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news/photo/201807/5464_7592_5652.jpg)
휴일 저녁, 충청권이 지역구인 자유 한국당 중진의원을 만났다. 주말, 주일마다 지역 행사를 쫓아다니기도 괴롭다는 그다. 그에게 ‘6.13 지방선거 후 민심이 어떻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도리질이다.
그의 말은 “선거 직후만 해도 안됐다는 동정하는 눈빛이라도 있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한국당에 관심도 없더라. 차라리 욕이라도 했으면 좋을 텐데, 그것도 않더라. 요즘 당의 꼴이 어디 정당인가...부끄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한국당 지지자들이 걱정할 때면 ‘잘 될 것’이라고 달랬다. 하지만, 이젠 허언(虛言) 같아서 입도 못 연다고 했다. 다시 당을 수습하고 민생정당이 되겠다고 했지만 다들 비웃는 듯했다고 털어놨다. 6월 선거에서 참패를 한 뒤 잘못했다고 무릎을 꿇었지만, 작심 3일이었다.
네 탓 타령으로 세월을 보냈다. 외부에서 그런 것도 아니다. 순전히 당내에서 서로 총질을 해댔다. 이어 ‘물러나라’, ‘못 물러난다' 로 계파 간에 삿대질을 해대다가, 이젠 ‘난 잘못이 없으니 모두 네 책임이다’식이다.
그들은 말뜻처럼 같은 당의 ‘동지(同志)’가 아니었다. 극심한 내홍의 꼴을 보자니 한심하다. 뜻이 같아 모인 사람이 아니다. 그 바람에 제 20대 후반기 원(院)구성조차 40여 일을 지각했다. 집권 세력을 견제한다는 제1 야당의 신세가 이렇다.
-뜻을 같이한다는 동지(同志)들이 뭉친 정당인가
무려 114석이나 가진 정당치고는 존재가 무의미하다. 걷지도 않고, 짖지도 못한 채 던져주는 밥이나 먹으며 사시사철 잠만 자는 노견(老犬)같다. 닥쳐올 빙하기에 다른 생명들은 살아날 궁리를 하는데 대비 없이 멸종된 공룡의 모습이랄까.
당내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중진에게 들어봤더니 가관이다. 내외부에서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선정조차도 사공이 많아 일사천리로 진행을 못했다. 계파 간에 서로 의심뿐이니 그럴 수밖에. 지난 주말에는 혁신비대위원장 선정을 위해 진행하기로 했던 여론조사가 무산됐다.
비대위원장 후보 5인을 17일 전국위원회에 추천할 1명으로 압축하기 위한 여론조사 경선마저 깨졌다. 처음부터 이상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뽑히는 정식 지도부도 아닌 임시 지도부를 선정하기 위해 '비대위 준비위'라는 듣지도 못한 기구를 만들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정치 사상 초유의 기구다.
한국당 출신인 정두언 전 의원 같은 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을 공모했다는 얘기는 세상에 처음 듣는다."고했다. 이어 "공당에서 당의 얼굴을 내세우는데 일을 장난같이 진행했다"고 꼬집을 정도다. 비대위원장 선정은 "정말 머리를 짜서, 비밀리에 진행해서 '깜짝'(발표로) 내놓아야 될 사안"이라는 것이다.
준비위원장인 충남 태안 사람 안상수 의원이 100여 명 안팎의 후보자를 거명했다. 거의 대부분 본인이 고사하거나, 불쾌하다며 거절했다. 그 중에 5명을 추려 비대위원장 선정을 당 대표 경선하듯 당원·유권자 여론조사로 하겠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이것마저 일부 인사가 거부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안 준비위원장은 "비대 위원장 후보자를 뽑기 위해 주말에 여론조사를 하려 했으나, 후보자 중 몇 사람이 반대해 이를 그만두기로 했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뽑는 데도 말이 많아 산으로가는 정당
그는 최종 다섯 명의 비대위원장 후보자를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에게 추천하는 것으로 활동을 접었다. 여론조사 없이 의총만을 거쳐 김 대행에게 인선을 일임하겠다는 것이다. 비대위원장 한사람 뽑을 구심점도 없는 한국당의 현주소다.
김 대행과 안 위원장 등 지도부는 예정대로 의총을 거친 후 17일 비대위원장 추인을 위한 전국위원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당헌‧당규상 대표 권한대행은 비대위원장 후보를 전국위에 추천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권한대행의 리더십과 비대위 체제 등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최고조여서 비대위원장 후보 결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김 대행이 추천한 후보가 당내 여론에 부합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친박계를 중심으로 그의 사퇴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할 수 있어서다.
듣기로는 앞서 준비위는 지난 12일 김성원· 전희경 한국당 의원과,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박찬종 전 의원, 이용구 한국당 당무감사위원장 등 5명의 비대위원장 후보를 선정했다. 이어 13일 의총에서 이들 중 한 명의 후보를 결정하려 했지만 싸움만 벌였다.
관련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김성태 대행의 거취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김성태 대행의 거취를 놓고 김 대행과 친박계 간 설전으로 시작하다가, 고성을 동반한 감정 싸움으로 끝났다. 그 불씨는 아직도 그대로다.
때문에 한국당은 16일 의총을 다시 열었다. 비난 여론을 의식해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결론은 뻔하다. 이어 17일 당 의결기구인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구성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계획이 순조로울지는 불투명하다.
6월 지방선거 후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그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 등 당내 일각에서는 김 대행도 선거 패배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며 동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다. 양측 강경파의 발언은 여전하다.
이를 위한 기 싸움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김 대행 측과 비박계, 또는 바른 미래당에서 복당파는 공석인 당 대표 자리를 채우기 위한 전당대회를 열지 않고,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왜 한국당의 계파 싸움은 계속되는 것일까. 이는 1년 9개월 후에 있을 2020년 제21대 총선과 무관치 않다. 겉으로는 단순한 계파 간 충돌로 보이지만 혁신 비대위원장에 누구를 앉히느냐에 모두 자신의 정치 운명 걸렸기 때문이다.
-계파 싸움의 사활은 2020년 총선의 공천권 싸움.
혁신비대위원장은 과감하게 당내 계파를 수술할 것이고, 그로 인한 어느 한 계파는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비대위원장은 그 수술에 이어 당 대표로 누군가를 앉힐 것이다. 그 당 대표를 누가 맡느냐에 제 21대 총선의 공천권이 달려있다.
복기해보면 지난 2016년 제 20대 총선 공천 때의 상황 그대로다. 비박계 김무성 당시 당 대표가 있었지만, 공천관리위원장은 이한구 전 의원이었다. 이 전의원은 사실이 아니라지만 김 대표와 공천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당시 김 대표는 당의 옥쇄를 쥐고 부산으로 피했던 일이다.
때문에 기를 쓰고 달려드는 것이다. 계파 싸움을 벌이는 이들의 분당(分黨)도 불가능하다. 한국당에서 분당해 바른미래당으로 갔다가 돌아온 김무성, 김성태 등 복당 파는 더욱더 곤란하다. 그들에 대한 ‘철새 정치인’의 부정적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친박계나 당내 일부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분당 카드를 잘못 쓰면 어찌 되는지를 바른미래당의 미완의 성적표를 보았기에 섣불리 쓰지 못한다. 소탐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도 똑똑히 봐온 터라 쉽게 카드를 쓰지 못한다.
그렇기에 비박계와 친박계는 싸우면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결과는 국민의 불신만 초래해 민심 이반, 냉소, 혐오를 넘어 무관심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보수 1당을 자처한다. 그러나 박근혜, 이명박, 최순실 등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어정쩡한 모습에 국민은 진저리를 떠는 것이다.
당내 충청권 국회의원 중심의 초선의원들과 재선의원들은 연일 ‘김성태 물러나라’고 외친다. 6월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인책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당 주도권을 비박, 복당파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얻기 어렵다는 셈 범이 깔려있다.
이런 사이 한국당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했다. 수주째 한국 당은 10% 초반대를 유지해왔다. 상대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40% 후반 내지 50% 안팎인 점과 비교하면 4, 5배나 차이가 난다.
-제1야당 면모 없으니 국민의 관심에서 이반
지난주 한국 갤럽조사에서는 114석의 한국당이 6석인 정의당과 지지율이 10% 동률을 이뤘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충청권 역시 10명의 한국당 지역구의원이 있지만 단 한명도 없는 정의당과 10%로 똑같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만 열면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를 헐뜯는다. 또 촛불 집회를 비하하거나 종북 놀음이라고 폄하한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화 세대를 깔보며 우려를 부추긴다. 즉 진영의 논리로 여권을 몰아세우고 있다.
진보와 민주 세력을 비웃고 방해만 할 일이 아니다. 스스로 당당할 때만 가능하다. 보수의 구실도, 제대로된 역할도 못하면서 말이다. 사사건건 감투 싸움에, 사사건건 제몫 챙기기에 바쁜 한국당 일부의 무책임에도 속수무책이면서 말이다.
![지난달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가진 뒤 의사당 2층 로텐더홀에서 무릎꿇은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 당 소속 국회의원들.[사진=충청헤럴드DB]](/news/photo/201807/5464_7593_527.jpg)
국민을 위해 믿음을 주겠다는 한국당의 약속은 그래서 무관심인 것이다. 걸핏하면 외치는 보수 혁신과 개혁을 땜질해서 임시방편으로 쓰고 말 것이라면 차라리 임기 때까지 그대로 둬라.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유권자가 알아서 판단할 테니.
한반도가 기우뚱대고,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데도 보수 정당은 무엇 하는가. 대법원 재판 거래다, 기무사문건이다, 국정 농단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다, 최저임금논란이다, 미투 운동이다 산적한 현안이 쌓였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인데 한국당은 제대로 일하는 정당인가.
사회를 타락시키고, 기본과 원칙, 상식을 무너뜨리는 숱한 탈법, 불법에 고민하고 집중해야할 야당 아닌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이 다반사인데 세비나 올리고, 특수 활동비를 타낼 궁리만하지 말고 국민을 보라. 선거 때 말로만 국민을 섬기지 말고 지금이 그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