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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뉴스창] 안희정 측 법정증언, 재판 반전될까
[신수용의 뉴스창] 안희정 측 법정증언, 재판 반전될까
  • [충청헤럴드=신수용 대기자]
  • 승인 2018.07.12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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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의 유력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54).

그가 수행비서 김지은씨(33)와의 성 스캔들에 휩싸여 추락하는 모습 속에도 크게 감정표현을 하지 않았다가 11일 열린 법정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이날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열린 4차 공판에서다.

김지은씨 후임 수행비서였던 A 씨, 전 미디어센터장 B 씨, 전 비서실장 C 씨, 전 운전비서 D 씨가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9일 서울서부지법에 재판을 받기위해 법원에 들어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서부지법에 재판을 받기위해 법원에 들어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연합뉴스]

안 전 지사는 자신을 보좌했던 인사들이 차례로 증언대에 서서 자신과 김 씨와의 관계 등을 증언하자, 북박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다. 이들의 증언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 있던 그는 눈을 감기도 하고, 재판부을 응시했으나 법정에선 자신의 모습을 자조하듯 눈시울을 적셨다.

때문에 이들 핵심 측근들의 증언을 재판부가 어떻게,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건은 반전될 수도 있다.  

핵심 측근들은 증인신문에서 ▲지난해 5.9대선을 앞둔 안 전 지사 경선캠프와 충남도청의 조직 분위기 ▲안 전지사와 김지은씨와 평소 관계 ▲김씨의 비서로서의 역할과 업무, 성격 평판및 행동, 발언 ▲안 전 지사의 출장 등 행보 등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김씨 후임인 A 씨는 "11시 이후에는 착신으로 설정된 전화가 오더라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전화를 받지 않아야 상대방이 전화를 안 할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이 대목에서 시종일관 굳었던 표정을 펴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웃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씨 “김 씨는 나나 운전비서가 안 전 지사를 대하는 것보다 더 격의 없이 대했다”며 “김 씨가 전임 수행비서와는 달리 회식 자리에서 안 전 지사에게 ‘술을 더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행비서직 인수인계를 할 때 김 씨가 너무 울어 인수인계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며 “해외 출장이 걱정된다고 말하자 김 씨가 ‘가기 싫으면 내가 가도 되고’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이 A 씨에게 “경선캠프나 충남도청이 권위적인 분위기였는가”고 묻자“제가 경선캠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한 사람인데 권위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이어 안 전지사가 평소 직원들을 어떻게 대했냐는 신문에서 “평소에도 늘 ‘역할’만 봐야 한다고,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지시할 때 역시 늘 부탁조로 말했으며 고압적이거나 명령적인 태도는 전혀 없었다”고 안 전 지사의 평소 행실에 대해 증언했다.

특히 김 씨가 평소 안 전 지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업무상에서는 늘 깍듯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다만 운전비서나 저보다는 격의 없이 대한 점은 있다”며 “올해 1,2월쯤 충남 홍성의 한 고깃집에서 다같이 저녁식사 하던 자리에서 피고인(안 전 지사)이 피해자(김 씨)를 뭔가 놀리는 듯한 말을 하자 피해자가 ‘아, 지사님 아니에요’, ‘지사님이 뭘 알아요’ 하고 대거리를 해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는 안 전 지사와 김 씨가 평소에 수직적인 사이가 아닌 친밀한 사이였다는 안 전 지사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A 씨는 김 씨가 여성인데도 이례적으로 수행비서로 발탁된 경위에대해 “전임자들이 도청 공무원들에게 갑질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고있다”며 “김 씨 발탁은 역시 여성 수행비서를 뒀던 문재인 대통령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아침 일찍 나와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간식코너를 스스로 정리하는 등 헌신적으로 일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답답할 정도로 일의 노예였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김 씨의 성폭력 고발 이후 인터넷에 김 씨에 대한 비방 댓글을 단 사실에는 “댓글을 단 건 맞지만 업무폰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내가 증거 인멸한 것처럼 오해가 생겨서 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 씨와 안 전 지사가 주고받은 문자나 통화내역 등이 들어있는 업무폰의 기록이 모두 삭제된 정황과 관련해서도 기존에 김 씨가 “후임에게 휴대폰을 넘겨주며 업무 연속성을 고려해 기록은 전혀 지우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피해자가 자신도 전임에게 업무폰 넘겨받을 때 다 삭제된 상태였다고 말했다”고 진술해 사실관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씨가 성추행 인물로 꼽은 운전비서 D 씨는 “김 씨가 말하는 성추행은 김 씨에게 먼저 가라고 하면서 손이 등에 살짝 닿은 것과 휴대전화로 김 씨를 두 차례 툭툭 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성)추행 의도는 아니었으나 이후 문자와 전화로 사과했다”며 "휴대전화로 툭툭 치는 행동은 평소 편한 지인들에게 하는 습관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 전 지사는 농담도 건넸고 늦잠이라도 잔 날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건넸다”며 “부모님의 칠순 잔치 때는 용돈도 챙겨줬다”고 증언했다.

강남의 모 호텔 성폭행 혐의에 대해 D 씨는 “김 씨가 먼저 서울에서 자고 가야겠다며 숙소를 예약했다”고 증언했다.

D 씨는 “그날 마지막 일정이 호프집에서 있었는데 김 씨로부터 ‘오늘은 서울에서 자고 갈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그 뒤 김 씨가 직접 호텔 약도까지 보냈다”는 것이다.

D 씨의 증언이 끝난 뒤 휴정하자 안 전 지사는 벽 쪽으로 돌아앉아 눈물을 훔쳤다.

D 씨가 다가와 인사하자 안 전 지사는 어깨를 두드렸다.

김 씨의 전임로 안 전 지사를 수행했던 전 비서실장 C 씨는 김 씨의 '24시간 업무에 지배를 받았고 안 전 지사의 심기조차 거스를 수 없는 위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론했다.

그는 는 김 씨가 언급한 내용 중 '휴대전화를 비닐팩에 넣고 샤워했냐'는 질문에 “참여정부 시절 비서들이 그랬다는 말은 들어봤다”며 “나나 안 전 지사 누구도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편 김 씨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5차 공판은 오는 13일에 열리며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가 증인으로 나오지만 공개재판으로 진행된다. 민 씨역시 최근 ‘원래부터 이상했다’, ‘김 씨가 새벽 4시에 방에 들어오려고 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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