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항암물질연구단(단장 안종석)은 울릉도 토양에서 분리한 토종 방선균들로부터 자연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화학 골격을 가지며 항암 및 항균 활성 등을 지닌 울릉가마이드 A와 B (Ulleungamide A, B), 울릉마이신 A와 B (ulleunmycin A, B), 울릉고사이드 (Ulleungoside) 라는 새로운 미생물 대사산물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미생물이 생산하는 생리 활성 물질들은 항암제나 항생제 등의 의약품으로 개발되어 왔으며 화학구조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중요한 출발 물질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화학생물학(Chemical Biology) 기법을 적용한 신약 후보 물질 발굴과 작용기작 분석이 활발해짐에 따라, 미생물 유래 생리 활성 물질들이 새로운 신약 타겟을 개발하는데 있어 유용한 화합물로서 각광받고 있다.
방선균은 토양 및 해양 등의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서식하며, 항생제를 포함한 여러 생리 활성 물질을 생산하는 능력을 지니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있어 중요한 미생물 자원으로서 이용된다.
미생물 유래 생리 활성 물질을 탐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은 기존에 발굴되지 않은 새로운 화학구조를 지니는 화합물을 발견하는 것이며, 이는 기존의 약물과 차별화 되는 작용기작을 지니는 신약의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미생물 유래 생리 활성 물질 발굴의 연구 대상으로 이용된 바가 없는 울릉도 토양 샘플로부터 약 200여 종의 방선균을 다양한 미생물 분리법을 도입해 분리하였다. 분리된 방선균에 대한 배양 조건의 다양화, 전체 게놈 서열 분석,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 등을 동반한 복합적인 탐색을 실시해 두 종의 스트렙토마이세스 속 방선균 (Streptomyces sp. KCB13F003, KCB13F030)으로부터 신규 생리 활성 물질을 분리했다.
연구팀은 해당 화합물을 생산하는 미생물이 서식하는 울릉도의 지명을 따 각각 울릉가마이드, 울릉마이신, 울릉고사이드로 신규 생리 활성 물질들을 명명했다.
분리된 화합물들에 대한 생리 활성 검정 결과, 울릉가마이드는 세포독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항생활성을 나타내 새로운 항생물질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울릉마이신은 암세포 이동, 침윤을 저해하여 암전이 억제제로의 가능성을 나타냈으며, 항생제 내성 세균의 증식 또한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울릉고사이드는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새롭게 분리된 화합물이 다양한 생리 활성을 지니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조사되지 않았던 울릉도 토양으로부터 미생물을 분리해 신규 이차 대사산물을 발굴하여, 미생물 유래 신규 화합물의 중요 국내 자원으로서 울릉도 토양의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뿐만 아니라, 분리된 화합물 중, 울릉가마이드는 이제까지 보고된 바가 없는 화학 골격을 지니는 화합물로 밝혀졌으며, 이에 따라 자연계에 존재하는 화합물의 화학적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의의가 있다.
또 국내에서는 활발하지 않은 유전체 정보에 기반한 신규 이차 대사산물 발굴법을 적용한 연구 결과를 보고함으로써, 미생물 유래 신규 이차 대사산물의 발굴에 있어 유전체 정보 활용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도 그 의의가 있다.
항생제 내성균인 슈퍼박테리아는 근래 들어 감염률이 급증함에 따라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며, 암의 전이는 암세포가 인체의 다른 부위로 이동하는 증상으로 암에 의한 사망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 발굴한 신규 화합물의 추가 연구를 통하여 새로운 항생제 및 항암제의 개발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약 타겟의 발굴에도 활용이 기대된다.
연구의 주 저자로 참여한 손상근 박사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 (UST) 석박 통합 과정 동안 수행한 연구를 통해 “울릉도 토양 방선균으로부터 신규 생리 활성 이차 대사산물의 발굴”이라는 제목의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들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문 연구단 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고, 연구 결과는 유기화학 및 천연물화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Organic Letters (2015)’ 및 ‘Journal of Natural Products (2017)’에 발표되었다.
- Ulleungamides A and B, Modified α,β-Dehydropipecolic Acid Containing Cyclic Depsipeptides from Streptomyces sp. KCB13F003, Organic Letters (2015)
- Genomics-driven Discovery of Chlorinated Cyclic Hexapeptides, Ulleungmycins A and B from a Streptomyces Species, Journal of Natural Products (2017)
- Polyketides and Anthranilic Acid Possessing 6-Deoxy-α-L-talopyranose from Streptomyces sp., Journal of Natural Products (2017)
연구진은 울릉도뿐만 아니라 국내의 다양한 환경으로부터 미생물을 분리, 배양하여 다양한 질환 치료제로 개발 가능한 신규 물질인 해남인돌 (Haenamindole, 해남 퇴적물유래 곰팡이), 금사놀 (Geumsanol, 금산 인삼밭 토양유래 곰팡이), 보성가제핀 (Boseongazepine, 보성 녹차밭 토양 유래 방선균)이라는 지역명을 딴 화합물들을 국제적 저널에 보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