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인 A씨가 남편이 수행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폭로를 접한 뒤 '안 전 지사를 증오하면서도 애 아빠니까 살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열린 안 전 지사에 대한 3차 공판에서 작년 초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고소인 김지은 씨와 가깝게 지냈던 B씨(28)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재판을 받기위해 서울 서부지법에 들어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7/5322_7398_1155.jpg)
법정에서 B씨는 안 전지사가 수행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폭로를 듣고 A씨는 '(남편)안희정이 정말 나쁜 XX다. 패 죽이고 싶지만, 애 아빠니까 살려야지'라며 '여비서 김지은씨의 행실을 문제삼기위해 자료를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3월 5일 김 씨의 최초 폭로 직후 캠프 동료들과 함께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명의로 캠프 내 다른 성폭력 의혹 등을 제기했던 B씨는 "3월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밤 안 전 지사의 큰아들로부터 '그 누나(김지은) 정보를 취합해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며 "이 후 추가폭력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B씨는 "(안 전 지사의)큰 아들에게 전화했더니 (안 전 지사 아내) A여사가 받았다"면서 "(전화 통화를 통해) A 여사가 김지은이 처음부터 이상했다. 새벽 4시에 우리 방에 들어오려고 한 적도 있다. 이상해서 내가 (지난해) 12월에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바꾸자고 했다. 김지은의 과거 행실과 평소 연애사를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안 전 지사가 (김씨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위력을 행사했다고 규명하는 내용의 보도를 했던 한 언론사 기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전제한 뒤, "안 전 지사가 해당 보도가 나갈 것을 미리 알고 언론사 유력 인사에게 전화해 기사를 막아주면 민주원씨 인터뷰를 잡아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언론사 간부가 기자에게 전화해 기사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기자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결국 기사가 나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A씨는 안 전 지사의 아내다.
B씨는 "이 이야기를 듣고 안 전 지사 측이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는 게 소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도 했다.
B씨는 "주요 의사결정은 팀장급들이 논의해 하달했고, 아이디어를 내도 잘 채택되지 않았고, 의원 보좌관들이 캠프에 합류하면서 밀려났다"며 "캠프의 위계질서가 엄격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캠프 자원봉사자로서 불만을 말했다가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다"면서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충남도청 정무팀으로 다수 옮겨간 만큼 정무팀도 캠프처럼 수직적인 분위기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7/5322_7399_1330.jpg)
B씨는 안 전 지사에 대해 "우리의 희망으로 조직 내 왕과 같았다"며 "김 씨가 안 전 지사와 러시아·스위스로 출장 갔을 무렵 연락해 힘들다는 얘기를 했고, 지난해 11월부터는 정신과 진료가 필요해 보일 만큼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고 했다.
해당 시점은 안 전 지사가 러시아와 스위스 출장 중 김 씨를 간음한 무렵(검찰 공소장 내용)이다.
B씨는 이어 안 전 지사 측은 반대 신문을 통해 "김 씨의 개인 휴대전화 통화기록에는 러시아·스위스 출장 중 B씨와 통화한 내용이 없다, 정확히 어떻게 연락한 것인가"를 물었다.
이에 대해 B씨는 "통화, 메신저, 직접 만나서 하는 대화 등 어떤 형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가 "김 씨가 전화로든 메신저로든 '러시아 혹은 스위스에 있다'고 한 적이 있는지"고 물었지만 B씨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B씨가 법정증언을 하는 동안 안 전 지사는 증인석 대신 재판부 쪽으로 몸을 돌리고 증언 내용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