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news/photo/201807/5635_7865_4253.jpg)
기록적인 폭염 속에 옥탑방 얘기가 화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0㎡ 남짓한 옥탑방 살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에어컨 없이 고되게 한 달간 버텨보겠다는 것이다. 6.13 선거 때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물론, 낙후된 동네에서 살아보고 대책을 내놓겠다는 각오다.
그의 옥탑방 얘기가 나오니 생각나는 게 있다. 2002년 12월 대선 때다. 한 사람씩 후보 초청토론을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먼저였다. 다음 날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 차례였다.
첫 날, 사회자가 이회창 후보에게 옥탑방을 물어봤다. 그러자 이 후보는 “옥탑방이 뭐죠”라고 반문했다. 그 바람에 ‘귀족 후보’라서 서민의 옥탑방도 모른다고 엄청난 공격을 당했다.
다음날 노무현 후보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때 노 후보도 모른다고 했다. 안희정 등 참모진들이 “아니,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그걸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그러자 노 후보는 “내가 어제 (옥탑방을) 몰랐다는 사실을 건호(노 전 대통령의 아들)가 알고 있어서... 그런데 내가 아는 척하는 것은 거짓말 아니냐. 그래서 모른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분은 이렇게 솔직했다.
-진실의 불편함 속에도 솔직함을 찾는 이유
노 대통령 재임 때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뒷산, 산행을 다녀와 점심을 같이 했다. 마주보고 앉은 필자가 “대통령의 말이 가볍고 품격이 없다하는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중동의 논조가 그겁니다. 말 좀 아끼라는 얘기지요”하더니 “그(말이 가볍고 품위가 없다는) 얘기는 더 솔직해지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고 했다. 그는 “내가 다른 사람의 말은 안 듣고 내 말만 하는 하는 것도 아닌 데”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불편한 진실 앞에 그걸 좀 적당히 가장하고 예의와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적당히 넘기라는 뜻인데, 불편하다고 진실을 덮을 수는 없지요”라고 했다. 그래서 솔직한 게 낫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실체가 벗겨지면서 큰 충격에 싸였다. 사건도 사건이고, 재판도 재판이지만, 믿었던 그들마저 거짓말투성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그들의 변명, 이른바 거짓말은 대체 무엇으로 꾸며댈까 궁금하다.
박근혜 정권 때 만든 ‘계엄령 검토 문건’이 공개되면서 일파만파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기각결정을 전제로 기무사가 만든 것이다. 탄핵기각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군을 동원해 진압하고, 권력연장을 위해 언론과 국회를 통제하는 친위 쿠데타를 계획한 셈이다.
헌재의 ‘박근혜 파면’ 결정으로 실행에 옮기 지 못했을 뿐이다. 지지난해, 돌이켜보면 박 전 대통령은 3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계엄문건작성’ 이전의 일이다. ‘이러려고 내가 대통령을 했나’라는 자조의 말과 함께 울먹였다. 그러면서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더니, 끝내 안 지켰다.
기억하기로는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62)과의 관계설명도 거짓말이었다. 그는 대국민 사과에서 “보좌진이 완비되기 이전에, 홍보와 연설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다”며 최 씨의 조언을 구한 시기와 범위를 한정했다. 그러나 이것도 얼마 가지 않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 온 대통령들
이처럼 우리는 대통령들에게 속아왔다. 대통령이 국민이 지켜보는데 새빨간 거짓말을 해댔다. 순진한 국민은 그들의 거짓말에 실없이 속아왔다.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내맡겼지만 거짓에 배신만 당해왔다. 역사의 고비마다 전직 대통령들 대부분이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 왔다.
전직 대통령들의 거짓말은 수도 셀 수 없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박사가 제일 먼저다. 6.25 전쟁이 터지자 시민과 함께 서울을 지키겠다고 라디오에 대고 육성으로 약속했다. 라디오에서 그의 목소리가 나올 때는 이미 대전시 대흥동 테미고개 충남도지사관사로 피난 와있었다.
서울이 함락되자 그는 대전임시수도도 위험하다며 대구로 피했다. 그는 도망쳐 놓고는 “용감한 국군이 적을 물리치고 있으니 서울시민들은 안심하라”고 달랬다. 그런 뒤 한강다리까지 폭파, 수십만의 서울시민이 죽거나 붙잡혀 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거짓말도 수준급이다. 그는 4·19혁명으로 탄생한 민주정부를 뒤엎고 5.16군사반란을 일으켰다. 그래놓고 혁명공약이란 걸 만들어 발표했다. 그는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하겠다”고 ‘민정이양’을 꺼냈다.
그러더니 63년 2월 27일 시민회관에서 있은 행사에서는 한 술 더 떴다.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자리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으면서 “나는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서식도 했다. 그런 그가 민정이양의 약속을 뒤집고 헌법도 대통령 중임, 3선 개헌, 그리고 유신헌법으로 고쳐 영구집권을 꾀했다.
10.26사태이후 등장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의사회구현’을 외쳤으나 정의와 거리가 먼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국보위와 삼청교육대를 만들어 정의국가를 세우겠다던 그들은 오히려 건국이래. 최고의 정경유착의 전횡을 일삼았다.
전두환 정권은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빨갱이’ 운운하며 살상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민들을 ‘폭도’라고 몰아 무장군인을 통해 잔인한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이를 북한의 특수부대가 침투해 무차별 학살하고 있어 국군들이 소탕 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퇴임직후인 1988년 11월 23일 사과·해명 담화에서 그는 ‘가족의 재산’이 부동산 4건과 금융자산 23억 원 등이 전부라고 밝혔다. 그는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 받자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 추징금을 낼 돈이 없다”며 추징금 1672억 원을 내지 않으면서 골프를 치며 호화생활을 누려 왔다.
가족이나 친지의 명의로 숨겨놓은 재산이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에 달한다는 그의 재산은 ‘전두환 추징법’으로 2013년 5월까지 추징한 금액은 모두 532억7348만4436만 원을 내고 무기명채권 188억 원의 이자 100억 원을 몰수당했다.
6.29 선언이후 집권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절반이 지나면 중간평가를 받겠다’더니 이를 슬그머니 뒤집었다. 그 역시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외치면서도 특권의식에서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 1990년 1월 김영삼(YS)· 김종필(JP)과 여소야대극복을 빙자해 3당 야합을 결행, 꼼수정치를 펴 지탄을 받았다.
-집권하기위해 온갖술수와 거짓말하는 권력들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 등에 증인으로 나와 12.12 사태 등을 모두 부인하고, 최근 회고록 등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당시 시민들을 향한 발포 등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해 논란 중이다. 자신과 무관한 양 뻔뻔한 행위를 보이고 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과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치면서 집권했다. 그는 6.29 선언뒤 치른 87년 대선 때 패배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이를 번복했다. 또 김종필(JP)와는 내각제개헌을 통해 지역패권주의를 약속했다.
그러나 군사정권을 종식시킨다면서 전두환, 노태우일당과 합당해 정권을 잡았다. 또 경제를 살리겠다는 그는 건국이래 최대 위기라는 IMF(국제금융기구)의 구제금융지원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신민주공화당 JP와의 내각제 개헌약속을 깨는 바람에 충청권(=JP)·호남권(=DJ·김대중)·영남(=YS)라는 지역구도라는 낡은 정치판을 만들었다.
DJ역시 거짓말을 했다. 1992년 12월 대선에서 YS에게 패배한 뒤 그는 정계를 은퇴하고 영국으로 갔다. 그 후 1995년 6.27지방 선거 때 이를 뒤집었다.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후 1997년 JP와 내각제 개헌을 생중계로 공약하며 집권했으나 또 거짓말을 했다. 수차례 대국민약속을 해놓고 상황이 안 좋다는 이유로 내각제를 파기했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는 햇볕정책으로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 대북 퍼주기 공세를 펴자,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할 힘이 없다. 내가 보장한다. 대통령직을 걸고 약속할 수 있다”고 했으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를 충청도를 옮기겠다는 공약을 했다. 또 실제 추진도 했다. 그렇지만 야당인 한나라당과 헌법재판소의 청와대. 국회. 대법원이전은 관습헌법이라는 수도이전에 위배된다는 결정으로 무산됐다. 어쨌든 행정수도 이전은 불발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도 적지 않다. 경제를 살리겠다던 그는 반값 등록금이나 전 재산 기부공약도 번복했다. 7% 성장, 4만 달러소득, 세계 7대 선진국이라는 ‘747공약’은 거짓말이 됐다. 논란을 빚은 한반도 대운하 대신 4대 강사 업으로 국민의 혈세 22조가 투자되는 한편 내내 BBK 주가조작사건에 의혹만 키웠다.
-국민이 눈을 부릅떠야 대통령의 거짓말 못해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내 것이 아니라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 3월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하면서 밝힌 내용과는 너무도 다르다.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속단할 수 없으나 거짓말들은 기가 막힌다. 여기에 국정원 댓글공작 등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실망만 안기고 있다.
뒤를 이은 박근혜 대통령의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당선 전 줄푸세와 경제 민주화를 말하더니 없던 일이 됐다.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지급, 등록금 부담 절반으로, 고교무상의무교육시대, 맞춤형 보육서비스, 취업 스팩타파, 어르신 인플랜트도 건강보험으로, 아이들 돌봄 서비스 확대는 총체적인 사기극이었다. 많은 이들은 국정철학도, 경험도 없다보니 시민단체의 제안을 베끼다보니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개탄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거짓말. 우리의 역사는 왜곡되고, 선동되어 진실을 담지 못하는 불행을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흔적을 마주하며 흘려버린 세월과 날려버린 혈세들을 지나치고 있다. 권력유지를 위한 대국민 거짓말과 사기, 술수, 음모, 압박, 협박, 편 가르기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대개의 개발도상국들이 미래로 나가기위해 분주한 이때 한줌도 안 되는 쥐꼬리 권력을 쥐어보려는 음습한 온갖 불법이 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거짓말을 일삼는 역대 대통령들, 국민이 눈을 부릅떠야한다. 국민이 우매하다고 보니까 불꽃함성을 장갑차로 막고 언론을 가둬두고, 국회를 잠그려는 계획을 짜는 것이다.
드러난 대통령들의 거짓말들은 당연히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규명도 규명이지만 국민의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한다. 솔직한 대통령, 국민을 우습게보지 않는 대통령만이 무대에 설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도 없이 국민을 우민화로 이끄는 대통령, 비선들이 국정을 움직이는 정권, 약속을 식은 죽 먹듯 하는 정치를 과감하게 몰아내야 옳다.
더러운 거짓말로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다고 선진국이라고 외치면 무얼 하나. 국민 앞에 솔직한 지도자들, 깨어 있는 민의가 춤춰야 선진국이다. 국민이 깨어나지 않으면 이번처럼 무시무시한 계엄발상을 하게 된다. 공개된 문건내용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시작이 이제 성역 없이 낱낱이 전모를 밝히는 것이 첫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