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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판결문이 이상해... "안, 소통정치인"vs"김, 방나갈수 있어"
안희정 판결문이 이상해... "안, 소통정치인"vs"김, 방나갈수 있어"
  • [충청헤럴드= 신수용 대기자]
  • 승인 2018.08.2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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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여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의 판결문에 이상한 대목이 적지않다.

예컨데 안 전 지사를 “권위적거나 관료적이지 않은 정치인”이라고 판결문에 넣거나,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수행비서 김지은씨(33)에겐 "방에 나갈 위력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판시한 것이다.

즉 안 전 지사는 무력을 행사할 인물이 아니라며 안 전 지사의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였다.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3월 19일 오전 검찰조사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3월 19일 오전 검찰조사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김 씨의 주장 가운데 방에서 나가는 등 안 전 지사를 적극적으로 뿌리치거나, 증거를 선제적으로 수집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20일자 신문에서 경향신문이 112쪽 분량의 안 전 지사 1심 판결문 전문을 입수·분석한 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재판부 "안희정,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이지 않다"= 재판부가 지난 14일 무죄를 선고한 안 전 지사의 판결문안을 분석하면,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김 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위력이 존재는 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더니 “도지사이며 차기 대통령 선거에 여당 후보로의 출마가 예상되고 정치·경제·사회적 유명인사들과 인적 연결망이 구축돼 있는 등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유력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은 넉넉히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처럼 존재하는 위력이 일상적으로 행사·남용되지는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이어 안 전 지사를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이지 않고 참모진과 소통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안 전 지사가 ‘고생했어요’ ‘~줘요’와 같이 나이와 직급이 낮은 김 씨를 존중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고압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나이 어린 흡연자들과 어울려 담배를 피우고, 직원들이 불평·불만을 낼 수 있는 ‘무기명 토론방’ 운영도 안 전 지사가 권위적이지 않다는 근거로 재판부가 들었다.

안 전 지사가 차에 탈 때 김 씨를 자신의 옆 좌석에 앉게 하고, 모든 일정에 동석하도록 한 조치를 두고도 “업무를 원활히 하거나 김 씨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조치의 일환”이라고 봤다. 이는 ‘선의’였지, 간음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재판을 받기위해 서울 지법에 들어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재판을 받기위해 서울 지법에 들어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연합뉴스]

▶재판부"김지은, 방 못 나갈 위력 분위기 아니다”= 김 씨에 대해서는 이상한 판단을 했다. 김 씨가 일관되게 구체적인 간음 상황을 수사·재판 과정에서 진술했음에도 발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제 성관계가 아니었다는 안 전 지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은 안 전 지사의 ‘행위’보단 김 씨의 ‘저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씨의 경우 재판부 판결문은 이렇다. 작년 7월 30일 러시아 출장 상황에 대해 재판부는 “김 씨가 음주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였거나 업무로 인해 심리적으로 심각히 위축된 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김 씨가 단순히 방을 나가거나 안 전 지사의 접근을 막는 손짓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안 전 지사가 위력적 분위기를 만들었거나 물리력을 행사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내가 외로우니 위로해달라, 나를 안아라’는 취지로 강요한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김 씨가 거부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납득이 안가는 논리도 적용했다. 지난해 9월 3일 담배를 가져다달라는 안 전 지사 부탁을 김 씨가 수행하려다 간음에 이르게 된 상황을 재판부는 김 씨의 부주의 때문에 생긴 일로 봤다. 재판부는 “담배를 안 전 지사 방문 앞에 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만 했어도 담배를 가져다주는 업무는 지시대로 수행하되, 간음에는 이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그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안 전 지사 위력행사 판단=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정치인으로서의 긍정적인 이미지에 호감을 보이는 다수의 지지자들이 있었다"며 "이 중에는 여성 지지자의 비율도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가 대중 앞에 서는 정치 행보에서 오는 공허함에 대한 위로를 찾는다는 심리와 더불어 일종의 나르시시즘 혹은 자기연민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자신을 지지하거나 흠모하는 여성의 위로를 유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해석했다.

이를 통해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재판부를 비판하는 김지은씨 지지및 미토 참여 시민들[사진=연합뉴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재판부를 비판하는 김지은씨 지지 및 미투 참여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 "성인 여성 그루밍 어렵다”= 재판부의 판단은 믿음을 줘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그루밍’도 배제했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 평가의 조언도 무시했다.

곧 "안 전 지사가 김 씨에게 수행비서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겼고, 가벼운 신체접촉부터 점차 강도 높은 성폭력으로 이어진 점 등을 들어 김 씨가 그루밍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심리위원 평가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그루밍은 주로 아동·청소년 혹은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대상을 상대로 해 성적으로 심리적 길들이기를 하는 현상”이라며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성인 여성의 경우에, 그것도 약 한 달 사이에 그루밍에 이를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올해 2월 25일 간음에 대해서는 서지현 검사가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린 뒤 미투 운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도 피해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날 밤 텔레그램 메시지를 김씨가 확보하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씨 측 대리인단은 1심 판결 선고 직후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 및 피고인의 유죄를 증명하는 숱한 증거들을 너무도 쉽게 배척했다”며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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