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2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외환 위기 극복 20년 특별 대담'에 참석해 한국 경제의 위기 재연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경연이 21일 서울시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 : 위기극복의 주역으로부터 듣는다'를 개최하여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권태신 한경연 원장,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711/541_507_5333.jpg)
이 전 장관은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 초대 재경부 장관으로 취임, 외환 위기 발발 직후 정책 책임자로서 위기 극복에 앞장섰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날 대담은 한국이 1997년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지 20년이 되는 날을 맞아 당시 경험을 나누고, 경제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혁신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711/541_508_5447.jpg)
이 전 장관은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해 "인구 고령화, 낮은 자본 생산성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이미 보유한 잠재력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해 청년 실업률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기술 개발 등의 노력과 함께 위기가 닥쳐도 정상 상태로 되돌아갈 복원력을 갖기 위한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아울러 "국민이 개인적 권익과 이익만 추구하기보다는 사회, 기업과 함께 잘 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기업가는 사명을 다하면서 비용을 사회화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 위기 사태에 대해 이 장관은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면 기름을 사 오지 못해 당장 전국 건물의 난방이 끊길 정도로 독자 생존할 수 없었기에 유무상통으로 살아남아야 했다"며 "모두가 많이 고생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그는 외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던 비결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뛰어난 리더십, 금 모으기 운동으로 보여준 국민의 단합, 한국을 믿고 지원한 국제 사회의 협조 등 세 가지를 꼽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한 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 동석한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외환 위기 발생 원인에 대해 "대규모 경상 수지 적자와 대외 채무 급증 등 대외 건전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아시아 외환 위기 등 외부 충격이 가세한 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통화 및 재정 긴축 정책을 추진해 외환 보유액이 확충됐으나 이 과정에서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에 따른 사회 불안이 커졌다"며 "외환 위기 극복 과정을 보면 기업 재무 건전성과 금융 안전망이 정비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노동 부문 개혁은 유연성 제고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현 원장은 외환 위기 당시와 현재의 한국 경제를 비교하며 "경상 수지, 외환 보유액 규모 등 대외 건전성 부분은 개선됐으나 저성장의 장기화, 양극화와 가계 부채 급증 등 대내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를 극복해낸 경험을 살려 새로운 형태의 경제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외환 위기 당시에 약했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유연성과 경쟁력을 키우고, 위축된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도록 국내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