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부담으로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
국내 유력 경제지가 대전에서 50대 여성이 최저임금 부담으로 해고되자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도, 국회에서까지 문제가 제기 됐으나 '그 자체가 없다'고 대전시경이 밝히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이 경제지의 '최저임금 부담,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 보도 내용을 문제삼아 연일 최저임금 문제를 부각하고 있지만 '사실이다. 아니다'로 언론 간에 진실싸움을 하고 있다.
![포털에서 삭제 되기 이전에 누리꾼이 기사 이미지. 해당 기사는 삭제된 이후에도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사진=오마이뉴스켑처]ⓒ 한국경제](/news/photo/201808/6405_8873_3156.jpg)
이 기사는 지난 24일 한국경제신문이 <최저임금 부담,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 기사를 온라인판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보도된 당일 삭제됐고, 29일 오전 현재까지는 이른바 '관련 속보'가 없다가 29일오후 '최저임금 자살 사건' 한경닷컴 보도의 전말(1)을 보도했다.
▶한국경제신문 후속보도= 지난 24일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란 한경닷컴 기사가 당일 오전 11시42분부터 오후 6시27분까지 게재됐다 삭제된 뒤 논란이 일었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사실을 허위로 가공했다는 ‘가짜뉴스’ 주장이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제기되더니 급기야 기사의 팩트 및 삭제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까지 공방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더 이상 이 논란이 커지기 전에 해당 기사를 취재했던 경위와 삭제 배경 등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자 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이 대전에서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해고로 50대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내용의 전말을 공개한 사진.[사진=한국경제신문 켑처]](/news/photo/201808/6405_8881_1556.jpg)
이와 관련해서 두 꼭지 기사를 싣습니다. 첫번째 <①구직시장 전전했던 '월평동 다둥이 엄마'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나>는 한경닷컴에 올렸다 삭제한 기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보강취재한 내용입니다. 두번째 <②한경은 ‘가짜뉴스’를 만들지 않았습니다>는 한경이 이 사건을 접하게 된 보도 배경과 취재 과정, 사실 여부 등을 밝힌 것입니다. 한국경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깎아내릴 의도를 갖고 이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작성 당시에도 없던 사실을 만들어내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①구직시장 전전했던 '월평동 다둥이 엄마'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나
“엄마는 생전에 저희들 학교 보내고 나면 항상 일거리부터 알아보셨어요. 그런데 올들어 알바 자리 하나 못구하셨죠.”(김모 군·중1)
김 군 어머니인 김모 씨(35)는 지난달 10일 대전광역시 월평동의 한 다세대주택 단칸방에서 3남매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관할인 둔산경찰서는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이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자살 동기는 ‘생활고 비관’으로 기록됐다.
김 군은 아직도 그날 아침을 잊을 수 없다. 화장실 문이 잠겨 있었다.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혼자 문을 열려고 낑낑댔다. 역부족이었다. 근처에 사는 같은 반 친구들을 불러 함께 자물쇠를 땄다. 엄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다둥이 엄마’인 김 씨는 미혼모였다. 김 군이 엄마 성을 따른 이유다. 김 씨의 유년 시절도 불우했다.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했던 친정 아버지는 김 씨가 초등학교 시절 이혼했다. 홀로 김 씨를 키웠다. 김 씨는 가난했지만 심성만은 착했다. 김 씨 아버지는 “(김 씨가) 어렸을 때 밖에서 떠도는 개가 보이면 다 데려왔다”며 “좁은 집구석에서 20~30마리는 족히 키웠다”고 회고했다.
김 씨는 가난이 싫어 가출을 반복했다고 한다.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여기저기 떠돌다 13년 전 강원도 양구에서 남편을 만났다. 김 군 아래로 남동생(초6)과 여동생(초3)이 잇따라 태어났다. 남편은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김 씨는 아이들만 데리고 수 차례 이사를 다녔다. 경기 남양주, 전남 고흥, 광주, 강원 춘천 등을 거쳐 3년 전 대전에 왔다. ‘보증금 50만 원짜리 월셋방’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는데 마침 대전 월평동에 저렴한 셋방이 몰려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김 씨를 포함한 네 식구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 18만원짜리 비좁은 원룸에서 살았다. 그 일대에서도 가장 낡은 빌라의 꼭대기층이었다. 아이들은 매일 가방이나 짐을 들고 3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렸다. 김 씨는 붙임성이 좋은 막내딸을 항상 옆에 끼고 잤다.
김 씨는 3남매를 부양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처음엔 집근처 갑천역 앞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했다. 이후 전단지 배포, 액세서리 포장, 식당 종업원 등 일용직을 전전했다. 올해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일거리가 뚝 끊겼다. 주변에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군은 “엄마가 올해 일을 제대로 못하셔서 생활비 때문에 더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월평동 노인정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김 씨가 잘못되기 전까지 식당에 나가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생활이 어려웠지만 내색은 잘 안했다”고 전했다. 인근 슈퍼 주인은 “애들 여럿 키우면서 월세 내려고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가 작년 말 일했던 한 식당의 여주인은 “얼마 전 김 씨가 다시 일할 수 없느냐고 전화를 걸어왔는데 우리도 여력이 없어 거절했다”며 “힘들어하는 목소리였다”고 전했다. 이 식당에선 점심 때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 명 쓰고 있지만, 손님이 많은 저녁에는 가족들이 모두 나와 일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김 씨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월 94만원의 수급비에만 기대야 했다. 그런데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김 군의 교복값으로만 30여만원이 나갔다. 초등학교 6학년인 김 군 남동생은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막내딸 우윳값도 연체됐다. 에어컨조차 없는 월셋방에서 3남매와 함께 폭염을 고스란히 감내했던 김 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3남매의 양육권을 갖게 된 아이들 할아버지는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측의 도움을 얻어 모처에 새 거처를 구했다. 아이들도 최근 전학 절차를 마쳤다.
아이들 할아버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고 명랑하게 자라준 3남매가 고마울 따름”이라며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 만큼 애들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무슨 일이라도 해서 제대로 키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 문제제기= 앞서 24일 첫 기사 나간 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지난주에 대전에서 자식을 키우는 50대 여성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정부의 소득주도경제성장이 잘 안 되고 있음을 인정하라"고 공격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이날 밤 JTBC의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대전에서 참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며 재차 이 사건을 기정사실화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저녁 JTBC의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대전에서 참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며 대전에서 최저임금인상으로 해고된 50대 여성이 숨졌다는 취지로 언급하고 있다.[사진=JTBC켑처]](/news/photo/201808/6405_8875_3747.jpg)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열린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질문과 답변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8/6405_8874_3349.jpg)
지난 24일 한국경제신문은 <"최저임금 부담",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 기사를 온라인판으로 내보냈지만 바로 그날 삭제됐다.
그러나 지난 26일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 등이 삭제된 기사를 인용하면서 진실 공방이 일었다. 신문사 측은 유족 2차 피해 우려 등으로 삭제했다는 입장이다.
대전지방경찰청 측은 지난 26일 지난 7월부터 대전에서 50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후 사흘간 더 조사했는데도 그런 사건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대전서 최저임금인상으로 해고된 50대 여성 숨졌다는 내용이 대전경찰의 말을 빌어 사실이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한 오마이 뉴스 보도[사진=오마이뉴스켑처]](/news/photo/201808/6405_8882_2032.jpg)
▶오마이뉴스 보도= 29일 이 보도와 관련해 대전지방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이를 입증할 만한 '50대 여성의 자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에 의하면 대전지방경찰청 담당자는 "지난달 말은 물론 7월을 통틀어 대전에서 50대 여성이 자살한 사건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성별이나 나이가 다른 유사 사건으로 볼 만한 사례는 있냐'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건 없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대해 우희창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번 보도에 대해 "(삭제된 기사로 인해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진 만큼) 해당 신문사는 지금이라도 보도내용을 뒷받침하는 보도를 내놓거나 보도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뒤에 한국경제신문이 후속보도를 내자 오마이뉴스는 이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내용은 이렇다.
오마이뉴스는 '한국경제'가 기사 삭제 닷새만에 후속 보도를 내놨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첫 보도와 많이 다를 뿐 아니라 보도의 핵심도 빠져 있었다.
그러면서 '이 신문(한국경제신문)은 29일 오후 7시경 '최저임금 자살 사건' 한경닷컴 보도의 전말(1)·(2)를 온라인판을 통해 연속해서 보도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경제) 신문은 지난 24일 보도했다가 삭제한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라는 기사를 놓고 '가짜뉴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져 취재 경위와 삭제 배경 등을 밝히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깎아내릴 의도도, 없던 사실을 만들어내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이어 "신문이 '삭제한 기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보강취재한 내용'이라며 밝힌 사건은 이렇다. 대전 월평동에 살던 35세 기초생활수급자 여성이 지난 달 10일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여성은 홀로 3명의 아이를 키워왔으며, 3남매를 부양하기 위해 붕어빵 노점상과 전단지 배포, 액세서리 포장, 식당 종업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일거리가 뚝 끊겼고,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는 것이 보도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또 대전경찰 담당자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도 실었다.
▶기자질문=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자살' 기사가 사실인가?
▷경찰관계자= "기사가 사실인지는 모르겠고, 지난 달 관내에서 50대 여성이 자살한 사건이 없다."
![대전지방경찰청 청사[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8/6405_8876_4253.jpg)
▶기자질문= 기사 요지는 "대전 서구 월평동에 거주하던 A씨가 지난달 말 자신의 월셋집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수년 간 일해온 식당에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크다'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이다. 지난 달 말 월평동에서 사망한 50대 여성이 있나?
▷경찰관계자= "한 달에 대전에서만 100건 정도의 사망 건이 있고, 그중 자살 사건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자살한 사람 중 최저임금 때문에 죽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난달을 통틀어 대전에서 50대 여성이 자살한 사건 자체가 없다." (자살 사건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찰에 기록이 남게 된다.)
▶기자질문= 혹시 경찰에서 신문사 쪽에 기사 삭제를 요구했나.
▷경찰관계자= "그런 적 없다. 기사를 정확하게 취재 후 보도해달라고만 했다."
▶기자질문= 그 신문사에서 온라인판에서 기사를 삭제한 후 다시 와서 취재확인을 했나.
▷경찰관계자= 기사를 삭제한 후 대전으로 내려와서 '유사 사건 있을 수 있으니 관련 변사 사건자료 다 달라'고 요구해왔다. 알아서 취재하라고만 했다."
▶기자질문= 그 후에는?
▷경찰관계자= "이후 유사사례를 찾았다고 하고 갔다. 관련 기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