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안희정 부인, 남편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무슨 말을 했나
안희정 부인, 남편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무슨 말을 했나
  • [충청헤럴드=박민기 기자]
  • 승인 2018.07.13 2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비서 성폭력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54.불구속)의 재판에 예상대로 안 전지사 부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입을 열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추행 혐의에 관한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오전의 다른 증인심문에 이어 오후 공판엔 안 전 지사 부인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흰 셔츠에 진회색 바지, 안경을 쓴 차림이었으며, 굳은 표정으로 법정 증인석에 앉은 A씨는 안 전 지사와의 관계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부인이다”라고 답했다.

여비서 성폭력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54.불구속)의 재판에 예상대로 안 전지사 부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입을 열었다.13일 자신의 재판을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오고 있는 안전 지사[사진=연합뉴스]
여비서 성폭력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54.불구속)의 재판에 예상대로 안 전 지사 부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입을 열었다. 13일 자신의 재판을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오고 있는 안 전 지사[사진=연합뉴스]

변호인은 A씨에게 작년 8월 충남 보령시 죽도 상화원 리조트에서 김지은씨(33)가 새벽 4시에 안 전 지사 부부가 묵는 방에 들어왔다는 주장에 관한 질문에 초점을 두고 물었다.

당시는 8월 18∼19일 1박2일 일정으로 주한중국대사 부부를 휴양지인 충남 상화원으로 초청해 만찬을 마치고 숙소 침실에서 잠든 상황이었다고 A씨는 전했다.

2층짜리 숙소 건물은 1, 2층이 나무계단으로 연결됐고 1층에 김 씨 방, 2층에 안 전 지사 부부 방이 있었다고 한다. 2층에는 옥상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별도로 있는 구조였다.

A씨는 "제가 잠귀가 밝은데, 새벽에 복도 나무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깼다"며 "누군가 문을 살그머니 열더니 발끝으로 걷는 소리가 났다. 당황해서 실눈을 뜨고 보니까 침대 발치에서 (김 씨가)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남편이 '지은아 왜 그래'라고 말했는데, 새벽에 갑자기 들어온 사람에게 너무 부드럽게 말해서 이것도 불쾌했다"며 "김 씨는 '아, 어' 딱 두 마디를 하고는 후다닥 쿵쾅거리며 도망갔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반대신문을 통해 어두운 상황에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알았느냐는 취지로 묻자, A씨는 "1층에서 올라올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며 "몸집이나 머리 모양 등 실루엣을 보고 확신했다"고 답했다.

왜 그때 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일방적 사랑이라고 생각했다"며 "저는 인사권자나 공무원이 아닌 평범한 주부"라고 말했다.

검찰이 "그 일이 사실이라면 그 후 주고받은 다정한 문자, 김 씨와 함께한 식사나 일정 등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자, A씨는 "다정하다는 것은 검사님 시각이고, 제겐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일이었다"고 반박했다.

A씨는 안 전 지사의 여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김 씨가 여성 지지자의 접근을 과도하게 제한해 불만이 많았다며 "저와 15년간 알고 지낸 동갑내기 여성 지지자분이 제게 '우리는 김 씨를 마누라 비서라고 부른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여비서 성폭력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54.불구속)의 재판에 예상대로 안 전지사 부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입을 열었다.13일 자신의 재판을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오고 있는 안전 지사[사진=연합뉴스]
여비서 성폭력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54.불구속)의 재판에 예상대로 안 전 지사 부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입을 열었다. 13일 자신의 재판을 위해 서울서부지법에 오고 있는 안 전 지사[사진=연합뉴스]

그는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이성으로 좋아했다고 생각한다"며 "사적 감정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김 씨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거로 생각했다. 남편을 의심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A씨는 "어떤 행사에 2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놀이터 같은 곳에서 기다리는데 우연히 남편, 저, 운행비서, 김 씨가 나란하게 선 적이 있다"며 "그때 김 씨가 갑자기 앞으로 나가서 주저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속으로 '귀여워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는 증언도 내놨다.

안 전 지사 대선 경선캠프 자원봉사자였던 B씨가 지난 9일 공판에서 "김 씨의 폭로 직후 A 여사가 제게 김 씨 행적과 연애사를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그런 요청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김 씨 실명이 이미 공개됐어도 성폭력 피해자로 간주해 가명으로 칭해야 한다는 재판부 설명을 듣고 증언하던 중 A씨는 "김…하… 저도 그분을 가명으로 불러줘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법정에서 만난 안 전 지사 부부는 서로 거의 쳐다보지 않았다. A씨는 "남편", "피고인" 등 표현으로 안 전 지사를 지칭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A씨는 잠시 침묵하다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부인 쪽을 거의 보지 않던 안 전 지사는 A씨가 증언을 마치고 퇴정할 때쯤에야 고개를 들어 부인 뒷모습을 바라봤다.

A씨의 증언에 대해 김씨를 돕고 있는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대책위 측은 “상화원에 숙박하던 또 다른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보낼 ‘옥상에서 2차 기대할게요’ 라는 문자를 김씨에게 잘못 보냈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염려된 김씨가 옥상으로 올라가는 쪽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방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심리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해 공판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평판 등이 악의적으로 보도되는 것 등에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며 “(수행비서가 해야 할 일인) 숙박 예약마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했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소송지휘권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 측 변호인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사안의 쟁점과 어긋난 자극적인 보도가 많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물론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그 범위를 넘어서 피해자의 성향 등을 공격하는 것은 자제를 부탁한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