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헤럴드=정진규 의학전문기자(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장. 교수)]](/news/photo/201808/6156_8525_139.jpg)
여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두달가까이 폭염과 무더위에 지칠대로 지쳤다. 말복도 지나고 오는 23일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라는데 더위를 피한 늦 여름 휴가도 적지않다.
하지만 휴가나 크리스마스, 생일, 결혼기념일과 같이 좋은 일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도 어쩌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어쨌든 휴가 기간에는 모든 잡다한 업무에서 벗어나 가족들 또는 가까운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게 된다.늦여름 휴가 기간에 대한 나름대로의 계획들이 많겠으나 그중 꼭 포함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다.
높은 산을 오르거나 푸른 바다를 찾아 아주 멀리 여행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내부에 있는 자기 자신을 만나기 위함이다
현대 사회의 바쁜 일상생활에서 여러 일에 쫒기다 보면 자신과의 대화에 충실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좋은 휴가 계획을 가졌다고 해도 자기 자신을 만나지 않고 휴가가 끝나버린다면 피곤과 공허만이 남는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강은 정신 건강이다. 휴가 기간은 좀 지났어도 늦여름철에는 내부에 있는 자기 자신을 만남으로써 마음의 보약을 얻도록 하자.
-늦여름 자외선
여름철에 피할 수 없는 것이 뜨거운 태양이다. 태양광선 속에는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이 있다. 이 중 인체에 영향이 많은 자외선은 파장의 크기에 따라 피부에 색소를 침착하는 작용이 있는가 하면 살균하는 작용도 있다. 또한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D를 합성하여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좋은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선이나 백반증과 같은 피부 질환을 치료하는데 자외선을 이용하기도 한다.
반면 자외선은 해로운 점도 가지고 있다. 과도하게 자외선에 노출될 때에는 피부염이라든지 화상과 같은 광과민성 피부 질환을 초래할 수 있고 피부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기미, 주근깨, 검버섯, 주름 등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각막염이나 백내장과 같은 눈의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의학적 치료 용도로 자외선을 사용하는 경우는 인위적으로 자외선 파장의 크기를 조절하여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지만, 외출하여 태양광선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좋은 점만 얻을 수는 없다.
과도한 태양광선 노출로 인한 자외선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외출시에 긴팔 옷과 챙이 넓은 모자를 반드시 준비하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눈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용 선글래스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자외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가장 강하므로 이 시간대에는 태양 광선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낮에 햇볕을 많이 쬔 뒤 저녁 무렵에 피부가 붉어지고 아프거나 물집이 잡히는 경우는 자외선 화상이다. 찬물이나 찬 우유를 거즈에 묻혀 화상부위에 20분 정도 덮어주거나 오이, 알로에 등으로 팩을 해주면 열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
-늦여름 열사병
더운 환경에 노출되면 뇌 속의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중추가 피부의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을 분비시키며 호흡을 빠르게 하여 체온을 떨어뜨린다.
평소 혈액순환기능이 약하다든지 장시간 고온에 노출되는 경우가 위험하다. 심한 발한으로 인해 탈수가 초래되고 피부혈관이 확장되면 순환하는 혈액량이 모자라게 되며 혈액 중에는 전해질들의 불균형이 유발된다.
결국 혈액순환부전과 저혈압에 빠지는 탈진 상태가 되고 실신을 하거나 근육경련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때는 환자를 시원한 곳에 눕혀 휴식을 취하게 하고 전해질 음료를 마시게 해주면 대부분 회복된다.
그러나 고온 환경에 심한 노출로 인해 뇌 속의 체온조절중추가 마비된 경우에는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를 뿐 아니라 의식이 소실되거나 경련발작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때를 의학적으로는 열사병이라고 하며 중추성 체온조절기능장애 상태로서 매우 위험한 상태이다. 체온이 43도 이상으로 올랐을 때 응급으로 체온을 하강시켜주는 치료를 하지 않으면 80%가 사망하기도 한다.
-설사병
흔히 배탈이 난다고 한다. 여름철에 설사 질환이 많은 이유는 습도와 기온이 높아지면서 세균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음식관리에도 부주의하기가 쉬우며 음식이 쉽게 변할 수 있는 여건 때문이다. 또한 여행을 통해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을 먹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도 요인이다.
설사 증상은 대변의 횟수와 수분의 량이 증가하는 상태로서 급성 설사는 대개 음식이 원인인데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자극성 음식, 알레르기성 음식에 의하며 여름철, 또는 환절기에 흔하다.
만성 설사는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기능적 질환, 대장염이나 대장암과 같은 대장 질환, 소장염이나 흡수장애 증후군과 같은 소장질환, 당뇨병이나 갑상선 또는 부갑상선 질환과 같은 내분비질환, 일부 제산제나 항생제 또는 술과 같은 약물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른 동반 증상이 없이 3-4회 이내의 경증 설사 증상을 보일 때는 단순 장염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회복된다. 이때는 끓인 물 1리터에 소금 1/2 찻숟갈과 설탕 2숟갈을 섞어서 만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인다.
지사제와 장운동 억제제를 단기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지사제의 장기 사용은 피해야 한다. 설사증상이 있을 때 설사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는 식품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우유,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치즈, 초콜릿처럼 유당이 들어있는 식품들을 피하고 사과주스, 복숭아주스, 포도, 꿀, 견과류, 청량음료와 같은 과당도 많이 섭취하면 설사를 악화시킨다.
솔비톨, 만니톨(무설탕 껌) 등의 설탕대체 식품이나 마그네슘을 함유하는 제산제, 카페인(커피, 차, 콜라, 일부 두통약)을 피하는 것이 좋다. 설사 증상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물과 같으면서 횟수가 많은 경우는 탈수가 되기 쉽다. 대변의 양상이 쌀뜨물과 같거나 혈액이 섞인 대변, 점액성의 대변을 보이는 경우, 탈수, 고열, 구토, 복통, 피부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고 특히 소아들은 탈수에 더욱 위험하기 때문에 가급적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식중독
콜레라, 세균성이질, 살모넬라, 포도상구균, 장티푸스, 비브리오...... 여름철 건강관리에서 식중독을 빼놓을 수는 없다. 식중독인지, 단순 장염인지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먹었는지, 대변 양상은 어떤지, 함께 음식을 먹은 주위 사람들은 어떤지, 설사이외에 다른 증상은 없는지, 탈수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병력이 가장 중요하다.
바지락, 꼬막 등 어패류의 비브리오 균은 섭취 1-2일 후 구토, 설사, 혈변, 발열 증상을 일으키며 이틀 뒤에 발진, 수포, 괴저성 궤양과 같은 피부 증상과 패혈증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오염된 어패류를 먹거나 피부 상처를 통해 감염되므로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만성 간 질환, 신장 질환, 당뇨병, 알코올 중독처럼 면역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가급적 생선회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 물, 음식, 도마에 대한 위생이 중요하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외출한 후, 동물접촉 후에는 꼭 손을 씻도록 하되 고인 물에 씻는 것보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씻는 것이 좋다. 물은 반드시 끓여서 먹도록 하며 미심쩍은 음식은 아까워하지 말고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냉장고는 균의 증식을 억제할 뿐이지 사멸하는 것이 아니므로 냉장고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 조리위생이 중요한데 칼과 도마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 씻도록 하며 특히 행주 위생을 간과하기 쉬운데 행주가 세균의 온상이 될 수도 있으므로 중요시해야 한다.
-눈병
지난해 전국적으로 여름철 눈병 때문에 전국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물놀이를 하다가 눈이 빨갛게 충혈이 되는 경우가 있는 데 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눈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건을 넉넉히 준비했다가 증상이 의심될 때 각자 따로 사용한다. 유행성 결막염은 전염성이 아주 강해서 보통 주변에 한 사람이 걸리면 모두 다 전염되기도 하고 아이들이나 학생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기도 한다. 결막염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주 경로가 손과 세면도구이기 때문에 손 씻기, 눈비비지 말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대부분의 바이러스성 눈병 질환은 적절한 대증 요법으로 2-3주 동안 치료하면 저절로 좋아지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차적인 세균성 감염으로 진전될 수 있고 나중에 눈병이 나아도 빛을 받아들이는 각막부분에 혼탁하게 되는 상처가 남아 시력 장애라든지 실명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사고예방
늦여름 휴가 길에서 사고나 질병을 얻으면 보통 때보다 더 큰 고생을 한다. 어린이가 놀 때는 방심하지 말고 반드시 누군가 옆에서 지켜봐 주어야 한다. 여럿이 어울리다 보면 수면이 부족할 수도 있다. 무리하면서 운전하다가 휴가 길에 교통사고가 난다면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불행이다. 휴가는 쉬러 가는 것이지 전쟁을 하러가는 것이 아니다. 운전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고 운전 중간에 휴식을 자주 취해주어야 한다. 장시간 차의 유리창을 닫고 차내에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는 것은 피로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안전벨트를 꼭 착용하고 교통상황이 밀리더라도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양보한다. 수일간의 가족 여행을 계획할 때에는 약간의 지사제와 진통해열제, 상처 소독약, 벌레물린데 바르는 약, 일회용 밴드 등을 챙겨서 가져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