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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뉴스창] 행정수도 이전 책임자 김병준이 한국당 살릴까
[신수용의 뉴스창] 행정수도 이전 책임자 김병준이 한국당 살릴까
  • [충청헤럴드=신수용 대기자]
  • 승인 2018.07.16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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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병준 카드가 나왔다. 그는 충청인에게 낯설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 때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주도한 청와대의 총책임자였다.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당 내분수습과 안정을 위해 자유한국당이 한달 넘게 만지작 거린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16일 지명했다.

17일 오전 당 최고 의결기구인 전국위원회에서 이를 받아들이면 김 교수가 공식적으로 메스와 가위를 들고 한국당 환부를 드러내는 작업에 나선다.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당 내분수습과 안정을 위해 자유한국당이 한달 넘게 만지작 거린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16일 지명했다.[사진=KBS뉴스켑처]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당 내분수습과 안정을 위해 자유한국당이 한달 넘게 만지작 거린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16일 지명했다.[사진=KBS뉴스켑처]

말이 6.13 지방선거 참패였지, 실지는 현직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내려진 때 이미 집권당인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도 함께 탄핵을 당했다.

이를 기회로 친박과 결별하며 바른정당(바른미래당 전신)으로 보수가 분당해 5.9 대선을 치러 대패하고, 이어 지난 3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영어의 처지로 전락한 보수세력이다.

2020년 4월 제 21대 총선을 불과 1년 9개월 앞두고 한국당이 더이상 물러설곳이 없는 터라 김병준 교수를 택해, 혁신과 개혁의 둥지를 다시 짜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터.

그렇다면 왜 하필 김병준인가. 또 보수의 헝크러진 부정적 이미지를 김병준이 다시 살려낼 수 있는가.

지금으로선 성공과 실패가 반반이다. 박근혜-최순실을 통해 국정농단, 이명박의 실체를 통해 보수정당의 구린 뒷모습을 다 알게된 국민들이기에 김병준의 혁신이 민심을 되돌릴 수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을 못한다.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사진=연합뉴스]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사진=연합뉴스]

왜냐면, 한국당 내부에 TK(대구.경북)에 안주한 지역패권적 낡은 정치가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친박과 비박간에 혈투를 벌이는 상황이라 모두 만족할 해답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북 고령 출신인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통령 정책특별 보좌관을 지냈다.

그는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함께 수도권 인구분산과 국가 균형발전, 지방분권을 추진했던 인물이다. 그중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대선공약인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서 신행정수도라는 이름으로 수정, 세종시가 탄생됐으나, 그는 노무현-이해찬-김병준-강용식-이춘희-김안제로 이어지는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의 라인업에서 핵심였다.   

물론 그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시절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대표로 있던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 등과 격렬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그는 여소 야대의 상황속에서 사사건건 반대하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대해 "(지난 2004년 7월 11일당시) 졸속 행정수도 이전 반대의 이면에는 뭐가 있는가 하면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 대선 결과에 대한 불인정등이 내재해 있다"고 직접 한나라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자 당시 한나라당 한선교 대변인은 같은 날 "국민의 다수와 국가원로가 행정수도 이전 반대 또는 재고를 원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청와대 정책실장이 졸속 반대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아니다"라며 맹비난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정책실장을 거쳐 2006년 7월 교육부총리에 올랐지만, 논문표절 논란 속에 한나라당의 집중 포화를 받고 13일 만에 낙마하기도 했다.

그때 그는 "자리와 관계없이 제가 너무나 억울하고 너무나 일방적으로 매도당한 이 사안에 대해서 의혹을 밝히고 싶다는 심정으로 나왔다."고 청문회에서 밝혔었다.

그러나 그후 탄핵이라는 최대 위기에 몰리자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구원투수인 국무총리로 내정하기도 했다.

6.13 지방선거 참패뒤에가진 의총직후 국회 로텐터홀에서 무릎꿇은 한국당의원들[사진=충청헤럴드DB}
6.13 지방선거 참패뒤에가진 의총직후 국회 로텐터홀에서 무릎꿇은 한국당의원들[사진=충청헤럴드DB]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브레인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에서 이어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내정이라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졌다.

3김 정치의 유산인 지역주의와 지역패권 정치청산을 목표로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이었던 김 교수가 어떻게 한국당을 요리할지 흥미롭다.

그래서 그의 발탁목적과 배경이 궁금하다.
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은 김병준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지목한데 대해  "참여정부의 정책 혁신을 주도해 온 분"이라고 짧게 말했다.

그런 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투철한 현실 인식과 치열한 자기혁신인 만큼 김 위원장이 혁신 비대위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김 교수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의 대수술이 시작될 것"이라며 "처절하고 통렬한 자기비판과 치열한 내부 논쟁을 통해 당 노선과 전략을 다시 수립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부 화합과 단합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전국위에서 최종 확정되면 한국당은 비대위 전환을 둘러싼 극심한 계파 갈등 국면을 넘어 본격적인 위기 수습 국면에 돌입하게 된다. 지방선거 패배 후 한 달여 만이다. 

그간 친박계의 거취 압박 속에서도 김 대행과 비대위 준비위원회는 비대위원장 대국민 공모절차까지 밟아가며 다방면의 인사들과 접촉했다.

정계와는 거리가 멀거나,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당사자들이 줄줄이 고사하는 등의 진통도 겪었다. 결국 후보군 물색 초반에 수락 의사를 내비친 김 교수를 택하면서 '돌고 돌아 김병준'이라는 평가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 달 29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의 정책 노선에 대한 혁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경제문제와 관련해 "진보는 어찌됐든 간에 상생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보수는 박정희 시대 때의 경제 성장 이후 그런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성장에만 치중했던 기존 노선에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시장이나 공동체가 자율 체계를 확립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말하자면 국가가 일일이 간섭하기보다는 시장 안에서 자율적인 시스템이 작동했을 때 생동감 있고, 창의적인 것들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즉, "문제는 시장 안에서 할 수 없는 게 있다. 사회 불균형을 맞추는 문제, 복지 등은 시장이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국가는 그런 것을 보충적으로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영남중심의 한국당 색채를 지우고, 계파간 갈등을 청산해 새로운 보수당을 탄생시킬지는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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