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6-23 08:46 (수)
‘내 탓이오’할 사람을 장관에 앉혀라
‘내 탓이오’할 사람을 장관에 앉혀라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08.27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문재인 대통령이 곧 장관 4~5명을 바꿀 모양이다. 이미 6개 부처 차관급을 마쳤으니, 곧 이어질 게 뻔하다. 교체의 규모가 이쯤이면 중폭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은 대통령직인수위 없이 서둘러 이뤄졌음에도 1년이 훨씬 넘게 그대로였다. 그러니 새 정부의 동력의 골든타임을 놓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사람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간 능력과 자질이 의심받는 이가 있지만 바꾸지 않았다. 국방부장관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방치와 구설수를, 교육부장관은 대입제도 개편 정책을 놓고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쓰레기 대란, 폭염에 따른 누적전기요금, 미투 운동, 노동개혁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장관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다. <충청헤럴드>의 지난 23일 보도에 의하면 충청권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한다'는 긍정평가가 40% 중반까지 추락했다, '잘못한다'는 부정평가와 초 박빙으로 좁혀졌다. (리얼미터 홈페이지(http://www.realmeter.net/category/pdf/)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0∼22일 충청권 등 전국 19세 이상 1,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해보니 충청권에서 '잘한다'는 평가가 지난주 54.2%에서 무려 7.5%p나 떨어진 46.7%(전국55.5%)였다. 반면 부정평가는 45.1%(전국 38.7%)로 지난 주 40.8%보다 4.3%p나 늘었다.

-문재인 정부 국정수행지지율 하락은 "실망"

취임 이후 최저치인 결과는 여러 문제에서 빚어진 실망 때문일 것이다. 경제는 고용·성장·가계소득 등 모든 지표가 악화일로에 있다. 이는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주원인이다. 시민들은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구호나 슬로건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하고 성과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중에도 여권 내에서 이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데 이맛살을 찌푸리는 이가 많다. 문재인 정부만큼은 다양한 집단의 이해가 상충되는 현안을 해결해내는 역량을 바라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장관인 내 탓이오’, ‘청와대 참모인 내 탓이오’, ‘여당인 우리 탓 이오“라는 이가 없다.

이해찬 당대표는 당대표 후보 때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27조 원 정도를 쏟아붓는 바람에 다른 산업에 투여할 수 있는 재정투자가 굉장히 약해졌다"라며 "그 돈을 4차 산업혁명 쪽으로 돌렸으면 지금쯤은 기술 개발, 인력 양성이 많이 돼서 산업의 경쟁력이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선 의원도 cpbc라디오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재벌 특혜 내지는 최순실 등장으로 부패와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라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고통 분담 기간을 극복해야 선진국으로 올라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 역시 지난 22일 ‘최근 고용지표 악화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잘못 때문인가’라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일부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날 출석해 “고용이 많이 느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나 부동산 경기부양 일체를 쓰지 않고 유혹을 느껴도 참고 있다”면서 “건설업에서 고용이 크게 줄어든 것이라든지 일용 근로자가 줄어든 것은 과거 정부에서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이어서 그렇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잘못했다는 의미가 아니고 과거 기저효과 때문에 취업자 증가가 제한받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한 달 만의 결과로 (최저임금 정책이 실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과거 정부 '탓'만 할 건가.

권 의원이 ‘실패하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 실장은 “저는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정책적 책임을 져야 할 자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단지 “현재 고용, 특히 취업자 수 증가가 우리가 예측하고 기대한 만큼 미치지 못해 국민께 송구스럽다”라고 일갈했다.

여권은 이런 문제들을 ‘과거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자 진보 언론까지도 나서 비판했다. 언제까지 과거 정부의 탓으로 돌리겠냐며 말이다. 이쯤 되자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나서 "작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면서도 “수년 전(이전 정부)부터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경제 체질이 강해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과거 정부가 산업구조개선에 소홀해 고용위기가 왔다”라고 주장했다. 10년 전 이명박 정부가 26조 원을 4대강 사업에 쏟아붓는 바람에 다른 산업에 들어갈 재정이 약해졌다는 이해찬 의원과 맥락이 같다. 54조 원을 일자리 예산으로 쓰고도 최악의 고용 참사를 겪고 있는 판에 여당 핵심 인사가 할 얘기는 아닌 듯하다.

이를 본 민주당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권을 꾸짖었다. 여권이 언제까지 남의 탓, 과거 탓만 하고 있을 때냐는 것이다. 문 의장은 “이제부터 문재인 정부의 진짜 실력을 보일 때”라고 했다. 정답이다. 남의 탓, 과거 탓은 1년이면 충분하다. 더 길어지고, 당면한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완전히 돌아선다.

2년 임기를 다 채운 추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그나마 "집권 2년 차에 국민의 지지가 다소 식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열망까지 식었다고 해선 안 된다"라며 "혹여 우리가 안주하지 않은지 우리 소임이 나태하진 않았나 돌아봐야 한다"라고 했다.

여권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경제문제 말고도 사회적 갈등, 양극화문제, 국론분열, 남북관계가 지지부진한 것도 과거 정부가 대북 관계를 약화시켰기 때문이고, 국민연금 논란도 10년 보수정권이 차일피일 미룬 탓이다.

지난해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다. 이제 넉 달 후에 해가 바뀌고 새해 2월이면 집권 3년 차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남 탓을 한다면 집권세력의 ‘능력’과 ‘책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정부들의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책임진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지금쯤이면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의 가시적인 성과물을 하나 둘 보여야 한다. 설령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그렇게 해야 국민들이 미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최저임금인상 등 현 정부의 난제 해결에 힘쓸 때.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불평을 어떻게 풀어낼지, 국민연금 개편 문제나 남북관계 교착, 은산(銀産) 분리 완화와 관련된 논란을 어떻게 추진할지는 현 정부의 몫이다. 근본 문제 해결이 필요한데 과거 정부 탓에 매이거나, 세금 수십 조를 지원한다니 딱하다.

이런데도 언제까지 국정 농단으로 나랏 꼴을 우습게 만든 이명박·박근혜 과거 정부의 탓으로만 돌릴 건가. 여권 역시 ‘내 탓이오’가 없으면 안 된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면 과거 썩은 권력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이다. 건건이 지난 정부 잘못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이제 집어 치워라.

그래서 곧 있을 개각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과의 관계개선은 물론이고 내치에 내실을 다질 때인 까닭이다. 칡줄기, 등나무줄기처럼 얽힌 현안을 풀고 국민의 뜻을 한 데 모아 국정의 동력을 새로 얻어야 한다.

새 내각은 또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정책 신뢰를 회복해야한다. 공직자가 제대로 일하는 사회를 만들면 나라는 바로 선다. 정책만 발표하면 추진되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까지 책임질 수 있는 추진력과 소통능력, 책임감이 새 내각에게 필요하다. 그런 개각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개혁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뚝심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개각은 국정을 다잡고 내각 분위기를 쇄신하는 쪽으로 과감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가급적 시기를 앞당기고 개각 폭과 인재풀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느 때보다 심기일전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의 협력을 끌어내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