아닌가.

한국당은 지금 당대표가 선거의 책임을 지고 퇴진하고, 무릎을 꿇었다. ‘혁신을 하겠다’, ‘체질개선을 하겠다’, ‘젊은 피를 수혈하겠다’며 비상대책 준비 위원회를 꾸리고 야단이다.

그러나 잘 될 턱이 없다. 젊은 인재들은 물론이고 평생을 한국당 전신인 보수당에서 정치를 한 사람들도 도리질한다.

마치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일로 대세론에 빠졌던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두 차례의 대선에서 패한 것과 비슷하다. 두 아들의 군대면제에는 아무 하자가 없다. 병역관련 법규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회창 전 총재에 흠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영화 밀양에서 처럼 국정농단세력 용서구하지 않아 

그런데도 1997년 새정치민주연합 김대중(DJ)후보에게 패하고, 4년 뒤인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연이어 패했다. 마타도가 있었지만 두 아들의 군 면제가 패인중의 하나였다.

법에 하자가 없고, 이 총재가 나서 경위를 설명했지만 오히려 꼬였다.

문제는 국민들에게 용서를 받지 못한 거다. 법으로는 잘못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두 아들이 공교롭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진정으로 용서받지 못했다.

5.17 군사 쿠데타로 정권인 5공 정권도 그렇다. 별별의 짓을 다해 정권을 잡았지만 ‘권불십년’이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미완이다. 광주를 비롯하여 숱한 희생이 뒤따랐고, 억압과 탄압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잘못을 말하지 않고 있다. 말하지 않는 것은 참회가 없으니 용서도 없다.

한국당이 지금 그 꼴이다. 6.13 참패는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왜 이 지경이 됐는지는 계파 간에 서로 해법이 다르다. 잘못했다고 플래카드를 걸어 놓고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국민들이 얼마나 받아줄까.

최근 들어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정당지지율조사에서 보면, 112석을 가진 한국당과 6석의 정의당간에 1% 남짓의 각축전을 벌인다. 국민의 10명중 9명이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당은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영어의 신세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낸 정당이다. 재판결과가 어떻게 되든 한국당은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박·이 대통령과 한국당을 ‘한 몸’, ‘한 통속’으로 보는 국민이 대다수다.

-박근혜. 이명박 국정농단상처, 국민에게 용서구해야

그렇다면 한국당은 제대로 된 용서를 구했나. 입으로, 또 논평으로 국민에게 사과하는데 그쳤다. 그래놓고 지난해 대선 때부터 최근까지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를 탓하거나 공격하거나, 뒤집는 일만했다.

영화 밀양에서 보듯 피해자인 국민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해야 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피해자 없다고 생각해서인가, 아니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용서를 구했다 해도 피해자인 국민이 받아주지 않았다. 진정성을 의심받았으니까 말이다.

박근혜, 이명박의 문제는 당사자들이 죗값을 치르면 용서가 된다는 것인가. 한국당은 별개라며 선긋기에 나선 것 자체가 문제였다. 정당정치를 외쳤던 그들이 아니냐 말이다.

국민이 그 정도로 반성하고, 참회하니 이제 한국당을 용서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잘못을 뉘우쳐야했다.

박근혜 잘못도 한국당의 잘못이요, 이명박의 잘못도 한국당의 잘못이라고 용서를 구해야했다. 너나를 따지지 말고 국민에게 회초리를 맞겠다는 마음이어야 했다. 그게 혁신의 첫 걸음이다.

밀양에서처럼 피해자인 국민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한국당 스스로 장구치고 북을 쳤다. 법에서 심판받으니까 용서를 받았다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용서받지 못한 정당, 그런 사람들이니 민심이 썰물처럼 빠진 것이다.

물론 법의 감정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유권자인 국민에게 용서를 받고나서 선거에 나서든 당을 세우든 했어야 옳다.

얼마나 한국당이 착각했느냐면 이런 일도 있다. 6.13 충남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왜 뻔뻔하게 충남지사후보를 내느냐. 당장 철회하고 후보를 내지 말라”고 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 스캔들이 있는데 왜 충남지사를 내느냐고 침을 튀겼다.

그 논리라면 한국당은 더하다. 박근혜, 이명박의 처지로 보면 한국당은 지난 5.9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또 한국당은 공직선거에 후보도 출마시키지 않아야 했다.

용서받지 않고, 상대의 약점만 잡아 흔드니 국민이 버린 것이다. 선거란 원래 정권의 심판성격인데 오히려 심판하겠다는 자를 심판한 셈이다.

-한국당,피해자인 국민의 용서없이는 혁신은 의문.

지금을 쇄신하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가련하다. 당 이름을 고치든, 유능한 당 대표를 뽑든, 비대위원장을 뽑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정말 동지애가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피해자인 국민에게 용서, 또 용서를 받아야한다. 국민의 생각은 먹고살기 힘든 지금 이 모양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이명박의 실체에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도 상대 당을 욕하고, 거꾸러뜨리려는 한국당의 모습은 개탄스럽다. 민심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같다. 한국당은 내일을 위해 살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어야 옳다.

그것이 한때 집권했던 정당이요, 또 국민을 위한 정당이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한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의 준비와 용기와 진심을 보라. 진보와 공생할 보수라면 이제라도 다시 돌아보고 국민을 대하라.

6.13 지방선거의 패인은 여러 가지다. 한국당 의원들이 세차례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진로를 모색했지만 결론은 그다지 없다. 말만 무성했지, 답을 찾는데는 겉돌고 있다.

친박 좌장인 8선의 서청원 의원이 탈당해 어수선한 터에 친 박계들은 비박계 의원들의 퇴진을 주장한다. 김무성 의원과 김성태 의원이다. 물론 비박계, 특히 이 두사람과 함께 탈당해 바른미래당을 만들고, 다시 복귀한 이른 바 복당파는 두사람을 엄호하고 있다.

국정 농단에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인 국민들 앞에서 서로 삿대질이니 그들을 누가 믿고 표를 줄까. 차기총선 불출마를 밝힌 김무성 의원 같은 이는 엊그제 친박의원들의 탈당요구를 거부했다. 김성태원내대표겸 당 대표권한 대행도 마찬가지다. 대신 안상수의원을 혁신비대위원회준비위원장에 앉혔다.

한국당은 용서를 구하라. 국정농단의 잘못, 박근혜 정부 때 잘못, 이명박 정부 때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라. 밀양영화처럼 가해자 스스로 용서받았다고 피해자 앞에서 말하지 말라.

용서-그리스어로 놓아버린다는 뜻이다. 그러면 아픔과 상처의 괴로움에 떠는 피해자 국민이 미움을 놓아 버릴 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