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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밀물 썰물같은 것...실력으로 보여라
여론은 밀물 썰물같은 것...실력으로 보여라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08.13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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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미국 윌슨 대통령 때 일이다. 윌슨 대통령의 심복인 사법장관 미첼 파머는 자유주위자이면서 양심적인 법률가였다. 당시 경제공항으로 무정부주의자가 날뛰었다. 곳곳에서 폭탄테러가 자행되고,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였다.

언론들은 정부가 무능하다고 연일 비판했다. 인심은 날로 흉흉해지고 국민은 불안에 떨었다. 이지경이 되니 책임을 져야하는 파머로서는 급히 대책을 세워야 했다. 이 무렵 공교롭게도 미동부 시카고에서는 공산당과 공산주의 노동당이 각각 대회를 가졌다.

정부와 시민들의 생각으로는 과격테러행위가 이들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었다. 이들이 총공세를 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언론들도 한발 더 나아가 이들에게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언론의 비판논조는 하나같이 파머를 향한 것이었다.

윌슨 정부에 대한 여론조사는 겨우 12%뿐이었다. 최악의 수치다. 설상가상, 윌슨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경을 헤맸다. 묘책이 내놓지 못하는 파머에게 그의 측근들도 다 같이 소련의 지령을 받은 공산당원들의 음모설로 분석했다. 그리고 강력한 진압을 요구했다.

-여론은 밀물 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급히 빠지는 것.

우리가 3.1절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그해, 파머가 움직였다. 드디어 1919년 11월 7일 밤, 파머는 명령을 내린다. 그는 그들을 강경 진압하라고 경찰에 지시한다.

경찰들이 뉴욕 번화가인 맨해튼에 있는 4층 벽돌집을 포위했다. 그곳은 러시아계 이주민들의 집회 장소이자 놀이 센터였다. 때마침 야간학교가 열리는 건물 안에 쳐들어간 경찰은 무차별 곤봉을 휘둘렀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수갑과 줄로 묶어 체포했다.

토머스 우드로 윌슨 (Thomas Woodrow Wilson, 1856년 12월 28일 ~ 1924년 2월 3일)은 미국의 28대 대통령(1913~1921)[사진=세계인물사전 켑처]
토머스 우드로 윌슨 (Thomas Woodrow Wilson, 1856년 12월 28일 ~ 1924년 2월 3일)은 미국의 28대 대통령(1913~1921)[사진=세계인물사전 켑처]

때를 같이해 미국 전역 9개 도시의 러시아인 집회장소도 경찰이 습격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무기는 물론 단 한 개의 불온문서가 없었다.

이 헛다리짚은 파머. 그러나 여론은 하루아침에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를 백악관으로 보내자는 요구가 거셌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국민의 86%가 그를 지지하고 있었다. 이 여론의 수치에 함몰된 파머는 완전히 판단력을 잃었다. 그는 여론의 수치에 빠져 ‘빨갱이 사냥꾼’으로 행세했다. 대중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이런 후 한 달 남짓,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국민들이 냉정을 찾기 시작했다. 언론도 스펀지 성향을 보이며 그의 불법적, 강제적 진압행위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잘한다고 박수를 치던 국회는 조사위원회를 열어 파머의 권력남용을 규탄했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던 공산당의 무력 폭동도 없었다.

파머는 그때까지도 우쭐했다. 일부 정부 공직자의 지지를 받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나섰다. 그러나 지명전에 올랐지만 무참히 패했다. 그러면서 그의 정치생명도 끝났다. 그는 뒤늦게 자신의 회고록에 “여론은 끓는 죽과 같다. 밀물. 썰물과도 같다. 파도쳐 들어올 때는 노도와 같고, 여론이 빠질 때는 삽시간이다. 여론의 함몰은 가장 큰 착각”이라고 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하락했다. 지난해 5.9 대선에서 집권한 후 지지율이 50%대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60%, 70%, 심지어 80% 초반 대의 고공행진을 하다가 지지율이 떨어지니 언론들이 핫뉴스로 다루고 있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 취임후 최저인 50%대

그중에도 친여 성향을 꾸준히 견지하던 충청권의 여론변화가 제일 컸다. 갤럽조사를 보면 대전·세종·충청에서 58%로 지난주 대비 13%포인트 하락해 낙폭이 컸다. 광주·전라(87%)와 부산·울산·경남(49%)에서 각각 4%포인트 상승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대부분 하락했다.

갤럽은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충청권 등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95%의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결과 이같이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6∼8일 대전. 세종 등 충청권을 포함 전국 성인남녀 1천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5% 포인트)도 엇비슷하다.

충청권에서 국정지지율은 52.8%(전국 58%)로 지난주 61.4%(전국 63.2%)에서 무려 8.6%p(전국 5.2%p)가 떨어졌다(자세한 것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및 중앙선관위홈페이지 참고). 지난 1월 가상화폐 파동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때 지지율이 가장 낮았지만 60%대 벽은 지켜냈다.

주목할 건 하락 원인이다.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에서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을 지적한 이가 40%로 가장 많다. 이는 고용과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진데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논란 등이 부정적인 영향으로 꼽혔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홈페이지 켑처]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홈페이지 켑처]

여기에 지난주부터 쟁점화한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정안까지 불거졌다.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논란이 본격화하면 여론은 더욱 나빠질 듯하다. 그러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대책회의까지 하며 심기일전하자고 결의를 했다.

임 실장 등 청와대 보좌진들은 국정을 좀 더 꼼꼼히 챙기자는 자성과 함께 각 분야에서 주저대는 민생현안에 속도를 내자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데 대해 기쁨대신 자성을 했던 맥락과 같다.

그는 “(지방선거에서)보내준 국민의 성원은 더 큰 기대를 보인 것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기대가 크면, 그 만큼 부담과 책임이 크고, 만의하나 뜻을 이루지 못하거나 지체될 때 닥쳐올 실망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집권여당의 민심추락도 동반했다. <충청헤럴드>의 지난 9일자 리얼미터 분석 보도에 의하면 충청권에서 정당지지율의 경우 민주당이 크게 하락하며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등 3당이 함께 나란히 20%대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충청권에서 지난번 조사 때 40.7%에서 10.9%p나 추락해 29.8%의 정당 지지율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정의당은 22.7%, 한국당은 22.5로 직전 조사 때보다 6.4%p,2.2%p가 각각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2시, ‘내 손안에 은행’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행사현장을 방문해 이를 시연해 보고있다.[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2시, ‘내 손안에 은행’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행사현장을 방문해 이를 시연해 보고있다.[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이 같은 여론추이는 충청권만이 아니라, 수치만 조금 다를 뿐 전국이 엇비슷하다는 점이다.

-여론악화의 주원인은 경제불안과 침체의 '늪'

대통령의 지지율의 급락 요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한두 가지 요인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 이것만으로 전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들은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특검 출석과 기대에 못 미친 전기료 한시적 누진제 완화 등’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이 요인이 단기적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더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국에서 78%까지 치솟았다. 충청, 호남권에서는 한때 80%초반, 90%초반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게 불과 석 달 만에 20%p까지 수직으로 떨어졌다.

지지율 급전직하의 중심은 바로 민생 경제 문제다. 우리 경제 상황이 1996년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악화된 그야말로 최악이다. 미. 일, EU등 글로벌 경제는 호황을 구가하는데 우리 경제만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수는 물론 고용, 투자등 반반한 게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최저 임금을 올리는 추세지만 되레 일자리가 줄고,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위기에 빠지는 등 역효과를 낳고 있다. 그렇다보니 물가불안에다, 경제 양극화현상으로 이어져 국정불신으로 이어질 조짐이 적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이 경제의 침체 등에 맞물렸다는 사실을 청와대나 정부가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물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산업현장 방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가운데 시민단체 등 지지층의 강력 반발에도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 추진도 경제 정책 기조 변화로 해석된다.

여권 내에서 조사 결과를 접하고는 “민생현안 대처에 미흡했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지지율 추이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한만큼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여론조사를 접한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야 제대로 된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면서 “사실 집권 2년차에 50%대 후반 지지율이라면 아직은 괜찮은 성적표”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실력을 보여줄 시점인 지금부터다. 박근혜 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실정(失政)이 가져다 준 반사이익은 지난 1년이면 충분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이제부터는 실적과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발전하고 견고해진다.

사안에 따라 지지층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대선공약의 수정이 필요한 분야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민생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과단성이 필요한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안보와 경제문제, 교육문제 등에는 힘을 합치는 협치의 품격을 보여아한다.

그러려면 여권의 분발이 필요하다. 이왕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여권 내 헤게모니 싸움이다. 참여연대 출신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최근 페이스 북에서 지적했듯이 청와대와 정부 내 갈등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지적했듯이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내부 소통에 이상 징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가 한 당사자를 만났는데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준다’ ‘조직적 저항에 들어간 것 같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당정청의 정책 주도권 갈등은 국정뒷받침에 해약

당사자들은 펄쩍 뛰지만 참여연대 출신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 경제부총리가 주요 경제정책을 놓고 건건히 부딪힌다는 점이다. 투자구걸논란이 바로 그 예의 하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숨죽여 온 관료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며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루머도 있다. 주요 정책을 놓고 청와대 참모와 경제 관료가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책 엇박자가 외부로 표출돼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3월 27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초당적인 경제정책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3월 27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초당적인 경제정책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선의 경제정책을 내기 위해선 여권 내 활발한 토론과 소통을 해야 하며 대외적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여기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규제개협 입법을 지원하고, 지지층이 반발하면 이를 설득하는 역할도 여당이 해야 한다. 오는 25일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의 당대표로 나선 3명의 후보들이 문 대통령의 국정을 당에서 뒷받침하겠다는 방향은 당연하다.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겉돌거나, 계파싸움으로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해 실패한 정책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선지 당대표들이 앞 다퉈 문 대통령의 국정성공을 어필하는 것이다. 여기에 김진표 후보는 일찌감치 ‘경제 정당 대표’를 구호로 내걸었다. 그는 9일 방송 토론회에서도 “모든 여론조사가 민생·경제를 살려내라는 요구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송영길 후보나 이해찬 후보도 같은 날 토론회에서 환황해경제 벨트 등 경제 공약을 내놨다.

어쨌든 이번 여론조사결과 안일해 하던 여권이 충격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예비경선에서 친노. 친문. 비문 계파로 나뉘어 대립했던 여당의 기류, 혁신세력과 안정추구세력간의 세대결로 수싸움을 했다. 함께 책임지는 정당이어아햘 텐데 패하는 정당에서 나타난 ‘뺄셈정치’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게 아니라 실력으로,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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