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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역전] 공감
[인성역전] 공감
  • [인성역전=김현경 작가]
  • 승인 2018.07.04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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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에듀힐링프로젝트" = 충청헤럴드 x 인성역전
-인성역전=교육, 철학, 상담, 심리 전문가가 풀어주는 인성에 대한 재미있는 수다
-교육= 원은석 교수 / 철학= 정윤승 교수 / 상담= 서명석 박사 / 심리= 김현경 작가
인성역전=교육, 철학, 상담, 심리 전문가가 풀어주는 인성에 대한 재미있는 수다

공감능력이란 상대방의 감정과 속내를 읽고 그것을 내 일처럼 느끼는 능력이다. 이것은 평생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으로서 타고난 본성이다. 인간의 뇌 속에는 거울 뉴런이란 것이 있어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표정을 따라하며 사회적 기술을 익힌다. 아주 어린 아기에게 화난 표정, 즐거운 표정이 뭔지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기는 본능적으로 다 안다. 공감능력을 통해 우리는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다.

다른 모든 정신적 능력과 마찬가지로 공감능력 역시 개인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자질에 차이가 있다. 유전자는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하므로, 사람들마다 공감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반드시 공감능력이 높다고 유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인간관계가 조화롭고 친구가 많은 대신, 남들을 배려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므로 경쟁이나 성취에서 불리한 점을 갖게 된다. 공감능력이 낮은 사람은 인간관계가 조화롭지 못하기 쉽지만 그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집중하기 쉽다. 기업 CEO나 정치지도자 등 높은 지위에 올라간 사람들 중에 놀랄 정도로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들이 많은 것도 실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서는 사실이다. 공감능력은 성격의 다양한 구성요소 중 남녀 간에 평균적 차이가 관찰되는 유일한 요소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역시 진화의 결과라고 본다. 선사시대부터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맡았으므로 다른 사람들과 연대가 반드시 필요했고(어린아이를 키우는 일은 절대로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말 못하는 아이와 의사소통을 해야 하므로 공감능력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원래 남성은 여성보다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단정하기에 앞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남녀 간 공감능력의 차이는 집단 간 평균의 차이일 뿐, 개인적인 차이는 훨씬 더 다양하다. 즉 여성보다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진 남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또 현대 사회는 산업과 문화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여성들이 예전처럼 남성의 경제활동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며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나눌 배우자를 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즉 공감능력이 뛰어난 남성들이 짝으로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다 보면 유전적으로 남녀 간 공감능력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공감능력에는 비록 타고난 차이도 있긴 하나, 그 발달은 권력관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많은 실험을 통해 실제로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자신이 권력을 갖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즉각적으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공감능력이란 다시 말하면 남의 눈치를 보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퇴화할 수밖에 없다. 남녀 간 공감능력에 차이가 관찰되는 것은 그만큼 뿌리 깊은 가부장제 역사 속에서 아직도 여성의 지위가 남성에 비해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공감능력이 낮은 사람은 오히려 사사로운 정에 휘둘리지 않고 대의를 위해 냉정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강점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이의 감정에 쉽게 영향 받지 않기에 오히려 주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공감능력 또한 의식적으로 발달시키거나 반대로 퇴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은 유념해야 한다. “난 원래 공감능력이 떨어지니까, 네가 이해하고 맞춰.” 라는 태도는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정서적 착취이며,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행위이다.

심리전문가= 김현경 작가
심리전문가= 김현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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