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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 승인 2018.09.10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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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충청헤럴드 대표이사.발행인[전 대전일보 대표이사.발행인]

35, 6년 쯤 공채를 거쳐 수습취재기자로 신문사에 막 들어섰을 때다. 부서별로 배치되어 전체 수습에 이어 직무교육을 1년 쯤 받았다. 이어 언론진흥재단에서 초급과정. 중급과정. 고급과정에 이어 전문자 과정까지 마쳐야했다. 그 땐 지금과 달리 '선배기자'는 나이와 무관하게 하늘과 같은 신이었다. 부장 데스크나, 국장 데스크는 눈을 똑바로 볼 수 없는 하늘의 별이었다.

1년 차 일때 지시받아 쓴 기사, 비록 단신거리라도 편집부에 가기까지는 최소 다섯 단계의 편집국 간부를 거처야했다. 야단맞는 일은 언행이나 지시 불이행이 아니었다. 대개 현장에 다녀왔느냐였다. 그러면서 기자들의 유행어는 '발로 현장을 뛰어 쓴 기사만이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쓴 소리를 했다. 엇박자를 내는 ‘김&장’(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다. 일단 연말까지 기회를 준 뒤 변화가 없으면 국민의 뜻, 현장의 민심에 따라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내건 혁신성장에 대해서 아픈 곳을 찔렀다. 내용과 속도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두 사람의 입장 차를 건강한 토론으로 보는 게 아니라 엇박자로 여기며, 늪에 빠진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김&장’이 아무리 갈등이 아니라고 해도 국민들이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두 사람이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매스컴에 계속 오르내리는데 그는 못마땅해 했다. 그는 이견은 있더라도 국민들에겐 협의를 거쳐 하나의 목소리가 전달돼야 한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인근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악수하며 기자들에게 포즈도 잡았다. 그때 김 부총리는 ‘이런 게 왜 뉴스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장 실장 역시 ‘회의 때 자주 본다, 일주일에 몇 번씩 본다.’고 에둘러 친밀함을 연출했다.

이목희 부위원장이 말하는 ‘국민의 뜻'은 무엇인가. 곧 현장의 소리다. 엇박자는 그 현장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생긴다. 세상이치가 교과서처럼 살수 있단 말인가. 교과서의 행간 밖 현장을 제대로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곧 좋은 정치이고 국민의 뜻을 섬기는 일이다.

얼마 전 식당, 미용원,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전국 소상공인 생존권 국민연대(소상공인연대)가 서울에서 최저임금 불복종 집회를 벌였다. 집회는 조직된 노동단체 등과 달리 소상공인연합회나 한국외식업중앙회 같은 민간 사업자 단체들이 주도했다. 내리쏟는 빗줄기 속에 60여개 업종단체, 87개 지역단체 등 전국 150여개 단체가 참가했다고 한다.

집회에는 서울 전역에 호우특보가 발령, 빗줄기가 거셌으나 외식업자·편의점주·숙박업자·세차업자·피부미용사 등 다양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깃발 몰려들었다. 손에는 '소상공인도 사람이다', '소상공인도 함께 사는 나라' 등의 구호가 들려 있었다.

대전출신인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자영업자의 의견을 수렴하라"며 "(사회적 합의의) 균형을 잃는다면 바로 그것이 독재"라고 청와대를 향해 쏘아붙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도 "소상공인의 애환의 현장에서 과연 누가 함께 했는가"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들의 쌈짓돈을 저소득자의 주머니로 옮기는 것이다. 소상공인도 국민이다.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더라도 단결해 투쟁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현장 민심이 움직이자 정치권도 참여했다. 한동안 장외투쟁을 자제하던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야3당 지도부와 의원 70여명이 행사장에 나왔다. 저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어려움에 공감하는 발언뿐이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폐기하겠다며 정부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닥친 그늘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후 불만해소를 위한 대책은 내놓고 있다. 지속되는 불황속에 2년 연속 최저임금을 인상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서다.

소상공인들은 그러나 집회를 통해 이 지원책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시혜(施惠)성 지원책’보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등 스스로 먹고 살게 해 달라는 요구다. 외식업계는 부정청탁금지법에 따른 식사비 한도 상향 조정을, 편의점업계는 담배 매출 분을 카드수수료 구간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요청하는 식이다. 이 요구의 답이 미흡하자 ‘거리 투쟁’에 나선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최저임금 조정에 맞게 경제시스템을 바꾸겠다”고 했다. 장하성 실장도 최근 소득주도성장과 관련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데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대로 해석하면 소상공인 경영 위기도 ‘사회적으로 감당해야 할 불가피한 고통’이라는 맥락이다.

한 언론은 '김&장'의 설명이 ‘갑자기 큰 옷 던져주고 몸을 키워 옷에 맞추라는 얘기처럼 들리기 십상’이라고 비판했다. 가게 문까지 닫고 거리에 나선 소상공인들의 행동은 ‘착한 경제’를 위한 고통을 왜 자신들이 온통 감당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최저임금인상을 놓고 어떤 것이 정답이다, 또는 옳다, 그르다는 사회적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최저임금인상에 대해 잘됐다, 잘 못됐다의 판단도 근로자나 자영업자. 소상공인입장이 정반대여서 결론이 쉽지 않은 현안임에는 분명하다.

이목희 부위원장의 말마따나, 최저임금 인상과 겹친 일자리 확대를 위해 혁신성장과 규제 완화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혁신성장과 관련해 “내용이 매우 빈약하고 속도도 안 나오고 답답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재계가 요구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에 대해서도 정부가 전향적으로, 속도감 있게 응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는 진보진영인사이면서도 혁신성장, 규제 완화 움직임에 ‘우(右)클릭’이라고 반발하는 진보진영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그분들이 은산분리 등을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하지만, 그런 식의 접근으로는 나라의 경제를 이끌기 힘들다”면서 “규제들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엄청난 역사의 퇴행으로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어쨌든 정부정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간의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시각이 다른 것은 확연하다.또 여권과 야권의 시각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정부 집회에 야 3당이 참여하고 있으나, 왜 국회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그 자리에 참여하는지 아이러니다.

때문에 정부도 '김&장'의 엇박자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민심현장에 나와서 들어야한다. 최저임금인상이 왜 필요한지 노동자, 아르바이트대학생, 비정규직 직원과 자영업자등을 만나 경청해야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표 만의식해 당리당략으로 셈법을 하지 말라. 현장의 소리를 듣고 법을 만들고, 법을 고쳐야한다.

당태종 이세민의 정관 정요에도 쓰여 있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은 민심을 들으라고 말이다. 현장의 소리가 민심이고 민심은 현장에서 나온다. 현장이 국치(國治)의 근본이라고 했다. 어려운 나라경제, 현장을 경청해야한다. 그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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