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news/photo/201808/6158_8527_3345.jpg)
서양에서는 교육, 교사의 역할을 매우 중시한다. 이런 일도 있다. 1871년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벌어진 보불전쟁(普佛戰爭)에서다. 프랑스는 독일에게 크게 패하였다. 쓴잔에 굴욕을 당한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이 사람 저 사람이 나서 패인을 분석하기 바빴다.
보불전쟁 패인을 정확히 꿰뚫은 프랑스 정치가 ‘레옹 강베타(Leon Gambetta)’가 나섰다. 그는 의회 연설과 신문 기고를 통해 의무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그때 이렇게 외쳤다 “이번 전쟁은 독일 교사들의 승리였지만 프랑스의 교사들은 다음 전쟁에서 승리하여야 한다”
서양 교육에서도 중추는 학교교육이다. 그중에도 훌륭한 교사의 역할과 비중이 크다. 학생이지 왜 교사냐고 물을지 모른다. 물론 방점은 학생이다. 훌륭한 학생을 훈육하는 일은 가정과 지역사회와 학교의 몫이다. 그러나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만을 하는 곳이 아니다. 전인교육의 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은 물론이며, 독일과 프랑스, EU국가들과 스위스, 핀란드 등은 교사(교원)를 높이 평가한다. 최고의 지식 집단인 데다, 사회를 이끄는 주역으로 대우한다. 국격을 높이고, 국가관 사회성을 훌륭한 교사가 가르친다. 그래서 2세 교육의 지도자로 다음 세대의 인재를 키우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열과 교육 극찬한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제44대 미국 대통령이다. 임기 중에 초·중·고와 대학 연설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이다. ‘희망’이라는 제목의 특강을 특히 좋아했다. 그럴 때마다 빼놓지 않는 예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에브러함 링컨이고 또 하나는 한국이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챙겨보니 시급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시 임기 말기에 미국 경제가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대공항주의설에다, 3차 대전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흉흉한 우려가 있었다.
미국 경제가 기침하면 세계 경제는 감기가 든다고 할 만큼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했다. 세계 최초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면 망조가 든다는 월스트리트 타운드가의 분위기가 그를 괴롭혔다.
뿐만 아니었다. 세계 강국의 위세를 찾겠다고 벼르던 중국이 호시탐탐 노렸다. 중국이 세계 최강국 자리를 노리는 야심으로 경제, 국방력, 과학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싫든 좋든, 타의든 자의든 미국을 끌고가야 할 처지였기에 40대 후반의 오바마는 고민에 빠졌다. 여러 경제 전문가를 만나고, 우방국 대통령들과 전화도 가졌다. 어떻게든 세계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려서부터 자신이 읽고 적어놓은 닮고 싶은 세계의 위인들의 독후감을 꺼냈다.
한국에서 연전에 출판된 ‘오바마의 위대한 스승들’(북스토리)‘이란 책이 그것이다. 지금도 오바마를 배우고 싶은가? 먼저 그의 스승에게 배워라!로 시작하는 책이다.
그의 노트에는 흑백 갈등에서 통합으로 나아간 오바마가 되겠다고 적혀있다. 그런 후엔 읽고 느낀 세계의 지도자들을 메모해뒀다.
‘미국인들의 성자가 된 노예 해방의 주역 링컨’, ‘경제 대공황과 제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루스벨트’, ‘항상 소외받는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안은 케네디’, ‘전쟁 영웅이자 평화 유지의 주인공 아이젠하워’, ‘미국을 만들고 기틀을 닦은 미국의 아버지 워싱턴’,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된 만델라’ 등이 그의 메모장에 있다.
그가 대한민국 초청으로 한국에 왔을 때 ‘미국이 다시 부활하게 된 이유가 뭐냐’라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는 거침없이 “교육, 그것도 한국에서, 한국의 교육열과 교사들에게서 배웠다”라고 했다.
세계는 오바마를 예사롭게 보지 않았다.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과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대중연설에 능하다는 점, 그리고 공황을 방불케 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대통령 칭찬에 인색한 미국 언론은 그의 집권 2년 차가 되면서 우호적이 됐다. 언론들은 무엇보다 그가 미국의 역대 훌륭한 대통령들이 가진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바로 이 점이 숱한 역경 앞에 직면한 그를 역경을 이겨낼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보게 만들었다.
오바마는 흑인이며 어린 날 매우 불행했다. 아버지가 여러 명 바뀌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그러나 어릴 때부터 쉬지 않고 자신의 모델이 되어줄 스승들을 찾고 그들을 닮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들처럼 훌륭한 한 사람의 지도자로 태어난 것이다.
그런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극찬한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어느 정도냐면 2011년에는 연초 시정연설에서는 “일본 식민지와 6.25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 경제대국이 된 한국의 교육을 배워야한다”라고 외쳤다.
그의 연설문집을 찾아보니 공식적인 그의 이 같은 한국 교육 예찬론만 무려 10차례나 됐다. 오바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뉴욕에서 가진 한 행사에서도 같은 언급을 했다. 일자리 창출 법안의 통과 필요성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그는 한국의 교육열을 언급해가며 교사들의 증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바마, 미국의 공교육 확대로 제도 개선 지지
지난 2012년 연초 미 상·하원의원 지도부와 가진 간담회의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 때의 대화 내용도 소개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그러더라.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서 교사들을 초청해야 했고, 부모들의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들에게 돈을 줘야 했다’더라. 그런데 우리는 교사들을 대거 해고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했다.
맞는 얘기다. 어찌 보면 한국 교육열의 칭찬이기도 했으나, 미국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차례 공교육 개혁을 주장했다. 당시 한국계인 미셀 리 워싱턴 D. C. 교육감의 공교육 강화를 지지했다. 학교 간, 교사 간 경쟁 체제 강화와 동시에 이른바 '퇴출제' 도입을 주장한 것이다.
심지어 1년이 지난 뒤 한 방송에 오바마가 출연해 워싱턴 D. C.의 공교육이 많이 개선됐다면서 학부모들은 염려 말고 공교육에 자녀들을 맡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두 딸 Malia(당시 12살)와 Sasha(당시 9살)는 1년 학비가 3만 천 달러, 그러니까 4천만 원 가까이 하는 D. C.의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방송 진행자가 "대통령은 두 딸들을 워싱턴 D. C.의 공교육 학교에 보낼 의향이 없습니까?"라고 짓궂게 묻자 머뭇거리다 "No"라고 답했다.
당시 두 딸이 다니던 'Sidwell Friends' 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10명 정도밖에 안 되는 명문 사립학교로 클린턴, 닉슨, 그리고 테오도로 루즈벨트의 자녀들이 다녔던 곳이다.
어쨌든 오바마는 미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한국을 배워야 할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정치적 발언이기도 하겠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닌 벌써 여러 번 한국의 교육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봐서는 한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미국의 교육 체계를 바꾸겠다는 의지였다.
정말 그럴까. 한국의 교육을 오바마는 극찬했지만 정작 한국 사람에게는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 받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학교 교육을 통한 노벨상 수상자가 즐비하고, 한국에서는 단 한 명도 없는 걸까. 왜 한 달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는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어려운 걸까. 1년에 몇 만 달러씩 써가며 애들을 미국에 유학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어려서부터 조기유학에 기러기 부부도 마다하지 않는 걸까.
-대입 개편안, 졸속에 땜질 개혁 좌초... 비난 쇄도
케케묵은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 일류대학 진학의 3요소라는 농담이 현실이다. 입시 문제로 고민하다가 자살하는 수험생들,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해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는 우리 대학생들을 보면서 오바마가 이런 한국의 교육 이면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교육부가 엊그제 발표한 현재 중3부터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안과 고등학교 교육 혁신 방향을 두고 말이 많다. 진보·보수 성향 교육단체를 할 것 없이 모두 불만이 거세다.
대입 개편을 지난해 1년 유예한 뒤 공론화라는 승부수를 띄웠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진보·보수 양측에서의 사퇴 압박도 거세다.
대입 개편안은 대학의 수능 전형(정시) 비율을 30% 이상 늘리고, 수능 절대평가 과목에 제2외국어·한문을 추가했다. 또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시킨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고교 교육 혁신을 위해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를 점차적으로 일반고로 전환,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본격 시행한다는 안도 들어 있다.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장기 과제로 미뤄졌다.
30% 이상으로 수능 전형 비율 확대는 각 대학에 권고하고 이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와 고교 내신 성취평가(절대평가)제는 차기 정부 때인 2025년에 전면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원칙과 철학은 보이지 않고 땜질과 눈치, 봉합으로 얼룩진 개편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중에 정시 비율을 30% 이상 확대하라는 개편안은 사회 일각의 정시 비율 확대 여론과 대학의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절충안처럼 보인다.
지금보다 정시 비율을 10%포인트 이상 확대하면 수능 위주 입시교육을 부추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기하와 과학Ⅱ는 수능에서 당초 제외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이를 수학·과학계가 반발하자 수용한 결정이다.
전형적인 여론 눈치보기다. 그러다보니 교육 혁신 정책은 실종된 것이다. 앞서 2015년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인문·자연과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키우고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변경해 나가겠다는 교육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 체제 재편 등 과정 중심의 혁신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2022년부터 전면 시행키로 했던 고교학점제는 2025년 이후로 연기됐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헌법재판소에 제동이 걸리면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오히려 정시 모집 확대로 이들 고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질 수 있다. 결과는 수능 위주의 대입제도와 고교 혁신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찾기 어려운 것이다.
개편안은 교육에 대한 개선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 개편안으로는 학교 교육 정상화도, 창의적인 인재 양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수능 개편을 유예하면서 1년에 걸쳐 만든 대입 개편안은 헛수고로 끝났다. 그 책임은 교육 혁신에 대한 철학과 비전 없이 땜질 처방에 급급해온 교육부가 져야 할 것이다.
보다 못한 진보·보수 교육단체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도 이 까닭이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사걱세) 등 진보 성향 교육·시민단체 6곳은 개편 공론화 과정이 불공정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데 이어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입 개편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는 수능·대입제도를 마련하고 학점제로 고교 교육을 혁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교육 공약이 파기됐다"라면서 김 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특별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구본창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정책2국장은 "정부가 정권의 인기를 유지하려고 이해집단 요구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 대통령 공약이 전혀 담기지 않은 대입 개편안이 나왔다"라면서 "교육 개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32개 교육단체가 참여한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도 "교육부 대입 개편안은 불충분·불완전한 공론화 결과에만 의존해 시·도 교육감과 대다수 교육단체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라면서 "2015개정교육과정 취지도 살리지 못할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시·도 교육감들 역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로 성명서를 내 수능전형 확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수능 역할 축소를 촉구했다.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해온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대입 개편안을 취소해야 한다"라면서 "김 부총리는 공론화 결과를 무시한 독단적 결정으로 분열과 혼란을 일으킨 점과 공론화에 세금과 시간을 낭비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겉만 화려한 한국 교육, 선행학습에 학생·학부모 고통
물론 이를 찬성하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대입제도가 급격히 바뀌면 혼란과 갈등이 커질 것을 우려해 교육부가 현실을 고려한 안정적인 변화를 택했다고 평가한다"라면서도 "교육부가 책임을 저버리고 대입제도 결정을 시민에게 떠넘겼다는 점과 누구도 만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 대한 비판은 유념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상곤 부총리는 이 혼란의 책임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땜질 계획이면서 어물쩍 넘어간다. 학생과 학부모, 교육 현장 관계자들이 혼란을 겪은 데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기본적으로 공론화 과정이 큰 의미가 있었다"라면서 답을 피하고 있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서울대 전 교수)는 ‘우리 교육에 종교 개혁자 루터가 필요한 이유’라는 글로 우리 교육의 방향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그는 “종교개혁이 인류 역사에 공헌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종교개혁이 민주주의, 기본인권 사상, 자본주의, 현대과학 등 현대 문명의 근간을 이루도록, 대부분 직접 혹은 간접으로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현대 교육으로 오늘날 전 세계의 의무교육제도는 사실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손 교수는 “종교개혁 이전에는 오직 소수의 귀족만이 교육을 받았고, 주로 사제, 의사, 공직자 등 전문직 양성이 주목적이었다. 최근까지도 유럽에서 대학교(university)란 이름을 가지려면 반드시 의학부, 법학부, 신학부가 있어야 했던 것도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다”라고 소개했다.
그 분은 ‘사람의 삶이 자연환경이 아니라 사람이 인공적으로 형성한 문화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오늘날 그 문화 환경을 조성하고 발전시키는 동력을 생산하는 것은 교육“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불과 60년 만에 절대빈곤으로부터 탈출하고 상당 수준의 민주화를 이룩한 것도 교육 때문이란 사실이 그것을 웅변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그러나 우리 한국의 교육에 실망하고 있다. 그분은 “한국의 교육은 점점 더 종교개혁 이전의 교육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 하나님을 알고 이웃을 사랑하도록 가르치는 인간교육이 아니라 좋은 직장을 얻고 더 많은 힘을 획득하기 위한 직업교육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리고 그런 교육도 돈 있는 소수만 받고 가난한 사람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하는 귀족교육이 되고 있다. ‘이제 개천에서는 용이 날 수 없게 되었다’라든가 ‘금수저’, ‘흙수저’ 등의 비아냥거림이 바로 이렇게 타락하고 있는 한국교육의 모습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추락하는 우리 교육. 사교육이 대부분인 선행학습은 한국 교육의 타락을 몰고 왔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을 앞서 배워 오직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이다.
그분의 말마따나 학생과 학부모는 엄청난 액수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이런 비생산적인 사교육에 학부모는 막대한 돈을 바치며 학생들은 지쳐서 공부에 싫증만 내게 된다. 한편에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들은 낙오자가 된다. 사회 계층을 형성하고 갈등을 조장하며 저출산의 재앙까지 몰고 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한국 교육의 겉만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오바마 전 대통령. 그러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한국에 오래 살았던 독일 태생 이참 씨. 그는 한국은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육이 큰 문젯거리라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우리끼리 경쟁'에 휩쓸려 있는 것과 ‘동방무례지국’으로 만드는 인성교육의 부재를 그 이유로 들었다. 손 교수와 이참 씨의 지적은 정확하고 예리해서 공감이 간다.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큰 틀이 흔들리지 않는 게 몇 가지가 있다. 국방정책과 교육정책, 그리고 외교정책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세 가지가 주로 바뀐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정치적 인기를 위해서,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 제멋대로 늘리고 뒤집고 줄인다. 선거 때 표를 의식하거나 자신의 입신영달, 또 조급한 실적 쌓기를 위해 힘없는 교육은 근간이 이처럼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