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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보이의 스위스생활樂가] 남북정상회담을 보셨나요?
[랩보이의 스위스생활樂가] 남북정상회담을 보셨나요?
  • 송경섭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7.05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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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프리부르 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는 "LAB BOY" 송경섭 칼럼니스트의 스위스 생활기♥
드디어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만났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드디어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만났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충청헤럴드 스위스=송경섭 칼럼니스트]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지구반대편 스위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일까?

지난 몇 년간 북한의 행보로 비추어봤을 때 남북정상회담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스위스는 남북한과 생각보다 깊은 관련이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2000년 作)를 보면 중립국 감시단으로서 스위스 장교 소피(이영애)가 나온다.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스위스, 스웨덴, 폴란드로 구성된 중립국 감시단이 DMZ에 배치되었다. UN은 남과 북의 충돌이 제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스위스 5명, 스웨덴 5명) 그렇다. 한국 전쟁이 후 스위스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있었다. 

평소 스위스 매스컴에서는 남과 북의 분단 상황을 심각하게 다루는 편이었다. 물론 대부분 북핵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는 작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곳 프리부르 사람들은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떨까? 나는 소소하게 인터뷰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스위스 대학생들에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물어봤다.

나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스위스 친구들이 남북정상회담 혹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했다. 마음이 조금 긴장됬다.
“봉쥬흐 (Bonjour), 헬로 (Hello)!”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로 인사를 건넸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해본 적은 많지만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인터뷰를 요청하는 건 아직 익숙하지 않다. 다음주가 시험기간이었지만 의외로 스위스 대학생들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가벼운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 법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 내 인터뷰 의도를 매우 흥미로워 했다.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 법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 내 인터뷰 의도를 매우 흥미로워 했다.

Q1. 혹시 한국에 대해 들어봤나요? 한국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쌀, 강남스타일이요! 그리고 한국사람들 하면 ‘정’이 떠올라요. (사실 그녀는 Sympathy(동정)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지만 그녀의 설명은 ‘정’을 말하는 것이었다) 저는 2012년에 한국을 방문 했었어요. 당시 한국 사람들은 제게 매우 친절 했어요. 제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한국생활은 괜찮은지 항상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어주시더라구요.

Q2. 남한과 북한이 지난 4월에 드디어 만났는데요. 스위스 뉴스에서도 다룬걸 보고 참 놀랐었어요. 혹시 이 소식을 알고 있나요?

-네, 알고 있어요. 정말 좋은 일이죠. 분단은 정말 슬픈 일이잖아요. 서로 붙어있지만 오 갈수 없으니까요. 평창 올림픽 땐 오직 운동선수들만이 북에서 남으로 올 수 있었죠? 일반 사람들은 불가능하구요. 그래서 남과 북 정상이 함께 있는 모습이 좋았어요. 

북미정상회담이 마침내 이뤄지자 한 지역신문에서 메인 토픽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이 마침내 이뤄지자 한 지역신문에서 메인 토픽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드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한국 하면 첨단기술(High Technoogy)가 떠오른다는 니콜라스와 바스챤, 그들도 남과 북이 판문점에서 만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분단의 역사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과 북이 앞으로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갈지 기대된다고. 바스찬의 경우 영국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어학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에게 한국 사람들은 유쾌한 이미지로 기억된다고.
드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한국 하면 첨단기술(High Technoogy)가 떠오른다는 니콜라스와 바스챤, 그들도 남과 북이 판문점에서 만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분단의 역사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과 북이 앞으로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갈지 기대된다고. 바스찬의 경우 영국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어학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에게 한국 사람들은 유쾌한 이미지로 기억된다고.
독일인 Dirk Schuber 아저씨. 그는 동독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서독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고 한다. 왜 같은 나라인데 하나가 아닌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1990년 서독 베를린으로 이주와 동시에 그 곳에서 대학을 입학했다고 한다. 덕분에 지금의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독일인 Dirk Schuber 아저씨. 그는 동독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서독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고 한다. 왜 같은 나라인데 하나가 아닌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1990년 서독 베를린으로 이주와 동시에 그 곳에서 대학을 입학했다고 한다. 덕분에 지금의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동독,서독 먼저 통일을 겪은 독일인에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물어봤다.

전쟁 없이 평화 속에 통일을 이룬 국가는 독일이 처음일 것이다. 난 독일인 Dirk 아저씨를 만났을 때 그에게 내 인터뷰 목적에 대해 이야기 했다. 통일을 먼저 겪은 당신의 삶이 궁금하다고 말이다.

Q1. 한국 하면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기술, 근면 성실한 근로자들 그리고 평창 올림픽이요. 특히 남북한 단일팀이 참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가까운 미래에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독일처럼 한 나라로서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2. 지난 4월 드디어 남과 북의 정상들이 서로 만났는데요. 혹시 들어보셨나요? 

-신문에서 소식을 접했어요. 우선 남북한 정상이 만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죠. 그 말인즉 전쟁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니까요. 앞으로 두 정상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할 것 같아요.

Q3. 통일을 직접 겪으셨잖아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어떠셨어요?

-정말로 기분이 좋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저는 서독에 정말 가고 싶었거든요. 물론 부모님께서는 제가 자라는 동안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셨지만 제 내면에는 세상을 직접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장벽이 무너 진 바로 다음해 베를린에 갔어요. 부모님은 매우 슬퍼하셨죠. 떨어져 살아야 하니까요.

Q4. 개인적으로 남북이 통일된다면 문화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베를린에 가셨을 때 문화적 차이 때문에 겪으셨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제 말투가 동독 악센트였기 때문에 캠퍼스에서 돌아다닐 때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수근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동독에서 온 남자다라면서요. 기분이 매우 안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처음만큼 절 신경 쓰지 않더라구요.

Q5. 저도 통일이 된다면 남북 모두 기쁘겠지만, 한국 사회에선 한편으론 통일 비용에 대한 걱정도 있어요. 마치 독일이 겪었던 것처럼요. 독일인들은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제적인 면에서는 한국 상황이 독일 보다는 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1989년 당시에는 동독과 서독의 경제적 차이는 남북한만큼 크지는 않았어요. (1989년 당시 서독 : 동독 1인 GDP 비율 = 3:1 반면 2009년 남한 : 북한 = 1: 20) 오랜 시간이 걸려서 이젠 동/서독의 경제적 차이가 많이 줄어 들긴 했어요. 그러나 여전히 동/서독의 생활비 차이는 매우 큰 편이에요.
 통일에 대한 의견은 나이와 학력에 따라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사실 오직 어른들만이 동서독을 기억할 뿐이죠. 물론 통일 전후의 장단점도 알고 있죠. 20년 전까지만 해도 통일의 단점에 대해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요. 그 때보다 지금이 모든 면에서 나으니까요. 1995년부터 태어난 세대들은 통일 전후의 다름에 대해 전혀 모르죠. 그들은 같은 국가에서 자라 지금의 20대가 되었죠. 만약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비슷한 흐름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통일 후 한,두 세대까지는 힘들 순 있겠지만 결국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력 수준(education level)이 낮은 사람들은 통일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사회적/경제적으로 약간 혼란의 시기였으니까요. 반대로 학력 수준이 높은 사람들. 예를 들어 교수들의 경우 동/서독 대학들간의 이동이 매우 잦았어요.

스위스에 사는 외국인에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물어봤다.

자신이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로 한국의 경제사를 다룬 [영웅시대]를 지목한 티모르. 2006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티모르에게 주인공 차인표가 회사를 일으키는 일대기는 흥미진진 했다고. 영웅시대를 좋아하는 외국인은 처음 보았다.
자신이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로 한국의 경제사를 다룬 (영웅시대)를 지목한 티모르. 2006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티모르에게 주인공 차인표가 회사를 일으키는 일대기는 흥미진진 했다고. 영웅시대를 좋아하는 외국인은 처음 보았다.

Q1. 본인에게 한국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한국은 “매우 발달한 국가’라는 이미지에요.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는 우즈베키스탄에 공장이 있어서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고 있어요. 중앙 아시아에서 차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들 중 하나죠. 이처럼 타지키스탄에선 한국은 경제적, 기술적으로 발달한 나라로 알려져 있어요.

Q2. 지난 4월에 남북한이 드디어 판문점에서 만났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좋은 질문이에요. 저는 굉장히 기뻤어요. 북한은 원래 핵을 만들어서 트럼프와 싸우려고 했잖아요. 아마도 북한이 더 이상 핵으로 무언가를 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친 거 같아요. 아마 다른 방향으로 살아남으려는 거겠죠. 제가 알기로는 2013년에 남북간의 긴장이 더 고조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2013년 3월. 북한이 키 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반발해 남북간 정전 협정을 폐기하고 판문점 대화를 거부하는 등 북한의 대남정책이 급진적으로 변하던 시기였음.) 그런데 그런 두 국가가 만났다니 정말 놀라운(Shocking) 일이죠.

남북한정상회담을 보셨나요? 라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심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다양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드론, 스마트폰, 케이팝, 드라마, 한국인은 정이 많다. 등등 동시에 ‘정말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하는 물음이 머릿속을 멤돌았다.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전쟁을 겪은 세대라면 우리는 통일을 겪는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글로벌화 만큼이나 통일에 대한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대비를 반드시 해야 된다는 생각도 든다. 그 철저한 독일도 지금까지 통일 비용을 치루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통일은 한민족으로서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자주적으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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