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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 감전사한 아르바이트 대학생... 포도당 주고 12시간 근무
[휴먼스토리] 감전사한 아르바이트 대학생... 포도당 주고 12시간 근무
  • [충청헤럴드=신수용 대기자]
  • 승인 2018.08.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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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신탄진 한 물류센터의 하청업체에아르바이트하던 20대 대학생이 감전사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충청헤럴드>가 지난 20일 보도했다.

대전 신탄진의 한 물류센터의 하청업체에서 아르바이트하던 20대 대학생 김모씨가 감전사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충청헤럴드]가 지난 20일 보도했다.사진원안의 사고 직전 김모씨와 친구의 모습[사진=대전지방경찰청 제공]
대전 신탄진의 한 물류센터의 하청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대학생 김 모 씨가 감전사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충청헤럴드]가 지난 20일 보도했다. 사진 원 안의 사고 직전 김 모 씨와 친구의 모습 [사진=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충청헤럴드>뉴스는 전역한 지 2개월 만으로 복학을 앞두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게 미안해 등록름을 벌기 위해 대전 대덕의 A 물류센터 안의 하청 또는 재하청업체(용역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하던 20대 대학생이 감전된 뒤 열흘 만인 지난 16일 숨졌다는 딱한 내용을 보도했다.

​김 모(23) 씨는 지난 6일 새벽 대전시 대덕구의  A 물류센터에서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5·6번 컨베이어 밸트 청소를 하다가 감전사고를 당했는데, 의식을 잃은 지 열흘째 되는 지난 16일 끝내 숨졌다.

​김 씨는 센터 안에 흐르는 전류에 몸이 달라붙어 30초 동안 감전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목격자는 "전기 흐른다고... 제 친구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면서 떼어달라 하니까, 시간이 지나서 전파가 되더라. 뒤늦게 알려지더라"라고 말했다.

물류회사 아르바이트 대학생의 안타까움을 전한 충청헤럴드 보도[사진=충청헤럴드 켑처]
물류회사 아르바이트 대학생의 안타까움을 전한 충청헤럴드 보도 [사진=충청헤럴드 캡처]

CCTV를 보니 웃옷을 벗은 청년 2명이 빗자루를 들고 컨베이어 벨트 아래로 들어간 뒤 어찌 된 일인지 청년 한 명이 친구의 다리를 붙잡고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김 모 씨가 흐르는 전류에 몸이 달라붙은 것이다.

유가족들은 "업체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라며 "업체가 웃통을 벗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아무런 주의사항 설명 없이 전류가 흐르는 곳에 들어가 청소하도록 지시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류센터 측 관계자는 "안전점검들도 다 하고 다 했는데, 저희도 사실 처음이다. 저희들 시설에서는 처음이다. 사고 원인도 알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대덕 경찰서와 대전지방 고용노동청은 사고 구간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누전차단기 작동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택배사 근무가 어땠길래= 22일 오전 현재 경찰과 이 회사에서 근무한 아르바이트생 등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김 씨 등 함께 일한 젊은 이들이 근무환경이 열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조사 중이라서 밝힐 수는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물류센터가 인력을 직접 운용, 관리한 게 아니라 하청, 또는 재하청 인력용역업체에서 관리한 데 주목하고 조사하고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김 씨가 아르바이트를 한 곳에서 근무했던 일부 젊은 이들의 주장은 근무시간의 강도가 셌다는 것이다.

대학 복학을 앞둔 김모씨가 아르바이트중에 감전사한 대전의 모 택백회사[사진=sbs뉴스켑처]
대학 복학을 앞둔 김 모 씨가 아르바이트 중에 감전사한 대전의 모 택백회사 [사진=sbs뉴스 캡처]

김 씨의 아르바이트는 택배창고 레일에서 지역별로 택배를 분류하는 일 등이었다.

근무시간은 오후 7시 30분부터 오전 8시까지. 유난히 폭염이 심했던 올여름 밤부터 동이 틀 때까지 12시간 30분 동안 일했던 김 씨의 휴식시간은 단 10분이라는 것이다. 자리이탈도 안 되고 갈증에 물을 담으러 갈 수도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 또한 너무 힘들어 도망쳤다는 이도 있다.

업체 측에서 제공한 건 알약 2개의 포도당과 얼음물 한 통뿐이었다고 한다.
이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만뒀다는 A 씨는 한 언론을 통해 "고작 10분 쉬게 하더라고요. 그날은 폭염 때문에 새벽에도 기온이 33도였는데, 물이 다 떨어져서 물 떠오겠다는데 자리 이탈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결국 일 끝나고 위액까지 다 토했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이 근무한 A 씨는 "회사도 사람이 쓰러지면 곤란하니까 탈진이 덜 온다며 알약 두 개의 포도당을 준다"라며 "6~7시간 정도 일했을 때 너무 힘이 들어 좀 쉬면 안 되냐고 했더니 이탈하지 말라고만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힘드니까 일은 계속 더뎌지는데 공식적인 쉬는 시간 없이 계속 몰아붙였다"라며 "상차의 경우엔 트럭이 가면 잠시 쉬는데 분류 업무는 딱히 그런 시간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얼음물 하나 받은 게 전부였다. 일 시작하기 한 시간 전에 저녁을 먹고 나선 한 끼도 안 먹는데 화장실을 한 번도 안 갔다. 다 땀으로 나왔다"라면서 "상자를 옮길 때마다 가루가 날려서 숨이 매우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호흡기에 안 좋을 것 같다"라고도 했다.
폭염 속에 3개의 레일마다 대형 선풍기 하나만 설치돼 바람이 전혀 오지 않는 곳도 허다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곳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B 씨도 언론에서 "일하다가 화가 나서 도망쳤다. 저는 다른 레일로 택배를 넘기는 업무를 했는데 레일에 택배가 넘쳐서 다 쓰러지고 죽을 뻔했다"라면서 "개처럼 뛰어다니고 심장이 터질까봐 도망쳤다"라고 했다.

언론에서 다른 노동자 C(21) 씨 역시 근무 중 휴식에 대해 짚었다.

그는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사람도 봤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탈진이 일어날 수 있고, 원래는 쉬는 시간 같은 게 없었다"라면서 "거의 12시간씩 일을 하는데 한가할 때 잠시 틈 내서 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지난 3일부터 낮 12시부터 30분간 쉬는 시간이 생겼다"라며 "이번 쉬는 시간은 아마 다른 지역의 물류센터에서 사람이 쓰러진 일이 발생한 뒤에 생긴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아르바이트 근무자 '안전교육'은= 근무 여건이 안 좋아 그만 뒀다는 A 씨는 사내 안전교육의 문제도 지적했다.

A 씨는 "레일에서 레일 넘어다니지 말아라, 손 넣지 말아라 5분가량 이런 얘기는 들었다"라며 "그러나 김 씨의 감전사고처럼 전기 관련한 안전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안전사고에 대한 세부 내용을 교육하지도 않으면서 사고가 나자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는 답변을 내놓는 회사에서 더 이상 근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언론에서 밝히고 있다.  

대전 신탄진 A물류센터에서 전역한지 두달되어 복학을 앞둔 아르바이트생의 사망에 입장을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밝힌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사진=김윤기위원장 페이스북켑처]
대전 신탄진 A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전역한 지 두 달 되어 복학을 앞둔 아르바이트생의 사망에 대한 입장을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밝힌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 [사진=김윤기 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B 씨 역시 "안전교육 같은 건 안 해준다"라며 "신규자들은 등록 때문에 두 시간 정도 일찍 오라 하지만, 교육은 없다. 시간이 되면 현장에 들어가서 대충 알려주고 일을 시킨다"라고 강조했다.  
C 씨는 "(근무 중) 레일에 올라가지 마라, 다른 거 안 들어가게 오분류 주의해라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사고 발생 대처에 대한) 안전교육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처음에 일 시작할 때 주의할 점을 철저히 상세히 이야기해줘야 한다. 지금 정도의 안전교육은 적당하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노동 환경 실태나 부실한 안전교육은 이 택배회사 아르바이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의당 김윤기 대전시당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는 산업재해이며 산업재해는 기업살인"이라면서 "이처럼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1,975명으로 하루 5명꼴이며, 실형은 고작 4명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업체에서 숨진 청년이 웃옷을 벗고 일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업무 메뉴얼을 제공하기는 했으나, 누전 등과 관련한 특별교육이나 조치가 없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앞둔 학생이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라며 "대전시는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전담부서를 설치, 감시하라"라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김형구 부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이번 사고가 열악한 작업 환경과 관리 소홀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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