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정가와 충청권을 한때 들썩였던 '성완종 리스트' 의혹의 실체가 제대로 규명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에서 '성완종 리스트'의 대응문건을 작성한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는 등 미완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2018년 정기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이 성완종 미스테리에 대해 특검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2015년 4월 자원외교비리에 연루되어 영장실질 심사 당일 목숨을 끊었다.그러면서 고인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와 여권인사 8명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그러나 2명만 불구속기소해 재판을 받았고, 나머지 6명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그 메모내용에 등장한 대상자(오른쪽),그리고 검찰 수사결과(왼쪽) 신문보도내용[사진 =kenhide님의 불로그등에서 켑처]](/news/photo/201809/6715_9306_206.jpg)
'성완종 리스트'란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2015년 4월 자원외교비리에 연루되어 영장실질 심사 당일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권인사 8명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메모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박근혜 당시 대선주자 해외수행경비 10만달러), 허태열 전 비서실장(박근혜 대선주자 경선자금 7억원), 홍문종 의원(박근혜 후보 대선자금 2억원), 유정복 인천시장(3억원), 서병수 부산시장(2억원) 등 청와대나 대선캠프에 있던 이들이다.
또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는 지난 2013년 4월 재보선때 3000만원을, 2011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 대표경선때 3자를 시켜 홍준표 전 경남지사에게 경선자금 1억원을 줬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전 지사만을 불구속기소하고,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무혐의나 공소권없음을 내려 시민단체가 고발에 나섰던 사건.
이 전 총리와 홍 전 지사는 1심에서 유죄나 실형을 받았는데 이후 어찌된 것인지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상주)는 무죄를 내려 지난해 하반기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2015년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뇌물을 줬다고 밝힌 사람들 중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됐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재판을 받은 이완구(왼쪽)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경남지사[사진= 연합뉴스]](/news/photo/201809/6715_9311_3450.jpg)
그러나 문재인 정부들어 적폐청산에 나선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때 법원행정처에서 ‘성완종 리스트’ 관련 문건 등을 작성한 현직 부장판사를 최근 소환, 수사를 벌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여부를 캐거나, 청와대 및 대법원 고위직의 재판개입 실체를 따지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달 16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심의관을 맡았던 박모 창원지법 부장판사를 불러 조사했다.
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할 당시 작성한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 및 대응 방향 검토’ 문건에서 ‘성완종 리스트’가 사법부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검찰은 이를 통해 성완종리스트에 나온 당시 여권 관계자들이 대거 연루의혹을 받자 법원행정처가 압력을 행사했는 지, 행사지시는 누가 했고, 그 문건을 누구 지시로 만들었는 지를 따졌다.
이 문건에서 박 부장판사는 “사법부 주요 현안인 상고법원이 국정 이슈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것”을 우려하며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사건 처리 방향과 시기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성완종리스트 문건이란=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 및 대응 방향 검토'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가 2015년 4월 터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사법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등을 검토한 내용이 나온다.
행정처는 "정치적 수사로 인한 무리한 영장청구와 기소에 따른 후폭풍으로 법원의 부담이 예상된다"며 "특히 6월 임시국회까지는 영장의 적정한 발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문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여권의 무게 중심이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로 옮겨간다고 보고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이들에게 접근할 필요성을 검토하는 내용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추구하고 이에 자부심을 갖는 스타일"이라며 "상고법원 안에 관해 김 대표에게 주도권과 결정권을 제안하는 듯한 형태로 접근할 여지가 있다"고 적혀 있다.
이 문건들은 박 부장판사가 만든 것이다. 박 부장판사는 이외에도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대응 방안’,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응 방안’, ‘인터넷상 법관 익명게시판 관련 검토’ 등 법원 내 판사 모임 압박 방안을 담은 문건도 다수 작성했다. 특히 ‘전문분야 연구회 개선방안’ 문건에서는 소모임 중복가입자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사모)을 소멸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 성완종 전회장이 운영한 경남기업 회사 간판[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809/6715_9313_3726.jpg)
그러나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수사에 비협조적인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 등이 잇달아 '제식구 감싸기'란 비난속에 진실규명이 제자리 걸음이다.
급기야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대법원청사 2층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현 시점에서도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협조를 할 것"이라고 약속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에 법원이 자신들에게 향한 검찰의 개혁 칼날을 거부하면...대체 사법농단의 끝이 어딜 까.